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25구
2024. 8. 17. 12:13ㆍ증도가
가난한즉 몸에 항상 누더기를 걸치고
도를 얻은 즉 마음에 무가보를 감추었도다.
<원문>
貧卽身常披縷褐(빈즉신상피루갈)
道卽心藏無價寶(도즉심장무가보)
<루갈(縷褐)>은 천 조각으로 지은 베옷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스님들이 입는 가사(袈裟)를 말한다.
헌 천의 조각조각을 기워 모아서 만든 옷이므로
백납(百衲) 또는 납의(衲衣)라고도 한다.
이는 인도에서 일찍이 시작되었다.
부처님이 태어날 당시는 인도는 날씨가 무더워
가볍게 옷을 입었던 모양이다.
또한 천도 귀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수행자는 버려진 천조각을 모아
옷을 지어 입었다. 버린 천은
마치 똥을 닦는 헝겊과 같으므로
이를 분소의(糞掃衣)라고도 한다.
출가한 비구가 이런 옷을 입는 것은
탐심(貪心)을 여의기 위한 것이다.
모름지기 도를 닦는 이는 검소로써 표본을
삼아야 하기 때문에 분소의를 많이 입는다.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천으로 짠
가사를 거친 스님들도 있지만,
그래도 평생 한벌의 분소의같은 옷를 입고 지내는
청렴한 수도승도 있다.
이런 청렴 수도인을 진정한 납자(衲子)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납의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고승들은 『학도선수학빈(學道先須學貧)하라』
고 했다.
도를 배우려면 가난부터 배우라는 의미다.
재미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중국 고승전에 보면 방거사(龐居士)란 분이 있다.
선승(禪僧) 마조(馬祖) 대사의 제자로 알려진
이 스님은 인도의 유마거사와
우리나라 부설거사와 더불어
세계불교에 있어서 삼대 거사(居士) 중
한 분으로 일컬어지는 스님이기도 하다.
방거사(龐居士)가 언제 출생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간략히 살펴보면
스님은 당나라 사람으로 808년에 이르러 입적하셨으니
이는 우리나라로 보면 신라시대에 해당한다.
성은 방(龐)씨이고, 거사의 이름은 온(蘊),
성장한 뒤의 자(字)는 도현(道玄)이다.
그는 현재 중국 호북성(湖北城)에 해당하는
형주(衡州) 형양(衡陽) 출신으로
아버지는 형양 지방의 태수였고
성남(城南)에 살면서 집의 서쪽에 암자를 짓고 수행했다.
그로부터 수년 뒤 방거사를 비롯하여 전 가족이 득도하니
지금의 오공암(悟空庵)이 옛 수행하던 암자가 그것이요,
후에 암자의 아래에 있는 옛집을 희사하니
지금의 능인사(能仁寺)가 그것이다.
방거사가 도를 성취하기 이전에
아버지가 지방의 태수에 지낸 덕에
집안은 부러운 것 없이 넉넉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스님은 불가에 입문하면서
수행정진을 위해 당나라 정원연간(785~804)에
자신의 전 재산을 배에 싣고
동정호(洞庭湖)의 상류에 수장해 버리고
그날 그날의 생활을 대나무 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 팔면서 영위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라고 하는데
세속인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하기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행동한 것이다.
재물이란 없으면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고,
가지면 더 갖고 싶고, 또 가지게 되면
이를 지키야 하기 때문에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번뇌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으로 수행하는 자가 부유하면 나태(懶怠)해지고
희로애락의 산란(散亂)한 마음의 유혹이 일어나므로
정진에 장애가 된다. 반면
가난하면 나태함이 사라져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까지도 일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도를 알려면은 가난부터 배우라고 한 것이다.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에도
이런 말이 있다.
「도법(道法)은 소욕(少欲), 지족(知足), 은처(隱處),
정진(精進), 제심(制心),
정의(定意), 지혜(智慧)에 있다」라고 했다.
욕심을 적게 가지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며,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라
한적한 곳에 은거하여,
정진하며 해태하지 말아야 하며,
방탕한 마음을 다스리고,
뜻은 탐진치를 여의어 바르게 하고,
어리석음을 피해 지혜를 갖는 것이
도의 수행이라는 의미다.
방거사는 수행자로서
철저하게 이를 따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도를 얻은 즉 마음에 무가보를 감추었도다.>는 말을
살펴보자
이 깨달은 이 마음은 어떤 것인가?
지눌스님은 <수심결> 이렇게 말했다.
「이 몸은 임시의 허깨비(假幻)라
생멸(生滅)을 겪지만, 참마음(진심<眞心>)은
허공같이 끊임없고 불변(不變)이다.」라고 했다.
‘몸은 허물어지고 흩어져 불과 바람으로 돌아가지만,
영구히 신령한 한 물건(마음)은
하늘땅을 덮는다’. 는 의미다.
그 신령한 마음을 <영적공지(空寂靈知)>라 한다.
보리심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 행주좌와 어묵동정을 짓고,
삼계(三界)와 시공(時空)을 벗어나
일체의 공덕을 짓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보배라하여
무가보(無價寶)라 한 것이다.
남명천 화상은 이 구를 이렇게 주석했다.
「가난하면 몸을 꾸미는 장식이 없게 되는데,
이것을 몸의 가난[身貧]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 도(道)는 존중할 만하고
귀하게 여길 만해서 실제로는 가난이 아니다.
고덕이 말하기를 “가사(袈裟)가 떨어진 후에는
거듭 거듭해서 깁고, 양식이 없을 때에는
이집 저집 돌면서 탁발한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가섭(迦葉)이 분소의(糞掃衣)를 입자,
부처님께서 상행(上行)의 옷이라고 찬탄하였으니,
음식을 절약하고 옷을 검소하게 입어서
만족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도를 얻으면 마음에
무가의 보배를 간직한다네”라고 한 것을 말해 보자.
세간의 일곱 가지 보배는 금(金)ㆍ은(銀)ㆍ유리(琉璃)ㆍ
산호(珊瑚)ㆍ자거(車磲)ㆍ진주(眞珠)ㆍ
마노(瑪瑙) 등의 보배인데,
이것은 모두 가치가 한정되어 있지만
오직 마음의 보배만은 가치가 한량없다[無價].
달마(達摩)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모든 법 가운데서 심법(心法)이 최상이고,
모든 보배 가운데서 마음의 보배[心寶]가 최고라네.”
이 보배는 형상이 없어서
도안(道眼)을 갖추지 않으면
끝내 보기 어려우니,
이 때문에
‘마음은 무가의 보배를 간직한다네[心藏無價珍]’
라고 하였다.」
@사진: 경남 고성 폭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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