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9구 꿈속에는 육취가 훤하게 밝게 있더니
2024. 7. 16. 22:56ㆍ증도가
꿈속에는 육취가 훤하게 밝게 있더니
꿈을 깨니 대천세계가 텅텅 비었구나!
<原文>
夢裏明明有六趣(몽리명명유육취)
覺後空空無大千(각후공공무대천)
꿈속에 있을 때란 미혹(迷)함을 의미하고,
꿈을 깼다 함은 깨달음(覺)을 의미합니다.
미혹하고 깨달았다는 것은,
무엇을 미혹하고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이는 진심(眞心)을 말합니다.
진심은 본래 마음이요, 불성(佛性)을 의미합니다.
이 불성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부처요 바로 불성입니다.
내 몸안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꿈을 꾼다, 분별망념에 빠졌다,
미혹하다고 말합니다.
알기 때문에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견성(見性)을 말합니다.
그러나 내 몸안에 있는 것을
중생들은 왜 보지 못하는가?
경을 보면
유사한 이야기가 옛날 바라제존자가
이견왕의 질문에 답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보조국사 지눌의 <수심결>에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바라제존자가 말합니다.
「태(胎) 안에 있으면 몸이라 하고
세상에 나오면 사람이라 하며,
눈에 있으면 보는 놈, 귀에 있으면 듣는 놈이라 하고,
코에 있으면 냄새를 맡고 혀에 있을 땐 말을 하고,
손에 있으면 붙잡으며 발에 있으면 바삐 걷습니다.
두루 나타나면 온 세계를 다 감싸지만
거두어들이면 하나의 티끌 속에 있습니다.
아는 자는 이것이 곧 불성인 줄을 알지만
모르는 자들은 정혼(情魂)이라 부릅니다.」라고 했습니다.
육취(六趣)는 육도(六道)와 같은 말입니다.
중생이 죽어서 윤회하는 길이므로 육도(六道)라 하고,
중생이 생전에 지은 업인(業因) 타고 나가므로
육취(六趣)라 합니다.
육도는 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성립되지만,
불교는 아(我)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무아(無我)가 부처님의 근본 교설이기 때문에
미혹한 중생을 위한 방편설이라고 말합니다.
@<입법계체성경(入法界體性經)>에 보면
부처님이 문수사리에게 육취(六趣=六道)대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너에게 와서 묻되,
‘어찌하여 현재에 여섯 갈래[六道]가 있느냐’라고
이와 같이 묻는다면 너는 어떻게 대답하겠느냐?”
문수사리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묻는다면
저는 마땅히 해설해 주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잠자며 꿈꾸다가 혹 지옥도(地獄道)도 보고,
혹 축생도(畜生道)도 보고,
혹 염마라(閻摩羅; 지옥의 總司)의 사람도 보고,
혹 아수라(阿修羅)의 몸도 보고,
혹 하늘[天處]도 보고, 혹 사람 등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사람이 꿈에서 본 모든 갈래[道]에서의
일이 제각기 다릅니다.
또 어떤 사람이 묻는다면 뜻을 따라 설명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저 여러 중생(육도중생을 의미함)들이
있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제가 비록 모든 갈래가 각기 다르다고 설명하나
그 법계는 실로 차별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환술로 된 사람의 하는 짓과
같은 것이 세간인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이란 다만 명자(名字)만 있을 뿐
볼 수 있는 실물이 없으므로
세간행(世間行)이라고 말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러나 저는 법계를 여의지 않고
세간을 보나니, 왜냐하면 세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신 것과 같이 세간이
어느 곳에 행하느냐는 것은
이른바 색의 성질[色性]은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저 행(行)도 또한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이와 같이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그러하며,
이 식의 성질[識性]도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이와 같이 행(行)도 또한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하나의 모양[相]은
이른바 모양 없는 것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일체의 법(諸法)은
색성향미촉법으로 이것이 육진 중에
능히 잘 분별되지만
본체(本體=法性/佛性)는 담연하여 물들지 않고
집착되지 않으며 일찍 변하고 달라짐(變異)이 없고
허공과 같이 부동하여 원통(圓通)하고,
밝게 사무처 겁을 지나도
항상 하다는 諸法如義(제법여의)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명천화상은 (증도가)주석서에서
이를 풀어서 말합니다.
「미혹할 때는 삼계(三界)가 있지만 깨달으면
시방이 공(空)하다. 그 때문에 ‘꿈속에서는 분명하고
분명하게 6 취(趣)가 있더니, 깨달은 후에는
텅 비고 텅 비어서 대천세계가 없구나’라고 말한 것이다.
6취를 말해 보자.
첫째는 인(人)이고, 둘째는 천(天)이고,
셋째는 수라(修羅)이고,
넷째는 아귀(餓鬼)이고, 다섯째는 축생(畜生)이고,
여섯째는 지옥(地獄)이다.
모두 취(趣)라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체중생은 일념의 미망(迷妄)으로
업식(業識)이 아득해져서 그 업력(業力)을 따라
스스로 6도(道) 속으로 취향해 들어가지[趣入]
다른 사람이 시켜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덕(古德)이 말하기를
“탐(貪)ㆍ진(瞋)ㆍ애(愛)의 물이 고통의 싹[苦芽]을 기르고
윤택하게 하니, 한결같이 6진(塵)을 따르면서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지 못하는구나”라고 하였다.
‘텅 비고 텅 비었다[空空]’라고 말한 것은
도무지 실재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천세계가 없다[無大千]’는 것은
장육금신(丈六金身)이 화하게 된 경계인데,
지금 반야와 서로 상응하면
어찌 다만 육취중생(六趣衆生)만 공하겠는가.
삼천대천세계의 화하게 된 경계에 이르기까지도
실재하는 의미[實義]가 없기 때문에
‘깨달은 후에는 텅 비고 텅 비어서
대천세계가 없구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어지는 후구(後句)에서
죄와 복도 없다고 한 것입니다.
사진: 경산 설굴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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