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5. 21:51ㆍ삶 속의 이야기들
《유마경》은 유마거사가 병이 들어 부처님이 십대제자를 비롯하여
여러 제자에게 유마거사에게
병문안을 보내는 것을 테마로 스토리를 엮어가는 경전이다.
《유마경》의 <문수사리문질품>을 보면
문수사리가 병문안을 가서 유마힐에게
“당신의 병은 견딜 만 합니까?” 하고 묻자,
유마힐 이 이렇게 답한다.
「이 병은 치(癡: 어리석음)를 쫓아 애(愛)가 있어서 생겼습니다.
그것은 일체중생이 병들었기 때문에 나의 병이 생겼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일체의 중생에게 병이 없게 되면
곧 나의 병이 없어질 것입니다.」
경전을 볼 때마다 이 구절은 나 밖의 중생을 위한
자비심의 발로 정도로 가볍게 여겼는데
오늘 마음이 심란하여 저녁에 소주 한두 잔을 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경춘선 숲길을 걷다가
문득 <중생>이란 말에 회의가 생겼다.
유마거사가 말한 중생이 밖에 있는 중생을 말한 것인가?
아니면 유마거사의 마음 안에 있는 그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선가(禪家)에서는 본심을 주인공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내 본심 안에 있다는 그 무엇은 무엇인가?
유마거사는 불교에서 3대 거사로 추앙받는 성인이다.
그러나 아내를 두고, 자식을 두고 재산까지 갖고 있었으니,
외형적으로는 보면 우리네 삶과 다를 바가 없다.
태고사 석문
중생. 그 중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유마거사는 밖의 중생만 말한 것인가?
불교의 자비심이란 밖의 중생들만 위한 것인가?
그렇다면 내 안의 중생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열반이니 해탈이니 하는 말은 잠시 접어두자.
중생, 도대체 중생이란 무엇인가?
마음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여울진다.
달은 구름 속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데
가로등 불빛이 강물 위에 일렁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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