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녹원

2023. 10. 12. 22:45명승지

 

 

귀경길에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죽녹원을 들렸다.

죽녹원(竹綠園)은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에 있는 대나무숲 공원이다.

본래 야산(野山)에 있던 대나무숲이었지만,

공원으로 조성해 개원한 것이다.

죽녹원 홈피에 의하면

「죽녹원은 2003년 5월에 조성하여

약 31만㎡의 공간에 울창한 대나무숲과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의 정자 문화 등을

볼 수 있는 시가 문화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라고 한다.

 

넓이는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져 있고

내부에는 총 2.2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죽녹원은 정원이라기보다는 힐링을 위한 산책로(散策路)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불편한 점은 죽녹원은 따로 주차장을 만들어 놓지 않아

도로변이나 죽녹원 아래 강변을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어

주차에 어려움이 많다.

 

 

동양은 선비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숭상해 왔다.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는 사군자(四君子)로 대신할 수 있다.

사군자는 매화, 난초, 국화와 함께 대나무를 말한다.

대나무는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속이 비어 있으며 목질이 단단하여

생활용기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옥은 부서져도 그 빛을 잃지 않고

대나무는 불에 탈지언정

그 마디가 휘어지지 않는다.

- 관우, 삼국지연의 -

 

 

@호남 3대 정원을 꼽는다면 당연히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과 강진 백운동 정원을 들 수 있다.

이 3곳 정원은 별서(別墅) 정원이지만

소쇄원만 유독 인공적으로 대나무 숲을 조성해 놓았다.

죽녹원도 정원이지만 이런 별서정원은 아니다.

 

정원은 일반적으로 구별해 보면

왕이나 왕족이 휴식하고 거닐던 곳으로

'서울 창덕궁 후원'과 같은 궁궐정원

한국 전통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민가의 정원으로 조성된 민가정원

그리고 조선시대 대표적인 원림인 '담양 소쇄원'처럼

조성된 별서정원으로 구별할 수 있다.

 

별서정원(別墅庭園)이라고 하면

세속의 싸움이나 당파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 살던 살림집과는 떨어져 자연으로 돌아가

전원이나 깊은 산속에 들어가 조그만 집을 지어

안빈낙도를 꿈꾸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은 정원을 말한다.

 

@소쇄원을 가보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인공적으로 제월당, 광풍각 등 여러 건물을 지어 놓았다.

이렇게 주변의 자연경관을 활용하여 인위적 조작도 가하지 않고

마치 자연을 건물의 부속 경관처럼 활용하는 것을

'차경(借景)'이라 한다.

담양 소쇄원은 대나무 숲을 조성해 놓았지만

이렇게 차경을 이용한 정원인 데 비하여

죽녹원은 대나무숲과 함께 여러 건물을 조성해 놓았지만

이런 차경(借境)의 멋을 살리지 못했다.

 

@대나무는 주기적으로 꽃을 피우는데

그 간격은 종류에 따라 5년에서 60년 주기까지 다양하다.

대개 꽃이 피면 모족은 말라죽게 되고, 대밭은 망한다.

이는 개화로 인하여 땅속 줄기의 양분이 소모되어

다음해에 발육되어야 할 죽아의 약 90%가 썩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머지 10%만이 회복죽이 되므로

개화 후에는 죽림을 갱신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대밭이 망하면 전쟁이 일어날 징조라 하여

불길하게 생각하는 속신이 있으며,

꿈에죽순을 보면 자식이 많아진다는 속신은

죽순이 한꺼번에 많이 나고 쑥쑥 잘 자라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대나무를 가리켜 <차군(此君)> 즉 <이 군자(君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처 뒤에 대나무 숲이 있는 정자를

<차군정(此君亭)> 또는 <차군헌(此君軒)> 등

당호(堂號)를 붙여 놓은 곳이 있다.

 

@대나무의 높은 품격과 강인한 아름다움,

실용성은 일찍부터 예술과 생활 양면에서

선조들의 많은 아낌을 받아 왔다.

대는 소나무와 함께 난세에서 자신의 뜻과 절개를 굽히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지사, 군자의 기상에 가장 많이 비유되는

상징물로 나타내고 있다.

‘대쪽같은 사람’이라는 말은대를 쪼갠 듯이

곧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곧 불의나 부정과는 일체 타협하지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철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 윤선도, '오우가' 제5수 중에서~

 

대나무는 국명에 나무란 낱말이 들어가서

나무(목본식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무가 아니라 풀(초본식물) 종류에 속한다.

