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구업

2005. 10. 13. 23:05붓다의 향기

 

사자의 구업


 

비구들이 사바제에 있을 때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정신을 외곬으로 쓰면서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밤이 몹시 긴 것으로 여겨졌고, 숲속으로 와서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길이 멀고 길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마침 또 사자 한 마리가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는 한쪽에 서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 인연 때문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잠 못 드는 사람에게는 밤은 길고

지친 나그네에겐 길이 멀 듯이

어리석어 생사(生死)가 긴 것은

바른 법을 알지 못해서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아직 출가하기 전에는 그 마음이 방일하여 잠을 많이 잤기에 밤이 긴 것을 몰랐으나 이제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정진하면서 도를 구하느라 잠을 줄인 까닭에 밤이 몹시 긴 것을 깨달았으리라. 이 가비라바 숲도 너희들이 본래 수레를 타고 와서 재미있게 놀던 곳이라 먼 데인 줄을 몰랐지만 지금은 가사(袈裟)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길을 걸어 다니므로 몹시 지쳐서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자는 비바시불 때에는 바라문의 스승으로 있었다. 그는 부처님이 설법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로 왔었는데 그때 대중들이 법을 듣느라 그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자 곧 나쁜 생각을 내어 욕설을 하면서 [이 까까머리 무리는 짐승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좋은 사람도 구별하지 못하고 말할 줄도 모른다.]고 한 것이다.


이 나쁜 구업(口業) 때문에 비바시불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91겁 동안을 축생 안에 떨어져 있었다. 이 사람은 그때에 즉시 도를 얻어야 했는데도 어리석었던 까닭에 스스로 생사에 오랫동안 있었다. 이제는 나의 처소에 와서 마음이 청청한 까닭에 해탈하게 될 것이다.]고 하셨다.


인생 육십이 그렇게 긴 줄만 알았더니

돌아보니 코 앞이 육십이네

이 몸이 어리석고 눈조차 멀어서

내 코앞을 내가 보지 못했네


내 일찍이 알았더라면 이렇게 살았을까?

내 잘나고 니 못났다,

내 옳고 니 그릇다,

그렇게 아웅다웅 그렇게 살았을까?


꽃잎에 맺힌 새벽이슬

해뜨면 사라지듯

발구르며 찾아나선 이름 석자 재물들

부질없는 뜬 구름인 줄

내 일찍이 알았더라면 그렇게 찾았을까?


게으른 농부 가을걷이 없듯이

앞 못보는 장님 동서남복 모르듯이 

심어 논 것 하나 없는데

갈팡질팡 살아온 어리석은 내 삶이기에

무엇으로 내 인생의 가을걷이 거두랴.


한스럽구나, 한 스럽구나 지나온 내 인생

뉘 잡고 속절없이 이 마음을 달래볼까?


서산에 걸린 달 고개넘기 아쉬운 듯

애잔한 달빛만 허공에 맴돌고

애끓는 이 내 마음 저 산새가 아는지

이 밤이 깊도록 잠들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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