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30) 천장지구(天長地久)와 연리지(連理枝)

2025. 4. 5. 17:11삶 속의 이야기들

 

천장지구(天長地久)란

하늘도 영원하고 땅도 영원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노자의 《도덕경. 제7장》에 비롯된 말이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하늘도 영원하고, 땅도 영원하다.

하늘과 당이 능히 영원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몸을 뒤로 두어도

몸이 앞에 나서게 되고,

몸을 버려도 몸이 살아남게 된다.

이는 사심(私心)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불교적 입장으로 보면 무아(無我)의 입장인데,

이는 곧 하심(下心)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인의 삶에 대한 철학관은

이상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것에 더 무게를 둔다.

<도덕경>에서 말한 천장지구는

성인(聖人)을 두고 한 말이지만

이 시대에 이르러 삶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하늘과 땅이 영원함이 변치 않는

애정의 의미로 탈바꿈시켜 시문학의 백미로 가꾸어 놓았다.

화청궁의 양귀비 상

그 대표적인 적인 것이 바로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이다.

 

장한가(長恨歌)/백거이

 

헤어질 무렵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말에는 둘만 아는 맹세가 들어 있었지

칠월 칠석 장생전(長生殿)에서

깊은 밤 남몰래 속삭인 말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자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恨)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양귀비와 현종의 재회

<원문(原文)의 마지막 연>

臨別殷勤重寄詞 詞中有誓兩心知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和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비익조(比翼鳥)

암컷과 수컷이 각각 눈과 날개를 하나씩만 갖고 있어서

짝을 지어 한 쌍이 되어야 서로 의지하여 날 수 있는 새로

부부의 사이가 운명처럼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금슬이 좋은 부부의 정을 상징한 새로 중국 문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조류다.

 

〈장한가〉는 120구, 840자로 이루어진

당현종(唐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전단은 총 74구로, 현종이 양귀비를 만나

지극한 사랑을 나누다가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양귀비가 죽은 후 밤낮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며

창자가 끊기듯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그렸다.

후단 46구는 현종이 양귀비를 못 잊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도사가 선계로 가

선녀가 되어 있는 양귀비를 만나 그녀에게 들은,

현종을 그리워하는 양귀비의 마음과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의 맹약으로 되어 있다.

위에 예를 든 부분은 선녀가 된 양귀비가

도사에게 이야기해 준, 천보(天寶) 10년(751)

칠월칠석에 현종과 양귀비가

화청궁(華淸宮)에 거동하여 노닐며

장생전에서 나눈 사랑의 맹약으로,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라는 구절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애정을 비유하는 말인

‘천장지구’가 유래했다.

〈장한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창되었으며,

시가와 소설과 희곡으로 윤색되는 등,

중국 문학에 많은 제재를 제공했다.

<자료 출처: 나무위키>

영원히 변치않고 지속되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되어야 사람들을 감동적일 수 있다.

그래서 시인들은 그것을 노려 아름다운 수식어로

추한 것은 덮어 버리고

아름답고 감미로운 것만 찬미하게 되는 것이다.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 그렇게 찬양될 만한 아름다운 사랑인가?

양귀비는 연인이 아니라 원래는 현종의 며느리였다.

그 아들의 여자가 아버지인 현종의 여인이 된 것이다.

처음은 추악했고, 중간은 아름다웠지만 그 끝은 참담했다.

그러나 시인인 처음은 덮어 버리고

끝은 아름 선녀의 이야기로 포장해 버렸다.

때로는 거짓이 진실보다 아름답다는 말,

정녕 허구는 아닌 모양이다.

남녀의 영원한 사랑을 비유하는 나무가 있다.

요즘 트로트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가 바로 그 나무다.

연리지(連理枝)는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현재는 남녀 간의 사랑 혹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괴산 산막이 길을 걷다 보면

마치 보호수처럼 울타리까지 쳐 놓은 나무가 있다.

연리지(連理枝)다.

연리지 모습을 한 나무는 많이 볼 수 있다.

장난삼아 연리지를 잘라내 거꾸로 세워보았더니 한 몸이 되었다.

본래 한 몸이었던가 보다.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동체(萬物與我同體)> 라는 말

생각해 보니 전혀 낫설은 말이 아니다.

연리지가 언제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찰을 순례하다 보면 숲속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계룡산 동학사의 부부목,

강화 적연사의 부부목 등 관심을 갖고 숲은 보면

많은 연리지가 보인다.

하늘이 영원하다면 땅도 영원하다.

하늘이 지아비라면 땅은 지어미가 된다.

하늘은 사심 없이 땅을 돌보고, 땅은 사심 없이

받들고 있어 천지가 영원한 것이 아니겠는가?

사심이 없는 마음은 곧 하심(下心)이다.

영원한 사랑을 하심(下心)이 뿌리다.

사랑은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인과 부부의 사랑도 하심이 없다면

갈등만 생겨날 뿐이다.

서로서로 하심을 가질 때

하늘도 땅도 영원하듯 부부의 사랑도 영원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뜻하는 글자가 <人>이 된 모양이다.

 

강화 적연사 부부목

계룡산 동학사 부부목

 

연리지(連理枝)

~玄林~

너였나 나였나

삭풍이 몰아칠 때

우리는 분명 남이였는데

 

춘풍이 불어

피는 꽃 바라보니

네 가지에서 내가 피고

내 가지에서 네가 피는구나.

 

하늘이 땅과 멀어 보이지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바람은 번갈아 오가지만

우리는 본래 그 자리에 있었네.

 

몰랐구나, 너와 나와

본래 한 몸이었다는 것을.

물고기가 물을 잊은 듯

우리는 살면서 잊고 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