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간사한 마음

2022. 12. 17. 18:00경전과교리해설


옛날 어떤 남자가 그 아내를 감추어 두고 남들이 보지 못 하게 하였다.
그 부인은 종을 시켜 땅굴을 파고 은방 아이[琢銀兒]를 숨겨두고

정을 통하고 지냈다. 그 뒤에 남편이 알게 되자 부인은 말하였다.
“나는 평생 그런 일이 없습니다. 당신은 억울한 말 마십시오.”
남편은 말하였다.
“당신을 데리고 신수(神樹)한테 갈 것이오.”
“좋습니다.”
재(齋)를 가진 지 이레 만에 재실(齋室)에 들어간 뒤,

그 아내는 가만히 은방 아이에게 말하였다.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하면 좋은가?

너는 거짓으로 미치광이가 되어 머리를 풀고

시장에 나가 만나는 사람마다 잡아당겨 끌어안으라.”


남편이 재를 마치고 그 아내를 데리고 나올 때 아내는 말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시장 구경을 못 했습니다.

당신은 나를 데리고 시장을 지나가십시다.”

 

시장에 나서자 그때 은방 아이는 그 아내를 안고 땅에 뒹굴고

아내는 그 남편을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왜 사람을 시켜 나를 끌어안게 하시오.”
남편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미치광이이다.”
부부는 함께 신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내는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저는 평생에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 미치광이에게 안겼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아내는 살아나게 되고 남편은 말없이 부끄러워하였다.
여자의 간사함은 이와 같으니라.

 

이는 <잡비유경>에 나오는 여인의 간특함을 비유한 경인데

동물도 자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나, 먹이를 위해서 위장 전술을 사용하지만,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서 교활한 수단을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은

오로지 인간밖에 없다. 특히 여인의 경우는

성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런 은밀한 사례가 회자하는 것은 봉건주의 사상에 따른

억압된 윤리관에 대한 반기를 든 성평등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시대적인 흐름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윤리관으로 보드라도 분명 합당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옛적에 참외나 오이를 서리하듯

과부의 재가가 금지된 조선의 전통적인 엄격한 윤리관 속에서도

늙은 과부나 청상과부들이 계를 모아 남정네들을 서리하여 즐겼던

청상계(靑孀契)와 백상계(白孀契)가 암묵적으로 인정됐던 관습도 있었지만

이를 드러내 놓고 권장한 것은 아니었다.

 

<옥야경>을 보면 출가한 여인의 삼대 악행을 말하고 있는데.

첫째, 며느리의 예로써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지 않고,

다만 맛있는 음식을 욕심내어 먼저 취하여 먹으며,

어둡지도 않아서 일찍 자고 해가 돋아도 일어나지 않으며,

남편이 가르치고 꾸짖으려 하면 눈을 흘기며 남편을 쳐다보고,

거역하며 쫑알거리는 것이다.

 

둘째는 한마음으로 남편을 향하지 않고 다른 남자만 생각하는 것이요,

셋째는 남편이 일찍 죽어 다시 개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옥야경(玉耶經)>에 나온 출가한 여인의 3대 이 악행은

오늘날의 윤리관으로 보면 조금 고리타분한 사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황금만능주의가 신의 교리처럼 신봉되고,

여성 상위시대가 고조되고 있는 현대의 사회에서

지금 남편의 지위는 반려견의 위치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할 때

그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하나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서는 열가지 거짓을 만들어 낸다.

이 이야기는 여인의 간사함이 오늘날에는 시대의 조류를 타고

정당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넋두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