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단상(斷想) 6 배경과 형상의 조화

2025. 3. 25. 07:15삶 속의 이야기들

심리학에 게슈탈트(gestalt)란 말이 있다.

어떤 형상과 그 배경 사이의 조화를 뜻하는 말이다.

모든 형상과 배경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렇게 보일 뿐이다.

 

검은 칠판에는 흰 분필이 어울린다.

흰 화선지에는 검은 먹물이 어울린다.

 

새 한 마리가 허공에서 날아 들어왔다.

넓은 공간을 비워두고 귀퉁이에 머물고 있는 새.

여백이 형상의 의미를 깊게 만든다.

 

동양화에서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여백은 사물이 없는 빈 공간이 아니다.

여백이 있어 사물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채움과 비움은 상대적이다.

상대적인 것이 도리어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그대는 조화가 아니라 대립으로 본다.

 

형상만 보지 말고 배경도 함께 보아야 한다.

여백이 있기 때문에 형상이 의미를 가지게 된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다.

삶은 희(喜)도 있고 비(悲)도 있다.

삶은 낙(樂)도 있고 고(苦)도 있다.

그것을 대립으로 보지 말고

형상과 배경으로 보자.

그러면 삶은 조화롭게 흘러갈 것이다.

 

희(喜)를 여백으로 여기면

비(悲)는 단지 지나갈 바람이요,

낙(樂)을 여백으로 여기면

고(苦)는 잠시 머물다 가는 소낙비일 뿐이다.

 

삶의 길에서 필요한 것은 게슈탈트다.

형상과 배경의 조화다.

그대와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