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7구 약장망어광중생

2024. 7. 12. 13:57증도가

만약 거짓말로 중생을 속인다면

진사겁도록 발설지옥 과보를 스스로 초래하리다.

 

若將妄語誑衆生(약장망어광중생)

自招拔舌塵沙劫(자초발설진사겁)

 

여기서 망어(妄語)라 함은

수행자가 닦는 10선(善)의 상대어로서

망어(妄語)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즉 불법(佛法=법성(法性))에 대한 망어다.

세인이 자신의 이익이나 허물을 가리기 위해

헛된 소리로 남을 비방하거나

사람을 속이는 것도 죄가 되는 데

하물며 만법의 진리인 법성을 깨닫지도 못한 자가

마치 깨달은 양 법을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얼마나 큰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는

꿈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구업을 짓는다면 혀가 뽑히는

발설지옥에 스스로 떨어짐을 자초한 것이며

그 고통은 진사겁 동안 받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깨닫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는 법성을 깨닫는다는 의미인데

선가(禪家)에서는 법을 본다고 한다.

<법성게>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無名無相切一切(무명무상절일체)

證智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법성이 원융하여 두 가지 모습이 없고

모든 법이 본래 고요하여

이름 없고 모습도 없어 일체가 끊어졌다.

(그러므로 오로지) 깨달아 아는 지혜만 있을 뿐

다른 경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망어로 중생을 속인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름도 없고 모습도 없다면 무엇을 가지고

법성(진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물속에 비친 달을 두고 하늘의 달이라고

이름도 모습도 없는 것을

이름과 말(名字相)로 그려내어 설할 수밖에 없는데

비록 방편이라고 하지만 진실을 바로 밝히지 못하고

허깨비로 설명하는 것이 되니

거짓된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속이는 허망한 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러므로 이를 망어라고 하는 것이다.

 

진사겁(塵沙劫)은 무량한 시간을 티끌과 모래에 비유한 말이다.

겁(劫)은 불교에서 무량한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범어(梵語) <Kalpa> 의 음을 따라

 <갈랍파(羯臘波)> 또는 <겁파(劫波)>라 하고,

 다시 줄여서 <겁(劫)>이라고 한다.  

지극히 긴 시간. 무한히 오랜 세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말로는 시분(時分)이라고 번역된다.

이 무량한 시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비유로 표현하는데

이른바 개자겁(皎子劫=芥子劫)),

불석겁(拂石劫=盤石劫),

증감겁(增減劫) 등 경에 따라 그 비유가 다양하다.

<법화경>에서는 진점겁(塵點劫)을 설하고 있다.

<법화경>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비유하고 있는데

그 의미를 잠시 살펴보면

<법화경화성유품7(法華經 化城喩品 第七)>에서는

삼천진점겁(三千塵點劫)을

<여래수량품제16(如來壽量品第十六)>에서

오백진점겁(五百塵點劫)이 설해진다.

표현만 다를 뿐 내용은 동일하다.

삼천진점겁을 요약하면 이렇다.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갈아서 黑물을 만들고,

한 국토(一天國土)를 지나갈 때마다

미진(微塵)만한 한 방울을 떨어뜨리곤 하여

그 흑물이 다 없어졌을 때 그 지나온 국토를

모두 모아 부수어 티끌을 만들고

그 티끌 하나하나를 일겁(一劫)을 세어

그 수효(數爻)를 모두 계산하는 수(數)를

삼천진점겁이라고 한다.>

 

영가 스님이 왜 7구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남명천화상은 이 귀에 대하여

「이것은 영가(永嘉) 스님이 대비(大悲)의 원력(願力)으로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성(先聖)의 은혜는 두터워서

보답하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말세 중생의 신근(信根)이 천박하여

이 법문 가운데서 도심(道心)을 잃어버리고

퇴전할까봐 지극히 염려하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거듭 맹세하였다.

“내가 만약 허망한 말로 그대들을 속인다면,

즉각 저절로 니리지옥(泥鯖地獄)에 떨어져서

혀가 뽑혀 쟁기질을 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받는데, 비단 일 겁뿐만이 아니라

진사겁(塵沙劫) 동안 받을 것이다.”」라고 했다.
*니리지옥: 18대 지옥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