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의 헛소리

2005. 10. 3. 23:44붓다의 향기

 

 

길손의 헛소리


어느 길손이 주막에 들었다.

그때 마침 깔끔하게 가사를 차려입은 스님한 분이 시주를 나왔다.

길손이 막걸리를 들다가 스님에게 농기서린 말을 걸었다.

“스님, 신수가 훤하시니 시주가 많이 들어왔나 보죠?”

스님이 뒤돌아보니 걸레 같은 나그네가 아닌가. 기분이 언짢았다.

그러나 점잖게 대답을 했다.

“시주랄 것은 뭐 대단치 않아도 마음만은 참 편하게 가지지”

그러자 길손이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스님, 삼처심(三處心)은 불가득(不可得)이라고 하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이 편한하십니까?”


<삼처심>이란 금강경에 이르듯

과거심, 현재심, 그리고 미래심을 말한다.

과거의 마음은 이미 지나갔으니 마음이랄 것이 없고,

미래심은 아직 오직 않은 마음이니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심이란 찰나라에도 머물지 못하니 마음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럼으로 삼처심이 불가득인 것이다.


돌연한 질문에 스님이 당황했다.

 “요놈!” 하고 생각했다가 “잇크!”하고 놀랬다.

그래도 명색이 스님이다. 길손에게 질 수가 없었다.

최대수비는 공격이라고 하지 않는가.

스님은 반격에 나섰다.

“처사님은 어떠세요”


길손이 말했다.

“스님의 그 질문이 어느 마음인지 알아야 답을 하죠.

과거심으로 답할까요? 현재심으로 답할까요?

아니면 미래심으로 답할까요?.”


그리고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스님 저 산의 뻐꾸기 소리 들리시죠?

저 뻐꾸기가 소리가 스님귀에 들리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허공에? 아니면 뻐꾸기 뱃속에?]


스님이 말이 없자 길손이 취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인연이요,

한 마음 일어나고 지는 것도 인연이라.

사대가 모이고 오온이 화합하니 저 뻐꾸기 소리가 들리는 것을.

삼처심이 인연 따라 일어나고 인연 따라 사라지니,

못 믿을 것은 오로지 이 오중(五衆:오온)의 부질없음이라.

저 물이 푸른 것은 산이 푸르기 때문이요,

저 물이 깊은 것은 산이 높기 때문이 아닌가요?


스님, 푸른 산 푸른 물로 빚은 하얀 이 곡차 한 잔 드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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