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40구 어묵동정과 참선
2024. 12. 12. 09:52ㆍ증도가
다녀도 참선이요 앉아도 참선이니
어묵동정에 본체가 편안함이라
<原文>
行亦禪坐亦禪(행역선좌역선)
語默動靜體安然(어묵동정체안연)
증도가 앞부분에서 이미
“마음이 끊어진 하릴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지극히 실답고 평상적인, 편안한 곳에 다다르면
티끌이나 겨자씨만큼도 얻을 것이 없고
그저 그렇게 가는 곳마다 자유롭고 편안하니
진실로 無心道人을 한도인(閑道人)이라 한 것입니다.
“어묵동정(語黙動靜)에
본체가 평안하다.”란 이를 의미한 것입니다.
@無心은 無念입니다.
무념이란 모든 곳에 무심함이니
모든 경계가 없으며 생각과 구함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경계와 물건을 대하여도
일었다 꺼지는 움직임이 전혀 없으니
이는 곧 무념이 진여의 바른 생각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마음이 나면 허망이요(心生卽妄)
마음이 나지 않으면 부처다(不生卽佛).
마음이 난다고 힘은 잡념만 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보리 열반과 마음을 관찰하여
성품을 보는 현묘한 마음이 나는 것도
마음이 나타나는 것으로 모두 망심이 된다.
잡념과 망상이 영영 적멸해야
비로소 나지 않음(不生)이라 이름한다.
마음이 있으면 영원토록 범부에 머물러 있고
마음이 없으면 찰나에 정각을 성취한다.」(淸凉鈔)
라고 했습니다.
보조국사 지눌은
「통달한 이의 경지에서 선정과 지혜를
평등하게 가진다는 뜻은 애써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무위(無爲)라서 어떤 특별한 때도 없다.
빛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에도 그러하고,
옷 입고 밥 먹을 때에도 그러하고,
똥 누고 오줌 눌 때도 그러하고,
남과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고,
내지 걷거나 서 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혹은 기뻐하거나 성내거나,
언제든지 낱낱이 그러하다.
마치 빈 배가 물결을 타고 올랐다 내렸다 하고,
흐르는 물이 산을 돌아나갈 때
굽이를 만나 돌아가기도 하고
곧은 곳에서는 바로 흘러가기도 하듯이
마음 마음이 알음알이가 없는 것이다.」(수심결)
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말하는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黙動靜)은 범부들이
망심에서 행하는 것을 말함이 아니고
깨어있는 마음 즉 무심, 무념에서 행한 것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남명천화상은 이렇게 주석하였습니다.
「조종(祖宗)의 문하에서는 하나하나 가르쳐 보이고[垂示]
낱낱이 일제히 드러낸다[齊彰]. 전(傳)에서 말하였다.
“한 생각 한 생각에 석가가 세간을 벗어나고,
걸음걸음에 미륵이 하생한다.
분별로 문수의 마음을 나타내고,
동용(動用)으로 보현의 행을 운용(運用)한다.
문마다 모두 감로(甘露)가 나오니
모든 맛이 다 제호(醍醐)의 맛이로다.
보리(菩提)의 숲을 벗어나지 않고
화장(華藏)세계의 바다에 길이 거처한다.
빛과 빛이 티끌을 꿰뚫지 않음이 없고,
밝고 밝아서 눈에 가득 휘황하다.
어찌 미묘한 논변으로
선양(宣揚)하는 수고로움을 끼치겠으며,
어느 겨를에 신통으로 나타내 보이겠는가.”
만약 이와 같다면 걷고 머물고 앉고 눕는 등
눈에 부딪히고 연(緣)을 만날 때마다
응용(應用)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지만
진여(眞如)의 본성은 담연(湛然)하여 요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걸어 다니는 것도 선이고, 앉는 것도 선이며,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고요할 때도 체(體)는 편안하도다”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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