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금수산 기행 제(3부) 금수산 보문정사
2023. 4. 19. 19:29ㆍ국내 명산과 사찰
망덕봉을 내려오니 해는 떨어지고
땅거미도 산을 내려가고 있다.
모처럼 긴 산행을 한 탓에 몸은 파곤죽이 다 되었다.
사찰을 참배하기는 늦은 시간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참배라도 하고 가야지 하고 사찰 경내를 들어섰다.
많은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경내 한쪽에는 산수유 한 그루와
자목련이 마지막 가는 봄을 기리듯 피어 있다.
경내는 그런대로 조경은 정갈하게 조성되어 있어
신심(信心) 깊은 수행자가 머무는 사찰인가 했는데
법당 같은 법당이 보이지 않는다.
보기와는 영 딴판이다.
건물 지붕 벽에 만(卍)자가 그려진 것을 보아
사찰임은 알 수 있는데
건물은 절집과 다른 시골집 여느 건물과 다를 바 없다.
법당이라기보다는 무속인이 머무는
민가처럼 그런 느낌이 든다.
건물 옆 마당에 둥근 돌을 올려놓은 것이 있어
무슨 사연이 있는 돌인가 싶어 호기심에
돌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노보살 한 분이 갑자기 나와 마당에 올라서지 말라고 한다.
합장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그냥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옛적에 이곳은 화전민이 살고 있었고
백운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개간되면서
화전민들이 떠나가자 백운사도 옮겨 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 어느 대체승이 들어와
머문 곳이 지금의 보문정사라고 한다.
오늘의 안전 산행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법당에서 참배나 드리려고 했던 마음은
노보살의 그 말에 싹 가시고 말았다.
부처님은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그 모든 것이 허상이니 상(相)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막상 돌아서서 나오려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금수산 자락에 이만한 경관이면
진실로 수행자가 머무는 도량으로 부족함이 없을 텐데….
경내를 빠져나와 삼천주차장 가는데 하루를 마감하는 듯
지는 해도 아쉬운 듯 서산마루에서 길손을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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