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10구 죄와 복이 없고

2024. 7. 18. 11:47증도가

 

죄와 복이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나니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묻고 찾지 마라

 

<원문(原文)>

無罪福無損益(무죄복무손익)

寂滅性中莫問覓(적멸성중막문멱)

 

세간의 법으로 보면 죄도 있고 복도 있고

이익됨도 있고 손해되는 것도 있습니다.

세간의 법을 유위법(有爲法)이라고 합니다.

<유위(有爲)>라는 것은 인연(因緣)이 화합하여

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연이 화합하여 생하기 때문에

내 것[我所]이 없고, 유위(有爲)이기 때문에

그것은 항상 하지 않습니다(無常).

항상하지 않다면 그것은 다른 것에서 핍박당하기 때문에

괴로움[苦]이 됩니다. 육진(六塵)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움을 받게 됩니다. 괴롭다는 말은

다른 것에 의지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인연에 구애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자재(自在)하게 구르지 못하기 때문에

자아(自我)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대(四大)가 인연 화합하여 지어진 이 몸은

무아(無我)라고 하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옛 부처님들도 이를 환(幻)이라 했습니다.

허깨비라는 말입니다.

 

과거칠불의 제3존이신 毘舍浮佛(비사부불)은

이렇게 송합니다.

 

假借四大以爲身 (가차사대이위신)

心本無生因境有 (심본무생인경유)

前境若無心亦無 (전경약무심역무)

罪福如幻起亦滅 (죄복여환기역멸)

 

四大(사대)를 잠시 빌려 생겨난 이 몸이요

마음은 본래 생겨남이 없이, 인연 따라 나타남이라

앞에 境界(경계)가 사라지면 마음 역시 사라지니

죄와 복은 환상이라 일어나고 또 사라진다.

 

보조국사 지눌 선사는 <수심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몸 임시의 허깨비(假幻:가환)라 생멸(生滅)을 겪지만,

참마음(진심<眞心>)은 허공같이

끊임없고 불변(不變)이라.」

 

본문에서 말하는 적멸은 바로 이 참 마음을 의미합니다.

적멸(寂滅)은 범명(梵名)으로 열반(Nirvana)이라고 합니다.

그 체(體)가 적정(寂靜)하여

일체의 상(相)을 여의었기 때문에 적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금강경에 이르기를

「일체의 상을 여의면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다(離一切諸相 卽名諸佛)」

라고 했습니다.

‘일체 상을 여의면 부처다.’라고 하는 말은

깨닫는다(頓悟)는 말입니다.

이를 견성(見性)이라고도 말합니다.

일체의 상을 여읜 자리는 바로 적정(寂靜)한

본래 청정한 마음의 본체 자리를 말합니다.

본래 청정(淸淨)하다는 것은

오염(汚染)에 대한 상대적인 말이 아니라

오염과 청정까지도 벗어난

절대 공적(空寂) 청정(淸淨)을 의미합니다.

이 청정하고 공적(空寂:텅 비어 고요한)한 마음은

삼세(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밝은 마음이며, 또한 일체중생의

본래 근원인 각성(覺性: 깨닫는 본성) 자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제6 존 迦葉佛(가섭불)도 이렇게 송합니다.

 

一切衆生性淸淨 (일체중생성청정)

從本無生無可滅 (종본무생무가멸)

卽此身心是幻生 (즉차신심시환생)

幻化之中無罪福 (환화지중무죄복)

 

모든 중생의 성품은 청정하여

본래부터 생겨남도 멸할 수도 가히 없는 것이로다

곧 몸과 마음 모두 환상 속에서 태어났거늘

환화(幻化) 속에 죄와 복이 따로 없느니라

 

대승에서는 모든 법(諸法)은 색성향미촉법으로

육진(六塵) 중에 능히 잘 분별되지만,

본체(本體)는 담연하여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일찍 변이(變異)함이 없고

허공처럼 부동하여 원통(圓通)하고,

밝게 사무처 겁을 지나도 항상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제법여의(諸法如義)라 합니다.

<육진 중에 능히 잘 분별된다 함>은

깨달으면 선도 없고 악도 없지만

깨닫지 못하면(迷) 선과 악의 성품이

빈 것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도 있고 악도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므로 남명천화상은 이 구(句)를 풀이를

「적멸(寂滅)한 본성 가운데는

아(我)ㆍ인(人)ㆍ중생(衆生)ㆍ수자(壽者) 등의

상(相)이 없으며,

반야의 무상법문(無相法門)과 상응하면

언어로 나타내서 논변하고 묻고 따짐이 없다.

그러므로 ‘죄와 복도 없고 손익도 없으니,

적멸한 본성 가운데서 묻거나 찾지 말라’」라고 했습니다.

@사진: 무이산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