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을 읽으면서

2020. 4. 17. 21:17경전과교리해설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을 읽으면서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악인(惡人)은 없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악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악인의 길을 걷게 되고,

선한 자를 만나면 향기가 옷에 배듯 선한 행동을 하게 된다.

 천성이 선한 자라도 욕망이란 미끼를 물게 되면 악인(惡人)으로 둔갑하게 된다.

육체적인 갈구로 색욕(色欲), 권력과 돈과 명예욕이 주로 미끼로 이용된다.

수행자를 유혹하는 미끼는 보시와 공덕 쌓기도 이용되고,

천당과 극락, 해탈이라는 것도 이용된다.

미끼는 일시적으로 평안과 쾌락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경전에서 말하는 희대의 살인마로 일컬어지는 앙굴마라도 태어날 때는 선()한 자였지만

그릇된 스승의 가르침으로 악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을 보자


 

앙굴마라경(央掘魔羅經)

() 천축삼장(天竺三藏)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사위성 북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나(薩那)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빈궁한 바라문 여인이 있었는데 여인의 이름은 발타라(跋陀羅)였다.

그 여인은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이름을 일체세간현(一切世間現)이라 하였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당시 열두 살이었는데 얼굴이 잘생겼고

힘이 세며 사람다운 모양을 다 구족하여 제일이었으며 총명하고

변재가 있었으며 슬기로워서 깊은 진리에 대해 말을 잘하였다.

또 파라가사(頗羅呵私)라는 다른 마을에 옛적부터 살고 있는

 바라문 스승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마니발타라(摩尼跋陀羅)였다.

 그는 네 가지 베다[毘陀]의 경전을 잘 통하였으므로

그때 세간현이 그에게 나아가 법을 배워 겸손하고 공경하며 마음을 다하여 받들며

 모든 감관[]이 잘 성숙하여 배운 것을 모두 받들어 지녔다.



그때 그 스승은 잠깐 왕의 초청을 받아 세간현을 남겨두어 집을 지키게 하고 떠나갔었다.

그 바라문 스승의 부인은 젊고 아름다웠는데 세간현을 보자 음심이 발동하여

모든 예절을 잊어버리고 그 앞에 가까이 가서 옷을 잡았다.

그때 세간현이 그 부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바로 저의 사모님이신데 높으신 자리에 어떻게 감히 나쁜 짓을 하겠습니까하고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옷을 뿌리치고 멀리 피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욕심이 치열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그가 거절하여 나의 뜻을 받아주지 않는구나. 만일 끝내 순종하지 않는다면

그의 목숨을 끊어서 딴 곳에 장가들지 못하게 하리라' 하고서,

손톱으로 자기 몸을 마구 할퀴니 음란한 생각이 더욱 타올라 병이 생기며

여인의 교태로 그 몸을 꾸미고 노끈으로 발을 묶어서 발이 땅에 닿지 못하게 하였다.



그때 마니발타는 볼 일을 마치고 자기 집에 돌아와서

그 부인이 스스로 매달린 것을 보고 칼로 그 노끈을 끊고,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고 소리치며 묻자 부인이 대답하였다.

세간현이란 놈이 못된 짓을 행하여 강제로 욕을 보이려다 이렇게 된 것입니다.”

마니발타는 예전부터 그 사람에게는 큰 위덕의 힘이 있는 줄을 아는지라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그가 처음 태어날 적에 모든 찰리(刹利)가 지니고 있던 칼이 다 저절로 빠져나와

그 날카로운 칼이 말려서 땅에 떨어져 모든 찰리를 매우 두렵게 하였다.

그가 태어나던 날에 이와 같은 이상한 징조가 있었으니

이 사람이야말로 큰 위덕의 힘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서 세간현에게 말하였다.

너는 악한 사람이다. 높은 이를 욕보였으니 너는 지금부터 참다운 바라문이 아니다.

사람 천 명을 죽여야만 죄를 면하게 되리라.”

세간현은 천성이 공손하고 유순한지라 스승의 지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스승에게 아뢰었다.

, 선생님이시여, 사람 천 명을 살해하는 것은 저에게 알맞은 일이 아닙니다.”

스승은 말하였다.

너는 악한 사람이로구나. 하늘에 나거나 바라문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느냐?”

세간현은 대답하였다.

선생님이시여, 좋습니다. 명령을 받자와 곧 사람 천 명을 죽이겠습니다.”

그리고서 또 스승의 발아래 절하였다.

그 스승은 그를 보고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되,

 '너는 매우 악한 사람이니 죽지 않겠느냐?' 하고 또 생각하기를,

'이제 꼼짝없이 죽게 되리라' 하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사람을 죽일 적마다 낱낱의 손가락을 끊되 천 사람을 죽이고는

그 손가락을 가지고 타래를 만들어 머리에 쓰고 돌아오라. 그러면 바라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앙굴마라(央掘魔羅)라고 이름하게 된 것이다.

앙굴마라가 스승에게 아뢰었다.

좋습니다. 선생님이시여, 지시를 받들겠습니다.”

그리고서 곧 하나가 부족한 천 사람을 죽였다.



그때 앙굴마라의 어머니는 아들이 배가 고플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네 가지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주려고 하였다.

아들은 어머니를 보고, '우리 어머니를 천상에 나게 해야겠다' 하고서,

칼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 어머니의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곳은 사위국에서 한 길[]이 부족한 10유순(由旬)의 거리였으며,

거기에는 아수가(阿輸迦)라는 나무가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로 이러한 사정을 알고 기러기처럼 날아오셨다.

 앙굴마라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나는 지금 이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리라' 하고는, 칼을 가지고 빨리 쫓아갔다.

 

<중략>

 

 

바라문이 될 수만 있다면 자기를 낳아주신 어머니까지 살해하려던 앙굴마라.

 스승인 마니발타라의 그릇된 사주로 인하여 천인공노할 살인마가 되었지만,

부처라는 성자를 만나 회개하고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이 이 경의 요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정치 경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혼돈의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잠시 그 속내를 살펴보면,

 기회주의자,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편향된 이념주의자들이 유유상종(類類相從)하여 창작해 놓은

 <극장의 우상>과 같은 몽롱한 유토피아에 빠져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뗏꺼리로 몰려드는 목인(木人)들을 피해

지성인들은 입을 닫고 있으니 더 참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앙굴마라의 이 경을 보면서

 ()이 선()으로 위장하면 무럭 익어야 그 과보를 받는다라는

경전의 옛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