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15구 제행무상이라

2024. 7. 26. 09:25증도가

 

 

모든 행이 무상하여 일체가 공하니

이는 곧 여래의 대원각이다.

 

<原文>

諸行無常一切空(제행무상일체공)

卽是如來大圓覺(즉시여래대원각)

 

諸行無常이란 만물은 항상 변전(變轉)한다는 뜻이다.

《열반경14》에

<諸行은 無常하여 생멸법(生滅法)이다.

생멸하고 멸이(滅已)하여

적멸(寂滅)이 위락(爲樂)이 된다>라고 하였다.

이것을 제행무상게(諸行無常偈)라고 하며

또 설산게(雪山偈)라고 한다.

 

종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가 있지만 통설은

「모든 삼세에 遷流(천유)하는 유위법을 諸行이라고 하며,

제행은 無常함으로 이는 생멸의 법이 되며

이 생멸의 법은 고(苦)라고 한다.」 고 한다.

<천류(遷流)> 한다는 말은

변이(變移)하여 머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세(世)로 정의하기도 한다.

 

앞의 구(句)를 유전문(流轉門)이라 한다.

生과 滅을 멸하고 나면

無生, 無滅하여 적멸이 되는데 적멸은 곧 열반이다.

이 樂이 樂이 되는 것은

열반의 樂을 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有爲의 苦에 대한 반대로 적멸이 樂이 될 뿐이다.

뒤의 이 구(句)는 환멸문(還滅門)이라고 한다.

 

본 구(句)에서는 유전문에서의 <유위법>이란 말 대신

<일체공>으로 표현했다.

유위법은 인연화합으로 지어짐으로 자성이 없다.

《반야심경》에서는 「이 몸(오온)도 공하다.」라고 했고

《금강경》에서는 「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 했다.

형상을 지닌 모든 것은 허망하다는 말이다.

꿈같고 아지랑이 같아 허망하다는 의미다.

허망하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말이니

이는 곧 자성이 없다는 말이다.

자성이 없는 것은 공(空)임으로

영가대사는 이를 부연하지 않고

바로 일체공(一切空)으로 표현한 것이다.

앞에서 이미 무념(無念)과 무주(無住)를 말했기 때문이다.

 

후구(後句)는 <환멸문(還滅門)>을 말하는 것이다.

<생멸이 멸이하면 적멸이 위락(爲樂)이다.> 라는 말을

<대원각(大圓覺)>으로 대치했다.

소승에서는 사성제를 닦아 고(苦)을 벗어나

아라한이 되어 열반으로 가는 것을

이상으로 삼지만, 대승에서는 육바라밀을 닦아

일체 번뇌를 벗어나 무상정등정각(正覺)을 성취하여

해탈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기에 대원각이라고 했다.

대원각(大圓覺)은 광대 원만한 지각(知覺)을 말한다.

광대 원만한 지각이란 곧 부처님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먼저 말한 배움이 끊어진 한가도인은

무념(無念)을 본(本)으로 삼고,

무주(無住)를 용(用)으로 삼아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불장경(佛藏經)》에 이르기를

「일체의 법은 생이 없고[無生], 멸이 없고[無滅],

상이 없고[無相], 함이 없는 것[無爲]」이라고 했다.

이를 깨달으면 깨달음 즉시 대원각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즉시(卽是)> 라고 한 것이다.

삼세(과거, 현재, 미래) 중의 현재가 아니라

깨닫는 그 순간이라는 의미다.

부처님은

「이것을 모든 부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다.」

라고 말했다.

 

남명천화상은 본 구(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대(四大)의 모습만이 본래 공(空)할 뿐 아니라

작위하는 제행(諸行)이 공적(空寂)하다.

제행이라고 한 것은 일행(一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지가지 만행(萬行)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적함을 말한 것이니,

이 때문에 경(經)에서도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지금 이 몸은 사대가 화합한 것이다.

소위 머리카락[髮]ㆍ털[毛]ㆍ손톱[爪]

치아[齒]와 가죽[皮] 살[肉]ㆍ근육ㆍ

뼈와 뇌수(腦髓)와 구색(垢色)은

모두 지대(地大)로 돌아가고,

가래침ㆍ눈물ㆍ고름ㆍ피ㆍ

진액(津液:몸에 있는 액체의 총칭)

ㆍ연말(涎沫; 군침)ㆍ담루(淡淚; 맑은 눈물)와

정기(精氣)와 대ㆍ소변은 모두 수대(水大)로 돌아가며,

따뜻한 기운[暖氣]은 화대(火大)로 돌아가고,

움직이고 구르는 것[動轉]은 풍대(風大)로 돌아간다.

사대가 각각 분리되어서

지금 몸이 없어지면 장차 어디에 있겠는가?”

이 때문에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여

일체 모든 것이 공하다”고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여래의 대원각(大圓覺)이다’

라고 한 것을 말해 보자.

이미 제법(諸法)이 본래 공적함을 깨달으면

곧 대원각성(大圓覺性)과 상응하게 되는데,

단지 모든 중생이 날마다 쓰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배휴(裵休)재상이 말하기를

“하루 종일 원각(圓覺)의 상태에 있으면서도

일찍이 원각을 증득하지 못한 사람은 범부(凡夫)이고,

원각을 증득하고자 하면서도

아직 극치까지 원각을 증득하지 못한 사람은 보살이고,

원각을 구족해서 원각에

주지(住持)하고 있는 사람은 여래이다”고 한 것이니,

이 때문에 ‘이것이 바로 여래의 대원각이다’고 한 것이다.」

라고 했다.

 

@사진: 김제 망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