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23구

2024. 8. 15. 16:19증도가

 

격조가 예스럽고 정신이 청아하며[調古神淸]

풍체 스스로 드높음이여

모습은 초췌해도 뼛골은 강인한데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구나

 

<原文>

調古神淸風自高(조고신청풍자고)

貌悴骨剛人不顧(모췌골강인불고)

 

마음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괴로움을 겪는 것을 번뇌라 한다.

마음이 삼독과 오욕의 번뇌에 얽매이면

모든 심신이 탁(濁)해지고, 어리석어지고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마음을 깨달으면 해탈이라고 하고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열반은 적멸(寂滅)이다.

일체 번뇌가 멸진되었다는 의미다.

일체 번뇌가 멸하면 장애될 것이 없다.

삼계도 초월하고, 생사에도 초월하게 된다.

모든 행에 걸림이 없어진다.

나를 얽매인 번뇌가 사라졌으니

심신이 맑아지고 대인(大人)의 풍모를 지니게 되고

모든 행이 고아(高雅)하여 걸림이 없게 된다.

 

@<유심결(唯心訣)>에 이르길

「오직 '한법'만 깨달으면 만법 두루 통탈하여

미진 겁에 막힘 대번에 녹여내고

가이없는 참뜻 일시에 통탈하리.

깊이 법의 바닥 사무치고 환하게 부처의 기틀 보아

가만히 앉았어도 온갖 세상 노닐고

걸음 안 떼어도 온갖 도량 지나리니.

어떤 불찰(佛刹)인들 못 오르겠으며

어떤 법회(法會)인들 못 거칠까.

실로 한 모양도 실상(實相) 아님 없고

한 인연도 원인(圓因) 아님 없으매

모래알 같은 여래(如來) 눈앞에 환하고

시방의 불법(佛法) 손바닥 보듯 밝도다.」라고 했다.

 

세속의 성자인 부대사 흡(翕:497~569)선사도

<심왕명(心王銘)>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중국의 유마거사로

백장과 임제, 약산유엄선사 등과 같이

한결같이 칭송받고 있는 인물 중 한분이다.

 

「응물(應物)하여 수정(隨情)하되, 자재하고 무애하며

소작(所作)을 모두 이룬다.

근본을 깨치면 마음을 알고

마음을 알면 견불(見佛)하나니

이 심(心)이 이 불(佛)이며 이 불(佛)이 이 심(心)이다

염념(念念)이 불심(佛心)이니

불심(佛心)으로 염불한다」 고 했다.

앞에서 통달한 자는 열반로에 함께 거닌다고 했다.

이미 열반에 들었다면

그 마음은 무애자재하고, 맑고 밝으며 청아한 것이다.

열반에 들었음으로 세속에 물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격조가 예스럽고 정신이 청아하며[調古神淸]

풍체스스로 드높다>라 한 것이다.

 

<‘모습은 초췌해도 뼛골은 강인한데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한 것은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나 마음의 상(相)을 말한다.

마음에 가득찬 육진 경계의 번뇌를

내려놓았으니 텅빈 마음이다.

오음이 나라는 생각도 나의 모든 것(我所)을

내려놓은 적정(寂靜)의 마음을

모습이 초췌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뼛골이 강인한데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말은

삼계를 초월하고 생사를 벗어나고

일체 번뇌를 초월한 이 적정(寂靜)한 마음은

그 어느 것도 훼손할 수없고

부스러터릴 수 없이 강건하다는 것을 의미다.

 

남천명화상은 이 구를 이렇게 풀이했다.

「요달하지 못한 사람[未了之人]은

세간의 인연을 깊이 탐착하여 맛에 집착하고

농염한 것에 들떠서 정신이 혼란하여

안으로 지켜야 할 것을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이것은 도인(道人)의 동정(動靜)이 아니다.

도를 간직한 선비[有道之士]는

세상의 인연에 물들지 않아 격조가

예스럽고 담박하며, 정신이 청아하고 맑아

도풍(道風)이 높고 아득하다.

이 때문에 “격조가 예스럽고 정신이 청아하여

도풍이 저절로 높다네[調古神淸風自高]”라고 하였다.

“모습은 초췌해도 뼛골은 강인한데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네”라고 한 것을 말해 보자.

대수행인(大修行人)은 비록 형상은 앙상하고

초췌하지만 마음에는 탐욕이 없어서

안에서 주재(主宰)하고 있는 것은

마치 금석처럼 강인하지만 아는 이가 드물다.

염부제인(閻浮提人)은 색상(色相)에 깊이 탐착해

생사에 유전하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데도

살펴서 깨닫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

가난한 선비와 같은 형상으로 세간에 숨어 지내면

헤아려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본분도인(本分道人)은 안으로

반야를 온축(蘊蓄)하고 있어서

화려한 장식을 일삼지 않고

풍모가 청아하여 예스럽지만

아는 이가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모습은 초췌해도 뼛골은 강인한데

사람들은 돌아보지 않는다네[貌悴骨剛人不顧]’

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