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24구

2024. 8. 16. 10:36증도가

 

궁색한 부처님 제자 입으로는 가난하다 하지만

실로 몸은 가난해도 도는 가난하지 않네!

 

<原文>

窮釋子口稱貧(궁석자구칭빈)

實是身貧道不貧(실시신빈도불빈)

 

석자(釋子)는 부처님의 아들

곧 불도를 수행하는 자들을 말한다.

입으로 가난하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중생들이 자랑하고 믿는 것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젊음을 믿으며, 둘째는 아름다움을 믿고,

셋째는 세력을 믿으며, 넷째는 재주를 믿고,

다섯째는 귀한 종족임을 믿는 것이다.

 

수행자는 이 몸은 필경 병들고 늙고,

죽음을 피할 수 없을 알기 때문에 젊었다고

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또 이 몸을 색신으로 밖을 보고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한 겹의 피부 아래에는 눈물과 고름과 피와

진액과 대소(大小) 변리(便利)의 집합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몸은 추하고 허망한 것으로 여긴다.

또한 중생들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여기고

같은 생각을 지닌 무리가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부와 재물, 명성을 이용하여 세(勢)를 짓지만

수행인은 세속의 인연으로부터 멀어지기를 원함으로

출가하는 것이다.

또한 중생들 자신의 특별한 재주를 과시하여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선망받기를 바라지만,

수행자는 이것들은 다만 지나가는 바람과 같고

해가 뜨면 사라지는 아침 이슬과 같이 여긴다.

중생은 출신 가문, 족벌, 학력 등등을 내세워

자신의 입지를 자랑하지만,

수행자는 이 모든 것이 인연의 소생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안다.

그러므로 불도(佛道)의 수행자는 나라고 것도,

나의 것이라 것도, 일체 제법이

모두 공함을 알기에 무엇하나 내세울 것도,

자랑할 것이 없으니 가난하다고 한 것이다.

가난하다는 말은 유위법(有爲法)에서 본 것이다.

중생이 의지하는 재물을 비롯하여

이 모든 것은 모두 인연으로 생겨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는

물심(物心)의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道)가 가난하지 않다는 것은

이 도는 곧 마음을 말한다.

경에서는 이 마음을 곧 부처이기 때문에

마음을 본다고 한다.

이 마음은 모양도 없지만,

아무리 사용해도 늘어나거나 모자람이 없다.

한량없는 공덕도 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無價之寶)이라고 한다.

무가보(無價寶)에 대해서는

제25구와 제26구에서 이를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금강경오가해>에서 야부(冶父)선 사는 이를

「가난하기는 범단(范丹: 唐人. 가장 가난한 사람)과 같고

기운은 항우(項羽)와 같다.

위로는 한 조각 기와도 없고 아래로는

송곳 하나 세울 곳이 없다.

날이 가고 달이 옴에 알지 못하겠다. 이 누군가.?」

라고 했다.

 

남명천화승은 그의 주석서에서 이렇게 풀이했다.

「도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밖으로 장식하는 것을 빌리지 않으니,

이 때문에 가난하다고 말한 것이다.

고덕(古德)이 “도를 배우면서 몸을 장엄함에

항상 세 가지가 부족하다”라고 함이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석자(釋子)라고 한 것은 부처님으로부터

구족계를 받은 사람을 칭한다.

마땅히 석가씨라고 해야 하는데,

이 석가씨(釋迦氏)는 다섯 가지 성[五姓] 중의 하나이다.

우리 부처님께서 수행의 인지(因地)에서 태자였을 때

왕에게 네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왕에게 쫓겨났다.

이 네 아들은 덕으로 사람들을 귀의시켜

나라를 강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후회하고

억념(憶念)하면서 사신을 네 아들에게 보내서

돌아오라고 하였으나 네 아들이 사양하고

돌아오지 않자, 부왕(父王)이

‘우리 아들이여[我子]’라고 탄식하였다.

석가(釋迦)는 중화(中華)의 말로는 능인(能仁)이다.

지금 여기서 가(迦)를 말하지 않고

석(釋)이라고만 말함은 간략함을 따른 것이며,

자(子)는 남자(男子)의 통칭이니,

이 때문에 석자(釋子)라고 한 것이다.

입으로 가난하다고 칭한[口稱貧] 것은

입으로는 비록 가난하다고 칭하지만,

안으로는 성인의 법[聖法]을 온축(蘊蓄)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가난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이다[實是]’라고 한 것은

진실한 말[諦實之言]이다.

몸이 가난하다는 것[身貧]은 세상의 재물과

칠보(七寶) 등이 없는 것이다.

도가 가난하지 않다는 것[道不貧]을 말해 보자.

가령 그 도를 논한다면, 항하사와 같은 공덕과

한량없는 법재(法財)는 쓰고 써도 다함이 없어서

송곳 꽂을 땅이 없다 해도

실제로는 가치가 사바(娑婆)와 같으니,

이 때문에 ‘실제로는 몸이 가난할 뿐이지

도가 가난한 것은 아니다[實是身貧道不貧]’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