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의 설화

2021. 4. 19. 20:04경전속의 우화들

 

거북에 관한 설화로 제일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조(金庾信條)에 ‘귀토지설(龜兎之說)’이란 우화다.

이 설화에서 거북은 동해용왕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토끼의 간을 얻으려고 육지에 나와 토끼를 업고 바다로 가다가

간을 두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속아

다시 토끼를 놓아주는 우둔한 동물로 나타난다.

또한 세간에 널리 알려진 ‘토끼와 거북의 경주’ 설화에서는

거북이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매우 끈기가 있는 동물로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라국의 시조 수로왕에 얽힌

<구지가(龜旨歌)>와 수로부인에 얽힌 <해가(海歌)>도 잘 알려져 있다.

 

@구지가(龜旨歌)

<영신군가(迎神君歌)>·<구지봉영신가(龜旨峰迎神歌)>라고도 한다.

가락국 시조 수로왕의 강림신화에 곁들여 전한다.

원래의 노래는 전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4구체의 한문으로 번역된 것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제1화 구지가(龜旨歌)와 해가(海歌)

龜何龜何(구하구하)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수기현야) 머리를 내놓아라

若不現也(약불현야) 만일 내놓지 않는다면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구워서 먹으리

 

이 노래의 해석은 사람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견해를 보인다.

잡귀를 쫓는 주문으로 보는 견해, 영신제의 절차 가운데 가장 중요한

희생무용에서 불린 노래라는 견해,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

즉 여성이 남성을 유혹하는 노래로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또 거북의 머리를 수로·우두머리·남근 등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구워 먹겠다'는 구절은 우두머리 선정을 위한

거북점의 점괘를 얻기 위해 거북을 굽겠다는 뜻

혹은 강렬한 욕망이 깃든 여성 성기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용과 형식이 비슷한 노래로, 신라 성덕왕 때

바다용에게 끌려간 수로부인을 구출하기 위해 불렀다는

<해가(海歌)>가 전해지고 있다.

 

 

해가(海歌)는 〈삼국유사〉에 "海歌詞曰龜乎龜乎……"로 되어 있어

<해가사>라고도 한다. 〈삼국유사〉 <기이편 수로부인조>에 유래가 실려 전한다.

신라 성덕왕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길에 갑자기 해룡이 나타나

그의 아내 수로부인(水路夫人)을 바다로 끌고 들어갔다.

 

공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중 한 노인이 말하되

"옛 말에 못사람의 입김은 쇠도 녹인다 했으니,

용인들 어찌 이를 두려워하지 않겠고,

모름지기 경내의 백성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치면 나타나리라"고 하여

그렇게 했더니 과연 나타났다 한다.

주술의 효험을 얻기 위한 주문적인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 駕洛國記〉의 〈구지가 龜旨歌〉와 비슷하다.

 

 

불교에서도 잡아함과 불본행집경에도 거북이와 얽힌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제2화 잡아함경 권15권 제406경 맹구경(盲龜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미후(獼猴)못 가에 있는 2층 강당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이 큰 대지가 모두 큰 바다로 변할 때,

한량없는 겁을 살아온 어떤 눈 먼 거북이 있는데,

그 거북이는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바닷물 밖으로 내민다.

그런데 바다 가운데에 구멍이 하나뿐인 나무가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파도에 밀려 표류하고 바람을 따라 동서로 오락가락한다고 할 때

저 눈 먼 거북이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밀면

그 구멍을 만날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불가능합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이 눈 먼 거북이

혹 바다 동쪽으로 가면 뜬 나무는

바람을 따라 바다 서쪽에 가 있을 것이고,

혹은 남쪽이나 북쪽, 4유(維)를 두루 떠도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서로 만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눈 먼 거북과 뜬 나무는 비록 서로 어긋나다가도 혹 서로 만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미련한 범부가 5취에 표류하다가

잠깐이나마 사람의 몸을 받는 것은 그것보다 더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저 모든 중생들은 그 이치를 행하지 않고 법을 행하지 않으며,

선(善)을 행하지 않고 진실을 행하지 않으며,

서로서로 죽이고 해치며,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기며

한량없는 악(惡)을 짓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대하여

아직 빈틈없고 한결같지 못하다면 마땅히 힘써 방편을 쓰고

왕성한 의욕을 일으켜 빈틈없는 한결같음을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제3화 불본행집경

제31권 34. 석여마경품(昔與魔競品)/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에

파리야다(波梨耶多: 수나라 말로는 도피절(度彼節)이라 함)라고 하는

강이 하나 있었다.

그 강 언덕에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가 한 사람 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의 동산이 그 강가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에서 거북 한 마리가 올라와 꽃동산에 들어갔다.

거북은 먹을 것을 찾느라 동산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며

그 바람에 꽃이 밟혀 뭉개졌다.

동산 주인은 거북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느라 꽃을 밟아 뭉개는 것을 보고

곧 방편을 써서 그 거북을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광주리 안에 넣어 두고서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거북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을 쓰고 어떤 꾀를 내야 할까?’

그리고서 이내 이런 마음을 내었다.

‘내 이제 이 동산 주인을 속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뒤에 곧 동산 주인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물에서 나온 바람에 내 몸에 진흙 있으니

당신은 일단 꽃을 놓고 내 몸을 씻겨 주시오.

내 몸이 진흙으로 깨끗하지 못하니

당신의 광주리와 꽃을 더럽힐까 걱정되오.

 

그 때 그 동산 주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거북은 참 착하구나. 좋은 말로 나를 일깨워 주었다.

내 이제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구나.

거북의 몸을 씻겨서 내 광주리와 꽃이 더럽혀지지 않게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거북을 들고 씻기러 강가로 나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거북을 집어내어 돌 위에 놓고 물을 떠서 씻으려 하였는데

마침 이때 거북은 온 힘을 다하여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거북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간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괴이하구나. 이 거북이 이렇게 나를 속였으니

나는 이제 다시 이 거북을 속여 물에서 나오게 하리라.’

그리고 나서 곧 거북에게 게송을 읊었다.

 

착한 거북아, 내 생각을 들어 보렴.

너는 친구들이 매우 많겠지.

내 꽃다발을 만들어 네 목에 걸어 주리니

꽃다발을 걸고 마음대로 돌아가 즐거워하렴.

 

그러나 거북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로 나를 속이려 하는구나.

그 어머니는 병상에 누웠고 누이가 꽃을 꺾어서 꽃다발을 만들어

그것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반드시 나를 속여서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를 꼬여서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이 때 거북은 꽃다발 기술자에게 게송을 읊었다.

 

그대의 집엔 술을 빚어 친척을 모으려고

널리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든다.

그대는 집안에 가서 이런 말을 하리라.

거북의 살을 굽고 머리를 기름에 튀기라고…….”

 

그 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여, 그 때 물에 들어간 거북은 바로 내 몸이요,

꽃다발 만드는 기술자는 마왕 파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바로 그 때에도 나를 속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했거늘

이제 또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