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장미 서울 장미공원에서

2020. 8. 7. 23:27명승지

 

코로나에 발목이 잡혀 움직일 수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긴 장맛비까지 겹쳐

이번 여름휴가는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 되었다.

절기는 입추(立秋)인데 더위는 가시지 않고

장맛비 탓에 마음도 몸도 눅눅하다.

옛같으면 여름 휴가철에는 물 건너 먼 나들이를 떠나곤 했는데

금년 휴가는 물 건너 나들이는커녕

국내 나들이조차도 갈 수 없으니 참으로 황당해졌다.

휴가가 시작된 지 벌써 이틀째인데도

장맛비 탓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콕 신세를 벗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는 미루고 미루었던 지리산 산청 일대를 둘러 보겠다고

나름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연일 쏟아지는 호우 주의보와

호우경보에 어디를 가겠다고 감히 나서겠는가.

방송에서는 이번 호우로 곳곳의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로 통행이 차단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고,

거기다가 산사태와 물난리로 시름에 빠져 있는 곳이 한 두 군데도 아닌 이때에

휴가철 나들이라고는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갔다가는

그곳 사람들의 고까워하는 눈총을 받을 생각을 하니

일 년에 단 한 번뿐인 휴가지만 접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자위해 보지만

우울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이런 내 울적한 심정을 달래주려는지 하늘이 쥐꼬리만 한 배려로

오늘 아침은 비가 소강상태다. 그렇다고 물난리와 산사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경기 북부나 강원도 지역으로 나들이는 할 수 없고,

한강 이남들은 잠수교 등 통행이 차단된 곳이 많아 움직일 수가 없어

동네 서울장미공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서울장미공원 들머리는 태릉 입구로

집에서 걸어가면 10여 분이면 족한 거리다.

올해 서울장미축제 행사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지만,

축제가 없더라도 이곳은 산책 나온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공원이다.

당현천처럼 통행을 차단해 놓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중랑천 옆 강변 산책길은 통행이 차단되어 있었지만,

중랑천 위 둑길은 통행을 열어 놓았다.

절기로는 오늘이 입추라 장미가 피는 철도 훨씬 지났지만,

다행히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는 늦깎이 장미들이 지지 않고 반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