생물학의 넓은 의미로서의 나무는,

위로 어느 정도 이상 높이 자라며 잎이나 줄기가 달린

기다란 기둥이 있는 식물을 뜻한다.

그리고 나무는 한해살이 식물이 아닌 여러해살이 식물이고,

관목(덤불 나무)이나 대나무, 야자수 등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생태가 다른 것들이 많다.

 

좁은 의미의 나무로는 목질 기둥을 가졌으며,

이 기둥이 길이뿐만 아니라 형성층이 있어서

굵어지는 쪽으로도 생장(2차 생장)하는 식물을 뜻한다.

나무[목본(木本)]와 같은 식물 분류지만

구분되는 풀은 [초본(草本)]이다.

 

좁은 의미의 나무에는 다음 식물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대나무: 나무 기둥이 굵어지는 2차 생장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이테도 없다. 그래서 식물학에선 풀로 정의된다.

바나나, 파초 : 목질의 기둥이 없다. 초본식물('풀' 류)로 분류된다.

소철, : 2차 생장도 없고 목질 기둥도 없다.

나무고사리 : 종에 따라 최고 20m까지 자라는 종류도 있지만

현생 양치류는 먼 조상에게 있었던 2차 성장 특성을 거의 소실 했다.

야자수 : 형성층이 없어서 2차 성장을 하지 않는다.

다만 줄기 꼭대기의 생장점 바로 아랫부분에서

세포가 왕성하게 증식하여, 그 결과 줄기 속에

여러 개의 산재된 관다발이 생기고,

것을 중심으로 목질화가 이루어져

실질 조직의 분할 및 확대를 통해 직경을 증가시키는데

2차 성장으로 굵어지는 게 아니라 1차 거대증으로 굵어진다.

 

@시경

기수 저 너머를 보라.

푸른 대나무가 청초하고 무성하니

고아한 군자가 바로 거기 있도다.

깎고 갈아낸 듯

쪼고 다듬은 듯

정중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여,

빛나고 뛰어난 모습이여.

고아한 군자가 바로 저기 있도다.

결코 잊지 못할 모습이여.

 

*중국에서는 「시경」의 위풍에서 위나라 무공의 높은 덕과 학문,

인품을 대나무의 고아한 모습에 비유하여 칭송한 시가 있는데,

이것이 대나무가 군자로 지칭된 최초의 기록이다.

 

 

@소동파

~<어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

 

식사에 고기 없을 수는 있어도

사는 곳에 대나무는 없을 수 없다네

 

고기 없으면 사람을 야위게 하지만

대나무 없으면 사람은 속되게 한다네

사람이 야위면 살찌울 수 있으나

선비가 속되면 고찰 수 없는 법이라네.

 

옆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면

고상한 것 같으나 실은 어리석다네

 

그러나 대나무 앞에 두고 고기 실컨 먹는다면

세상에 어찌 양주학(揚州鶴))이란 말 있었겠는가

 

*양주학(揚州鶴): 양주자사라는 관직과

십만관의 돈과, 학을 타고 하늘에 오르는 신선이 되겠다는

욕망을 모두 가지려는 욕망은 실현 불가능한 욕심을 나타낸말.

 

<原文>

可使食無肉(가사식무욕) 無可居無竹(무가거무죽)

無肉令人瘦(무육영인수) 無竹令人俗(무주영인속)

人瘦尙可肥(인수상가비) 士俗不可醫(사속불가의)

傍人笑此言(방인소차언) 似高還似癡(사고환사치)

若對此君仍大嚼(약대차군잉대작) 世間那有揚州鶴(세간나유양주학)

 

 

팔죽(八 竹)

~부설거사~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옳으면 옳은대로 그르면 그런대로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정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맘 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八 竹 (팔죽)

~부설거사~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랑타죽)

粥粥飯飯生此竹 (죽죽반반생차죽)

是是非非看彼竹 (시시비비간피죽)

貧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市政買賣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부설거사가 묘화와 결혼하여 아들 딸 남매를 낳고

능가산 묘암골에서 묵언하며 공부하던 중

진리의 마음으로 이 팔죽송을 지어 낭송했다고 한다.

여기서 竹은 대나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 <대>를 <~대로>로 묘사한 것이 기발하다.

~이 시를 혹자(或者)는 김병연(김삿갓)의 시로 묘사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