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믿지 못할 것이 여자니라

2020. 4. 8. 06:32경전속의 우화들

천하에 믿지 못할 것이 여자니라


어느 날인가 보다. 모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데

옆 테이블에서 중년의 부인들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깔깔거리며 떠드는 소리 중

 어느 한 중년의 부인의 이런 이야기가 귀에 들려 왔다.

, 니네들도 돌싱이 되어봐, 돌싱이 얼마나 편안하고 즐거운 줄 알아? ”

돌싱이란 말의 의미를 몰라 한 귀로 흘려보냈는데

어느 날 후배로부터 그 의미를 들었다.

돌아온 싱글을 줄여서 돌싱이라고 한다나.

혼인이나 사별 등 이유로 혼인 관계가 깨져 싱글로 돌아온 이를 가리키는

 신세대 말인 모양인데 쉽게 풀이한다면 과부(寡婦)를 가리키는 말이다.

(성주사지의 능소화) 

과부(寡婦)의 과()홀로라는 뜻으로 과부(寡婦)짝없는 지어미를 뜻한다.

그런데 과부는 옛적에 짝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짝을 찾으려면

 여불경이부(女不更二夫)’ 이니 수절(守節)’ 하는 족쇄가 장애가 되었지만,

신시대의 돌싱은 그런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말 사랑하니까.”

옛적에는 이런 돌싱이 없었을까?

 

구잡비유경(舊雜譬喩經)에 이런 이야기 있다.

 

옛날에 어떤 국왕이 성미가 급한 부인을 두고 있었다.

구중궁궐에만 갇혀있던 정부인은 어느 날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네 어미가 되어 네가 태어난 뒤로는 아직 나라 안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였는데,

한번 나가 보고 싶구나. 왕에게 아뢰어 궁궐 밖으로 나들이나 갈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어머니가 이렇게 세 번이나 간청하므로 태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왕도 곧 허락하였다. 태자는 스스로 수레 몰이가 되고 신하들을 길에 내어 부인을 맞이하고 예배하게 하였더니,

부인은 제 손으로 휘장을 열고 사람들이 자신을 미모를 보도록 하였다.

태자가 모친의 그러한 짓을 보고 거짓으로 배가 아프다 하여 돌아오려 하자 부인은 말하였다.

내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화청지의 양귀비)


태자는 '왕비인 우리 어머니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다른 여자야 어떻겠는가?' 하고

밤에 나라를 버리고 떠나 산중으로 들어가 유람하고 다녔다.

마침 길가에 나무가 있고 그 밑에 좋은 샘물이 있었다.

태자는 나무 위에 올라가 쉬고 있었다.

그때 어떤 범지가 혼자 와서 물에 들어가 목욕하고 밥을 내어 먹고는

 요술을 부려 항아리 한 개를 토해 내는데 그 항아리 속에는 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으슥한 곳에서 장난한 뒤에 범지는 잠이 들어 누워 있었다.

범지가 잠이 들자

항아리에서 나온 여자도 요술을 부려 항아리 한 개를 토해 내는데,

항아리 속에는 젊은 남자가 있었다.

여자는 항아리에서 나온 젊은 남자와 함께 유희를 즐긴 후 항아리를 삼켜 버렸다.

얼마 후 범지도 일어나 여자를 항아리 속에 넣고 삼킨 뒤에 지팡이를 짚고 갔다.

태자는 나라로 돌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도인과 신하들을 청하여 꼭 붙들고 세 사람이 한쪽에서 밥을 먹게 하소서.”

왕이 범지에게 세 사람을 함께 불렀다. 그런데 범지는 와서 말하였다.

나는 혼자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도인은 그 부인을 토해 내어 같이 먹으시오.”

도인은 할 수 없이 부인을 토해 내었다. 태자는 다시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그대도 남자를 토해 내어 같이 먹으시오.”

이렇게 세 번 말하자 부인도 할 수 없이 남자를 토해 내어, 세 사람이 같이 밥을 먹고 떠났다.



(현종과 양귀비의 속삭임)


왕이 태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가?”

태자가 대답하였다.

어머니가 나라 안을 구경하고자 하기에 제가 직접 수레를 몰았더니,

어머니가 손을 내어 사람들이 보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자는 음욕이 많구나' 생각하고

거짓으로 배가 아프다 핑계하고 돌아와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저 도인이 뱃속에 여자를 감추어 두었다가 간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여자는 간음을 끊을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원컨대 대왕은 궁중의 여자들을 놓아주어 자유로이 드나들게 하소서.”

왕은 곧 후궁(後宮)에 명령하여 가고 싶은 이는 마음대로 가라고 하였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천하에 믿지 못할 것은 여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