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단상(斷想) 4 우정(友情)
2025. 3. 16. 13:35ㆍ삶 속의 이야기들
친구 간의 진정한 우정은 나이가 들면 그 빛을 더한다.
우정이란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진정한 만남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일면여구(一面如舊)란 말이 있지만
이는 시인(詩人)이나 도인(道人)의 말이다.
만남이 멀어지면 대화가 끊어지고 우정도 멀어진다.
우정은 만남이 잦아질수록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에 목적이 있으면, 이해득실이 개입하면
마치 장작의 불꽃처럼 쉽게 타오르지만 금방 식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 친구를 사귀기는 힘이 든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 사람은 교활해지고
타산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익과 손실을 따지기 때문에 영리해 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것이 그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지 생각하고
수많은 이득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만남의 의미보다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질적인 것에 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비(非) 본질적(本質的)인 그것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더 세속적으로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세속적이라는 말은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비본질적인 것은 자동차, 집, 자식과 가족, 은행예금,
보험 때로는 옛 지위에 대한
향수나 권위, 등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만남도, 우정도 이에 따라 유불리(有不利)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안전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구를 만나지만
그 만남은 이에 비례하여 행해지는 것이다.
적게 가진 자보다는
많이 가진 자에게 관심을 더 두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우정은 우정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얽힌
유불리에 따른 한 방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우정을 쌓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시인이나 도인들이 말하는
일면여구(一面如舊)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보자.
이는 시간이나 만남의 회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종교적인 만남과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예수에게 물었다.
「당신 아버지의 나라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무엇입니까」
그러자 예수가 대답했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없노라.」
신의 왕국에는 시간이 없다. 영원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마음이 만든 허구이다. 시간은 마음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지만
그대의 마음이 사라지는 날, 시간도 사라진다.
우정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일면여구(一面如舊)란 시간과 회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문제다. 신뢰하는 마음이 문제다.
우정에 틈이 생기는 것은 시간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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