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2. 07:04ㆍ삶 속의 이야기들
삶의 길
사람들은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성인군자처럼 말을 잘한다.
그러나 망상 자기가 불행을 당하면 당황하게 된다.
이는 남의 지식에 의지해서, 습관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30년 가까이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해 온 어느 수간호사가
어느 날 밤 갑자기 남편이 복통을 일으켜 광란에 가까운 발작을 하자,
습관적으로 집에 준비해 둔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그리고 하는 말 “주사를 어떻게 놓지?”
<구잡비유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외국의 어떤 사문이 산중에서 길을 가는데,
어떤 귀신이 머리 없는 사람으로 변하여 사문 앞으로 왔다. 사문은 말하였다.
“머리 아플 걱정이 없구나. 눈으로 빛깔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들으며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맛을 보지마는 마침내 머리가 없으니, 얼마나 한결같이 유쾌하겠는가?”
귀신은 사라지더니, 다시 몸은 없고 손발만 있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사문은 말하였다.
“몸이 없으면 아프거나 가려움을 모르고
다섯 창자가 없으면 병을 모르리니, 얼마나 한결같이 유쾌하겠는가?”
귀신은 다시 손발이 없는 사람으로 변하여 한쪽 수레를 굴려 사문 앞으로 왔다.
도인은 말하였다.
“아주 유쾌하겠구나. 손과 발이 없으면 능히 가서
남의 재물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니, 얼마나 유쾌하겠는가?”
귀신은 말하였다.
“사문은 한결같은 마음을 지켜 움직이지 않는구나.”
귀신은 곧 얼굴이 단정한 남자로 변하여 도인의 발에 머리를 대고 말하였다.
“도인님은 그처럼 굳게 뜻을 가졌습니다. 지금 도인님의 공부하는 바는 오래지 않아 성취될 것입니다.”
귀신은 머리를 도인의 발에 대어 공경의 예를 올리고 떠났다.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이 경은 속인의 삶도, 수행인의 삶도 습관적이 아니라
모든 욕망을 벗어버린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살면서 불행은 누구에게나 일어나게 마련이다. 수행인도 마찬가지다.
불행이 운명이요, 업이라면 피할 수는 없지만 이겨낼 수는 있는 것이다.
불행을 불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행은 더 불행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곧 한결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요,
깨어 있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연에 대해 ‘불락(不落)’이란 말 한마디로 500년의 여우란 미물의 몸으로 살다가
백장선사를 만나 ‘인연불매(因緣不昧)’의 한 소리에 여우의 몸을 벗어났다는 경전의 설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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