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罪)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의미.
2022. 12. 12. 21:31ㆍ경전과교리해설
옛날 어떤 국왕이 사냥을 나갔다 돌아오다가,
탑을 돌면서 사문을 위해 예배하였다.
신하들이 그것을 보고 웃으니 왕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끓는 솥에 금이 있다면 그것을 손으로 집어낼 수 있겠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집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찬물을 거기에 쏟을 수 있겠는가?”
“쏟을 수 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내가 왕으로서 하는 일에, 사냥하는 일은 끓는 솥과 같고,
향을 사르고 등을 켜며 탑을 도는 것은
찬물을 가져다 끓는 물에 쏟는 것과 같다.
대개 왕이 되면 선행과 악행이 있을 수 있는데,
어찌 다만 악행만 있고 선행은 없을 수 있겠는가?”
이 이야기는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간의 행위는 언제나 선악(善惡)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善)한 자라도 악행(惡行)을 저지를 수 있고,
아무리 악(惡)한 자라도 선행(善行)을 할 수 있다.
선(善)한 자와 악(惡)한 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행위를 하는 자의 마음이 문제이다.
과거 칠 불의 중 제6존인 가섭불(迦葉佛)의 전법게송(傳法偈頌)을 보자.
제6존迦葉佛(가섭불)
一切衆生性淸淨(일체중생성청정)
從本無生無可滅(종본무생무가멸)
卽此身心是幻生(즉차신심시환생)
幻化之中無罪福(환화지중무죄복)
모든 중생의 성품은 청정하여
본래부터 생겨남도 멸할 수도 가히 없는 것이로다
곧 몸과 마음 모두 환상 속에서 태어났거늘
환화(幻化) 속에 죄와 복이 따로 없느니라
인간의 본성은 본래 청정하여 멸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허깨비와 같은 인간의 행위는 죄와 복을 논할 수 있지만,
그 행위자의 본래 마음은 청정함으로
죄와 복이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이 살인자 앙굴리마라를 용서하듯
법철학에서도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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