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29구 해구의

2024. 9. 1. 18:46증도가

 

다만 자신의 마음 때 묻은 옷 벗어버릴 뿐

뉘라서 밖으로 정진을 자랑할 것인가?

 

<原文>

但自懷中解垢衣(단자회중해구의)

誰能向外誇精進(수능향회과정진)

 

내 몸이 괴롭고 내 마음이 괴로운 것은 번뇌 망상 때문이다.

번뇌라 내가 지은 탐욕과 욕심, 성냄과 어리석음 등

제혹(諸惑)을 말한다. 이는 누가 지은 것도 아니고

내가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누가 나를 대신하여

나의 업을 벗어나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더러운 옷을 그대로 입으면 악취도 더해진다.

때가 묻은 옷은 빨리 벗을수록

몸도 마음도 청량해진다.

내 마음속에 때 묻은 옷이란 번뇌를 말한다,

그러므로 때 묻은 옷을 벗는다는 말은

곧 번뇌를 벗는다는 의미다.

 

고창 선운사에 가보면

<해우소(解憂所)>와 <휴급소(休急所)>라는

편액이 붙은 건물이 있다.

화장실을 가리키는 말인데 경봉 스님이 지었다고 전한다.

해우소는 큰 것, 휴급소는

가벼운 것을 해결하는 곳을 의미한다.

사람 살면서 당장 이보다 더 급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해우소를 찾고, 휴급소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도 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본인이 가서 일을 보아야 한다.

자신이 지은 번뇌를 벗어나는 그것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인과응보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명번뇌를 지우는 일은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의 수행이 필요하다.

참회게를 외운다고 무명번뇌가 멸해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마음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과장할 것도 없다.

마음 공부가 먼저다.

화장실을 용맹스럽게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듯,

내 마음의 무명 지우는 일도 그와 같다,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지은 업을 멸해야 하는 것은

수행자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이는 자랑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밖에다 데고

누가 그것을 자랑할 것도 없다고 한 것이다.

 

남명천화상은 이렇게 주석했다.

「때 묻은 옷[垢衣]은 바로 무명번뇌(無明煩惱)이다.

옷은 덮는다[蓋覆]는 의미이다.

구(垢)는 진구(塵垢)이다.

진(塵)은 염오(染汚)의 의미이다.

이 무명(無明)은 청정한 법체를 덮을 수 있고

미묘한 각성을 혐오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옷으로 비유한 것이다.

다만 자기 마음에서 때 묻은 옷을 벗는다고 한 것은

하물며 자기 일을 타인이 할 수 없는 것이겠는가.

등각(等覺) 이하는 모두가

때 묻은 옷[垢衣]을 입은 보살[大士]이다.

견성한 사람은 감춰진 비밀스러운 작용으로

진로(塵勞)와 무명에 덮이지 않는다.

그 때문에 ‘때 묻은 옷을 벗는다[解垢衣]’라고 한 것이다.

고덕이 말하기를 “기름기 묻은 모자를 물리치고,

나쁜 냄새 나는 포삼을 벗고, 손을 휘저어

가시나무 숲을 벗어나서

대자재(大自在)를 얻는다”라고 하였다.

소승인(小乘人)은 전적으로

외부의 사상(事相)에서 구하므로

비록 몸을 법좌(法座)로 둘러싼다 해도

마음은 법진(法塵)에 둘러싸여 있으니,

이것이 “정진을 밖으로 자랑하는 것[外誇精進]”이다.

보공(寶公)이 말하기를

“사람이 결단코 용맹정진을 굳건히 하면

게으르게 된다”라고 하였는데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