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 제37구 향상과 청룡

2024. 12. 1. 22:03증도가

 

향상은 분주하게 달아나 위엄을 잃고

천용은 조용히 듣고서 희열을 내는구나!

 

<原文>

香象奔波失却威(향상분파실각위)

靑龍寂廳生欣悅(청룡적청생흔열)

 

향상(香象)은 향기를 풍기는 코끼리를 말한다.

경전에서는 대개 코끼리의 왕은

구경각(究竟覺)을 성취한 부처님을 비유하는데

여기서는 성문승(聲聞乘)과

연각승(緣覺乘)으로 비유하고 있다.

성문승(聲聞乘)이란 소승에 속하는 제자로

부처님의 성교(聖敎)를 듣고

사성제(四聖諦)의 이치를 깨치고

견사(見思)의 혹을 끊고

아라한의 경지에 들어간 사람을 가리킨다.

연각승(緣覺乘)은 독각(獨覺)

또는 벽지불(辟支佛) 등으로도 표현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수행하여 깨달았지만,

적정한 고독을 좋아하여

설법 교화하지 않는 성자를 가리킨다.

연각과 성문을 함께 이승(二乘)이라 한다.

성문승(聲聞乘)은 인공(人空)은 깨달았지만,

법공(法空)을 깨닫지 못하고,

연각승(緣覺乘)은 오로지 자리행만을 닦고

이타심이 없어서 자비심으로 중생을 교화하지 못하므로

성문과 같이 불과(佛果)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성문 연각승은 무아(無我)에 빠져

인공(人空)만 보고 법무아(法無我)

즉 법공(法空)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향상(香象)이 분주히 달아나 위엄을 잃는다>라는 말은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청룡은 조용히 듣고서 희열을 낸다>라는 말은

근기가 뛰어난 중생이 대승의 법문을 듣고 기뻐함을 비유한 것이다.

코끼리는 지상에 머물지만 청룡은 하늘에 머문다.

이는 곧 근기가 뛰어난 대사(大士)를 암시하는 것이다.

 

마조(馬祖)의 어록(語錄)에 이런 말이 있다.

「聲聞은 불타의 聖心을 모르니

空定(人空)에 머물러 있고

모든 보살은 空(人空)에 빠져

寂(法空)에 막혀 불성을 보지 못한다.

만약 근기가 뛰어난 중생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지시를 받고는

말끝에 분명히 알아차려 다시는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 본성을 단박에 깨친다.」

위 글에서 청룡을 비유한 것은

후귀의 이 음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성문연각승(聲聞緣覺乘) 등의 승(乘)이란 말은

범어(梵語)로는 야마(yãma) 이며,

뜻으로는 승재(乘載)를 의미한다.

이는 곧 행법(行法)을 말한 것으로 행인(行人)을 태우고

그 과지(果地)에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남명천화상의 주석에는 이렇게 설명한다.

『향상(香象)은 소승인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으로

정성(定性)의 사람을 비유한 것인데,

이들은 마음을 돌이켜 대승으로 향하지[廻心向大] 못하고

자기가 들은 원돈의 대승법을 진실로 믿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법화경(法華經)』에서

5천 명이 법석(法席)에서 물러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떠나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코끼리왕[象王]이 비록 위엄과 덕이 있지만,

가령 사자후를 들었을 때는

이내 위엄을 잃고 달아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향상은 분주하게 달아나 위덕을 잃는다”고 한 것이다.

 

“천룡은 고요히 들으면서

기꺼이 희열을 일으킨다.”라고 한 것을 말해 보자.

제천(諸天)과 용왕(龍王)은 사자후를 들을 때

마음이 곧 즐거워져서 희열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대승보살(大乘菩薩)인 사람이

부처님께서 설하는 대법(大法)을 듣자

마음에서 환희가 일어나

한량없이 날뛰는 것[踊躍]을 비유하였다.

마치 수보리(須菩提)가

반야회상(般若會上) 가운데 있으면서

부처님께서 반야(般若)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

희열이 극에 달하여 슬퍼한 것과 같으니,

이 때문에 『금강경(金剛經)』에서 말하기를

“이때 수보리가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희유(希有)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부터 혜안(慧眼)을 얻기는 했으나

이와 같은 경(經)은

아직까지 듣지 못하였습니다’고 하였다”고 했으니,

바로 이와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