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證道歌) 제6구 증실상무인법

2024. 7. 9. 11:07증도가

 

실상을 증득하여 人* 法이 없으니

찰나에 아비지옥의 업을 없애 버린다.

 

證實相無人法(증실상무인법)

刹那滅却阿鼻業(찰나멸각아비업)

 

인법(人法)이 없다는 것은

아공(我空) 법공(法空)을 증득(證得)했다는 의미다.

오온이 화합하여 인연으로 생한 이 몸은

가화합(假和合)된 것임을 관(觀)하여

무상(無常)한 아체(我體)임을 깨닫는 것을

아공(我空)이라 하며,

색심(色心)의 모든 법인 만유(萬有)는

모두 인연이 모여서 생기는 가짜 존재로서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므로

만유의 체가 공무(空無)한 것을 깨닫는 것을

법공(法空)이라 한다.

실상(實相)이란 만유 본체를 지칭한 말이다.

그 만법의 체성(體性)인 의(義)에 따라서 말하면

法性이 되고, 그 체가 眞實 常住하는 뜻에 따라 말하면

眞如가 되며,

이 진실 상주함이 만법 실상의 뜻에 따라 말하면

실상이 된다.

모두 無自性 즉 실체가 없다는 것을

體用의 관점에서 설한 것이다.

그래서 경에서 이를

「소멸하는 것도 아니고 생기는 것도 아니며(不生不滅),

단멸하는 것도 아니고 상주하는 것도 아니며(非常非斷),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며(不一不異),

오는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네(不來不去).」

라고 설하고 있다.

 

찰나에 아비업을 멸했다는 것은

업이란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오음(五陰) 육입(六入)이 공하고,

일체 세간법이 공하여 이 모두가 허망한

분별 망념에서 일어난 것임을 증득했다는 의미다.

허망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나[我]에 집착하고,

중생에 집착하고, 사람에 집착하고,

수명(壽命)에 집착하고, 양육(養育)에 집착하고,

유(有)에 집착하고, 무(無)에 집착하고,

생(生)에 집착하고, 멸(滅)에 집착하고,

생사(生死)에 집착하고, 열반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 집착이 곧 중생의 오욕 삼독을 생하니

이로 인한 중죄를 범하여 아비지옥에 떨어져도

실상을 증득하면 이것이 허상임을 알기에

찰나에 벗어난다는 것이다.

 

실상을 증득한다 함은 어떤 것을 깨달아 얻는 것이 아니고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 그 자리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죄와 복을 비롯하여

일체 모든 것이 청정한 그 마음이 분별 망념으로 가려져

지어낸 허상임으로 유무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부처님은 물론 역대 모든 조사가 하신 말씀이다.

 

칠불통게(七佛通偈)에서 가섭불은

「모든 중생의 본성은 청정하여

본래부터 생한 것이 아니므로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다.

이 몸과 마음은 환(허깨비) 으로 생한 것이니

그 환 속에서 죄와 복은 없는 것이다.

(一切衆生 性淸淨 從本無生 無可滅

卽此身心 是幻生 幻化之中 無罪福)」 .

라고 했고 <참회게>에서는

「죄라는 것은 자성이 없는 마음에서 일어난 것임으로

마음이 사라지면 그때 죄 역시 사라진다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時罪亦亡)」 라는 말도

모두 실상을 증득하면

일체의 죄와 복이 무자성인 허상임으로

이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남명전화상송증도가사실(南明泉和尙頌證道歌事實) 은

이 구(句)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상(相)도 없고 상 아닌 것[不相]도 없기 때문에

실상(實相)이라고 한다. 이 실상을 증득하면

곧 인공(人空)도 법공(法空)도 없는 것이니,

찰나의 지극히 빠른 순간에 다겁(多劫)의 중죄(重罪)를

소멸시킬 수 있다. 이른바 찰나(刹那)는 비유하면

마치 역사(力士)가 우사(藕絲:연뿌리의 실)를 끊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은데, 방편을 취하지 않고

오직 끊는 시간만을 취해서 ‘찰나’라고 한다.

한 찰나에 9백 생멸(生滅)을 갖추고 있으며

지극히 빠른 순간이다.

이른바 아비(阿鼻)는 범어(梵語)인데,

이곳 중국어로는 ‘간격이 없다[無間]’는 말이니

곧 극중지옥(極重地獄)이다.

칠금산(七金山) 아래 있으면서

소위 호호파(唬唬婆)와 확확파(曤曤婆) 등이라고 하는 것이니,

8 한지옥(寒地獄)과 8열 지옥(熱地獄)이 이에 해당한다.

모든 지옥 가운데 가장 형벌이 무겁고 가장 고통스러운데,

그 가운데서 죄를 받으면서 쉴 새가 없다.

그러나 지금 법과 더불어 상응(相應)하면,

선악의 모든 차별상[善惡諸相]이 자연히 적멸하다.

고덕이 말하기를

“아(我)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비아(非我)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이 때문에 ‘찰나에 아비업(阿鼻業)을 소멸시킨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