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2005. 10. 4. 22:34붓다의 향기

 

 

 말과 글 


<유마경>에 이런 말이 있다.

 

[생하고 멸하는 마음의 행을 가지고 실상의 법을 말하지 말라.]

 

이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교리의 뜻을 잘 알기로 첫째가는 마하가전연을 두고 유마힐 거사가 한 말이다.


말과 글이란 진실 그 자체를 알리는 도구가 되지 못한다. 말과 글은 마음에서 나오지만 마음이란 찰나에도 머물지 못하는 허망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깨닫기 전에는 망심이라고 한다. 진심에서는 말이 없으니 모든 진실은 말과 글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마음을 거두면 말이 없게 되고, 마음이 흩트려지면 말이 있게 되는 것이다.  


말의 대표는 설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설법은 느낌과 관찰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거친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때 묻은 것이요 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 진실을 대변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왜 그 많은 설법을 하였는가?

부처님은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으나 큰 자비심 때문에 중생을 가엾이 여기어 그들을 위하여 설법 의혹을 끊어주시기 위함이라고 경전은 말한다. 마치 수미산이 작은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지만 <수람풍(隨籃風)>이 이르면 크게 흔들려 흩어지는 것과 같이 부처님께서도 큰 자비의 바람이 오면 가엾게 여기는 바람에 움직여 중생을 교화하신 것이라고 한다.


서양의 속담에도

[침묵은 금이다. 말은 침묵을 능가할 때만 하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들 중생들의 말이란 알지 못할 때 나오는 소리에 불과하다.

진실로 아는 자는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자비의 마음보다는

허영과 공리심 내지 이양(利養)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새> <사이코> 등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앨프레이드 히치코(Alfred Hitchcock1963-1980)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글도 말도 버렸더니 내 영화가 만들어졌다.]


진실로 나는 내 삶에서 내 말과 글을 언제 버릴 수 있을까?

언제 나는 참다운 내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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