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9. 20:54ㆍ경전속의 우화들
중국 괴승들의 이야기 등은봉 선사의 열반
오랫동안 수행을 하여 해탈의 경지에 오른 스님들이
앉은 자세나 선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좌탈입망(坐脫立亡)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열반상은 와불(臥佛) 상이지만 옛 고승들의 열반상은 다양하다.
교각스님처럼 등신불(等身佛)로 모신 분이 있는가 하면,
입적의 자세도 다양하다. 앉은 채로 입멸하신 분, 선 채로 입멸에 드신 분,
밭을 갈다가 그대로 입멸에 든 분 등 열반상이 다양하다.
이런 기담들은 <송고승전> 이나, <조당집>, <경덕전등록> 등에 전하고 있는데
대개 홀로 입적하신 분들의 이야기이지만
중국 방거사 가족처럼 연이어 온 가족들의 입적 이야기도 있다.
그중에서도 별난 열반상도 있다.
당나라 마조 도일(709~788)의 제자 가운데 장난기가 유별하고,
괴짜 스님으로 불리는 등은봉(鄧隱峯) 선사가 있다.
속가의 성이 등(鄧)임으로 오대산 은봉선사로 불리는 분으로 생몰연대는 미상이다
(계림 요산의 와불산)
@<마조록>에 보면 등은봉(鄧隱峰) 선사에 대한 이런 이야기 있다.
은봉스님이 하루는 흙 나르는 수레를 미는데
마조(馬祖)스님이 그 앞에 다리를 쭉 펴고 길바닥에 앉아 길을 막고 있었다.
“스님, 다리 좀 오므려 주세요.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그러나 마조 스님이 투명스럽게 말했다.
“이미 다리를 펴서 다시 오므릴 수 없네. 알아서 하게나”
“수레 또한 이미 길을 가고 있으니 물러나지 못합니다. ”
하고 수레바퀴를 굴리면서 지나가 버렸다. 그 바람에 스님이 다리를 다쳤다.
다리를 다친 스님은 법당으로 돌아와 도끼를 집어 들고
“조금 전에 바퀴를 굴려 내 다리를 다치게 한 놈 앞으로 썩 나오거라.”
하고 호통을 쳤다.
등은봉 스님이 앞으로 나와 목을 쓱 빼자 스님은 도끼를 치웠다.
(보타낙가산의 와불상)
목불을 태운 단하천연(丹霞天然, 738~824) 선사의 이야기처럼
은봉스님도 장난기가 넘치고 천연덕스럽고 또 괴팍스러운 선사였던 모양이다.
은봉선사가 어느 날 제자에게 묻기를,
(영천 만불사의 와불)
“예부터 누워서 죽거나 앉아 죽은 이는 보았겠지만 서서 죽은 사람은 본 적이 있었더냐?”
“예, 서서 죽은 이도 많이 봤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죽은 사람은 보았더냐?”
“그런 사람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진천 보탑사의 와불)
그러자 선사는 갑자기 물구나무를 선 채로 입적해 버렸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장사를 지내려면 눕혀야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거꾸로 선 채 꼼짝을 하지 않았으므로,
화장은커녕 장례 치를 엄두조차 내질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을 통해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선사의 누이동생이 선사의 시체로 달려가서는,
“오라버니는 살아서도 괴팍 만 일삼더니, 죽어서도 어찌 이리 짓궂습니까?”
라고 하며 선사의 시체를 '탁' 치니,
그제야 시체는 바닥에 털썩 쓰러져 사람들은 쓰러진 선사의 시체를 거두어 장례와 화장을 치렀다 한다.
(백천사의 와불)
@일찍이 부처님도 목건련이 신통력을 쓰자 이것은 바른 도(道)가 아니라고
신통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불심(佛心)을 이끌기 위한 기담이라면 참 별난 이야기가 아니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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