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極小同大요 極大同小라

2020. 5. 1. 06:20신심명

(신심명) 極小同大極大同小


신심명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極小同大(극소동대)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忘絶境界(망절경계)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極大同小(극대동소) 지극히 큰 것이 작은 것과 같아서

不見邊表(불견변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범부의 상식으로 보면 이 말은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크면 큰 것이지 어찌 작은 것과 같고,

작으면 작은 것이지 어찌 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를 깊이 생각해 보자.

지극히 큰 것이 존재한다면 작은 것이 존재할 영역(경계)을 규정 지울 수 없을 것이고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다면 그 또한 큰 것이 존재할 영역을 규정지을 수 없을 것이다.

신심명에서 忘絶境界(망절경계) 不見邊表(불견변표)로 표현한 것은 곧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큰다고 하는 말은 작은 것에 상대한 말이고,

작은 것은 큰 것에 상대한 말일뿐 어디까지가 크고,

어디까지가 작다는 경계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인식이 상대적인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에 의존하여 구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하다.

장단(長短)은 본래 없지만, 우리의 인식이 상대적인 경계에 갇혀 있으므로

 장()도 있고 단()이 있는 것이다.

(만다라/법흥사)  

유한(有限)이란 말이나, 무한(無限)이란 말도 마찬가지다.

또 일례로 를 보자. 정수 <1>을 삼등분하면 3개가 된다.

이란 분수 3개가 더하면 1이란 정수가 된다.

그러나 이를 소수로 환산하면<0.333333....>이란 무한수(無限數)가 된다.

무한한 <0.33333...>3번 더해도 이는 <0.999999...> 가 되지 결코 정수 <1>은 되지 않는다.

하나를 삼등분 하였다가 다시 합쳐는 데 어찌 <1>이 되지 않는 것일까?

 

이와같이 <1>를 분리해서 보면,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유한(有限)과 무한(無限)으로 구분되지만 분리를 벗어나면

유한(有限)이 곧 무한(無限)이요,

무한(無限)이 곧 유한(有限)이 된다는 것을 우리의 인식체계가 받아드리지 못한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이 상대적인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상대적인 이런 경지를 벗어나는 것을 총체적으로 본다고 하며.

이를 인식이 아닌 관조(觀照)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사(禪師)들이 천지여아동근(天地如我同根)이란 말이나,

경에서 일즉일체(一卽一切)요 일체즉일(一切卽一)이란 말도

상대적인 경계를 벗어난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천지(天地)가 나와 분리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기 때문에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내가 있는 것이다. 보는 주관과 보이는 경계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곧 상대적인 경계에 머물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보는 자와 보이는 대상이 하나가 될 때 이를 일러 일심동체(一心同體)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심명은

極小同大(극소동대)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忘絶境界(망절경계)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極大同小(극대동소) 지극히 큰 것이 작은 것과 같아서

不見邊表(불견변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