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밀이 돼? 안 돼? (제2화) 공자의 부친 숙량흘 이야기

2023. 2. 2. 20:32경전속의 우화들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으로 꼽히는

공자(孔子)의 부친은 숙량흘(叔梁紇)이다.

그는 일찍이 노나라의 여자에게 장가가서 딸만 아홉을 두었다.

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숙량흘은 아들을 얻기 위해

첩을 얻어 아들 맹피를 낳았다.

그러나 그 아들은 다리가 불구였고 어려서 일찍 죽었다.

그러자 숙량흘은 64세가 넘은 나이에

다시 젊디젊은 안 씨의 셋째 딸 안징재에게 구혼을 하여

정식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공자다.

안징재의 결혼 당시 그때 나이는 방년 16세라고 한다.

 

대(代)를 잇고 싶어 하는 것은 예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특히 효(孝)를 중시하는 유가(儒家)를 신봉하는 국가에서는

대를 잇지 못하면 불효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도 거듭 장가들 든 것은

모름지기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자기 대에서 손이 끊어진다는 것은

조상에 대한 다시 없는 불효로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욕망 한(限)이 없지만, 특히 자손에 대한 욕망은 더 지독하다.

자손에 관한 한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니 환갑을 훨씬 지난 노인네가

손주뻘 되는 나이의 여자를 취한다는 것은

현대의 윤리관으로 보면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의무로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는가.

오늘날 윤리관으로 보면 이게 말이 돼?  안 돼?

그것도 환갑을 지난 노인네가.

당시에 무슨 씨알리스나 팔팔정이 있는 시대도 아니니

억쑤로(?) 공을 들인 모양이다.

하긴 씨받이까지라도 하면서 대를 잇겠다고 극성이었던

옛 시대의 세태를 고려하면 효(孝)를 숭상하는 사람(?)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천 소고리마애불

<금강경>을 보면 사상(四相)의 교리가 나오고 있다.

그 사상의 교리 중 수자상(壽者相)이란 것이 있다.

수자상(壽者相)이란 「가화합(假化合)된 개체라는 생각」인데

쉽게 말해 모든 것은 수명이 있다는 말이다.

영혼이라는 것도, 이 육신이란 것도 모두 인연으로 생겨난 것일 뿐,

인연이 다하면 모두 사라지는 허망한 존재다.

그 허망한 몸과 마음이 대를 이어나간들

꿈속에 꿈을 꾸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불교는 이 몸과 마음이 생로병사의 꿈속에서 벗어나

대각을 이루어 해탈로 가는 것을 최고 수행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교리에서 본다면 결혼이라는 것도,

대(代)를 있는다는 것도 아예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수행에 금물인 음욕(淫欲)으로 보기 때문이다.

 

옛 성인(聖人)들은 어떠했을까.

세계의 4대 성인(聖人)은 석가모니, 공자, 예수, 소크라테스를 가리키나,

소크라테스 대신 마호메트를 칭하기도 한다.

 

예수는 독생자(獨生子)라 하니 제쳐 놓고

아이러니칼 하게도 공자, 소크라테스 마호메트 모두 자손을 두고 있다.

석가모니불도 그렇고 과거 칠 불도 그렇다.

다만 불교의 경우를 보면 석가모니불을 포함하여

모두가 정각(正覺)을 이루기 전 즉 중생 시절에 생긴 일이다.

 

대를 잇는다는 것, 과연 오늘날 윤리관으로 합당한 것일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