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수선사(修禪寺)
2020. 9. 28. 23:48ㆍ국내 명산과 사찰
산청 대원사를 나오니 다행히 비가 그쳐 귀경길에 산청 수선사를 들렸다.
산청 수선사(修禪寺)는 우리나라 3대 영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그 장엄한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사찰로
여느 사찰과 다른 독특한 이미지로 근래에 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찰이라
호기심이 발동되어 찾게 된 것이다.
초행길이라 네비에만 의존해 가다 보니 마을 입구에서
전진, 후진을 거듭하면서 간신히 수선사에 도달하니
제일 먼저 돌담 축에 우뚝 선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건물인지 호기심으로 올라가 보니 화장실이었다.
참으로 독특한 것은 일반 사찰의 해우소와는 달리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화장실이었다.
벽도, 바닥도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변기 또한 모두 현대식이었다.
전국 어느 사찰에서도 볼 수 없는 이러한 화장실을 사찰에 지은 것은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기존의 사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참으로 중생의 관심을 헤아린
수선사 창건주의 깊은 혜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내를 둘러 보아도 산청 수선사는 일주문도 없고,
천왕문 같은 문 하나도 없다. 요사채는 있지만,
전각은 극락보전 하나뿐인 작은 사찰이다.
그런데 연지(蓮池)의 조경은 사찰의 규모에 비해 크고, 조경 또한 독특했다.
일반 사찰에서 보는 연지(蓮池)와는 달리
연지(蓮池)에는 옛 향토색이 물씬 나는 너와로 된 누각과
나무판자로 다리를 놓았고, 한쪽 편에는
일반 관광객들을 위해서인지 사찰에서 생각도 할 수 없는
현대식 2층 건물 옥상에 파라솔에다 카페까지 만들어 휴식공간을 두었다.
통상의 가람형식으로 비교하면 참으로 대단한 시도로 보인다.
사명(寺名)이 수선사(修禪寺)인데 경내를 돌면서
어떤 의미로 이렇게 조성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국의 많은 사찰을 둘러 보았지만,
산청 수선사는 여러모로 특이한 것이 많은 사찰이다.
사력(寺歷)은 짧지만, 불상이나 가람 위주가 아닌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추어 사찰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가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사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자
전통적인 가람 형식을 탈피하여 전각보다 독특한
조경에 더 배려하여 꾸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대승불교의 목적은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이라고 한다.
위로는 보리(菩提) 즉 반야의 지혜를 구한다는 의미이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다.
먼저 깨달은 다음에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겠지만,
어디 중생들이야 그럴 수 있겠는가.
중생들의 바쁜 삶 속에서 상구보리야 주관적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지만,
하화중생은 대중적 기호에 맞추어 선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산청 수선사는
하와중생의 방편으로 이렇게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선사의 사력(寺歷)에 대한 기록도 없고,
귀동냥으로 얻은 것도 없어 알 수는 없지만,
추측건대 수선사의 창건은 아마도 선승(禪僧)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오늘날 쇠퇴해 가는 종교에 대한 의식,
특히 시대의 조류(潮流)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교에 대하여
전통적인 가람의 형태와 형식, 그리고 분위기를 탈피하여,
불교에 무심한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추어 감성을 유도함으로써
사찰로 발길을 돌리게 하려는
선승의 깊은 혜안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산청 수선사는 짧은 시간에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둘러 보았지만
참으로 흥미롭고 독특한 사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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