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단상(斷想) 9 출가의 의미 (집의 의미)

2025. 4. 5. 12:11삶 속의 이야기들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은 길고
피로한 이에게 길은 멀다.
미련한 이에게 생사(生死)는 길고
묘한 법을 듣기는 참으로 어려워라.

(不寐覺夜長,疲倦道路長,
愚迷生死長,希聞於妙法。)

 

요즘은 가출(家出)이라는 말은 해도

출가(出家)라는 말은 이방인의 언어처럼 되어 버렸다.

어순(語順)만 바뀐 것뿐인데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는 세태가 그만큼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가(出家)라는 말은 재가(在家)의 생활을 떠나서

사문(沙門)의 수행을 닦는 것을 의미한다.

속된 말로 집을 나와서 중이 되어 도 닦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가출(家出)이란 말은 가족과 함께 살다가

가족의 동의 없이 집에서 나가는 행동을 일컫는다.

요즈음은 그 말도 과하다고

사회복지나 인권운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탈 가정>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고 있다.

 

라마승

집을 나온다는 그 <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법경경(法鏡經)》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집에 있으면, 곧 부모의 사랑, 형제의 사랑,

자매(姉妹)의 사랑, 부인의 사랑, 자식의 사랑,

집에 대한 애착, 재산에 대한 애착, 자손에 대한 애착,

갖는 것에 대한 애착, 싫증 내지 않고

재물을 구하는 애착이 있나니,

그러므로 집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집에 있는 자는 만족하기 어렵나니,

비유컨대 큰 바다로 모든 강물이 돌아가는 것과 같으니라.

집에 있는 자는 싫증 낼 줄 모르니,

비유컨대 불이 섶을 얻은 것과 같으니라.

집에 있는 자는 생각이 많아서 쉴 수 없나니,

비유컨대 바람이 머물러 그치지 않아서

마침내 침몰함과 같으니라.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 백족민거

또 맛있는 음식에 독약이 섞인 것과 같아서

있는 것 모두가 괴로움이니,

비유컨대 원수와 같고 사이비 지식(知識)과 같아서

사람의 행동을 그르치며,

성인이 베푼 바의 행이 아니어서

변하여 싸움이 되며, 번갈아 서로 인연이 되어

항상 불화하여 병통이 많으며,

선과 악의 행을 행하여서 인연이 있는 곳마다

항상 사람들이 싫어하고 의심하는 바가 되며,

그릇된 사람에게 있으니 가진 것이 뒤바뀐 까닭에

오히려 착하지 않으며, 비록 착하다 해도

권모(權謀)와 사기(詐欺)가 있어서 오히려

그 성품과 행동을 보건대

흡사 광대의 몸 같으니 빠르게 바뀌고 변하기 때문이다.

4세 달라이라마가 머물었다는

옛 법좌 자리에 세운 티벳트의 탑

그런데 말이다. 이건 무어라 하지?

고타마싯달타가 깨달음을 성취하고 부처가 되어 돌아왔다.

부처가 되어 돌아온 고타마싯달타는

옛집인 왕궁에 돌아와 법륜을 펼쳤다.

부왕인 정반왕과 자기 부인이자

라훌라의 어머니인 야소다라도 귀의시켰다.

그런데 그의 아내였던 야소다라가 말한다.

제부도의 일몰

“꼭 그렇게 집을 나서야만 했나요?

집에서는 그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었나요?”

깨달음은 꼭 출가(出家)해야 하고,

재가(在家)에서는 할 수 없었느냐고 묻는 것이다.

 

 

강변에 노니는 두 미물

왜가리는 왜 두 발로 노닐고

백로는 왜 외발로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