산을 잊으면

2007. 8. 23. 22:27조사어록과 잠언

   <영암 월출산에서>

 

산을 잊으면


대개 妙를 채집하고 玄을 찾는다는 것은 진실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결택을 할 때에는 엷은 어름을 밟아 가는 것 같이 하여

반드시 모름지기 귀와 눈을 기우려 玄音을 받들고

情塵을 엄숙히 하여 깊은 이치를 맛보고,

말을 잊고 뜻을 편안히 하여 때를 씻고 아름다움을 먹으며,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물어 실털 만큼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먼저 도를 알고 뒤에 산에 살 것이다.

만일 도를 알지 못하고 먼저 산에 살게 되면

단지 그 산만 보고 반드시 그 도를 잊으며

만약 산에 살지 못할지라도 먼저 도를 아는 자는

단지 도를 보고 산을 잊을 것이니

산을 잊으면 道性이 정신을 편안케 하고

도를 잊으면 山形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이러므로 도를 보고 산을 잊은 자는 인간도 또한 고요하고

산을 보고 도를 잊은 자는 산중이 또한 시끄럽다.

반드시 능히 五陰이 無我인줄 알면 無我이거니 누가 인간에 주하며

만일 오음 六入이 空한 줄 알면 空이 모였거니 어찌 山谷과 다르랴.

저 삼독을 제거하지 못하고 육진이 오히려 흔들려

몸과 마음에 스스로 모순을 이룬다면

어떻게 사람이 산의 시끄럽고 고요한 것에 관계되겠는가.

                        

<치문경훈(緇門警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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