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4) 국청사 삼은사의 기행(奇行)

2018. 6. 26. 06:16경전속의 우화들


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4) 국청사 삼은사의 기행(奇行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은 전부 6편으로 포스팅된다.

기 포스팅된 제1부에서는 국청사의 전 기담(奇談)으로 축범유를,

2부에서는 국청사의 창건내역과 국청사의 삼은사(三隱士) 중 한 분인

풍간(豊干) 선사를 위주로 포스팅하였고,

3부에서는 삼은사 중 습득(拾得)을 위주로 포스팅하였다.

4부에서는 삼은사 중 한산(寒山)에 관한 기행(奇行)과 그의 시()를 올린다.

4부에 이어 제5부에서는 국청사의 삼은사를 주제로 하는 <한산습득도>,

6부에서는 한산과 습득이 주지로 있었다는 한산사(寒山寺)

한산사를 세상을 알리게 한 유명한 장계(長繼)<풍교야박(楓橋夜泊)>이라는 시를 포스팅할 예정이다.



국청사의 삼은사(三隱士) 중 한 분으로 불리는 한산(寒山)

저장성(浙江省) 시팽현(始豊縣)의 한암(寒巖)에 기거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한산은 천태산의 국청사 내왕하며 살았다고 한다.

풍간 선사와 습득과 더불어 이 세 사람을 삼은사(三隱士)라 하는데, 세 사람 모두 시를 잘 지었다.

이들 삼인 이 지은 시를 삼은시(三隱詩)라 일컬으며, 그중에서도 한산이 뛰어났다고 한다.

 삼은시(三隱詩)는 삼은사(三隱士)가 절이나 인가의 흙벽이나 바위 등에 써놓은 시를 모아

 여구윤(閭邱胤)이 편찬한 한산자시집전(寒山子詩集傳에 전한다.

그의 시집에는 314수가 들어 있으며, 습득의 시 60, 풍간의 시 6수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송대(宋代)의 승려(僧侶) 찬녕(贊寧)이 지은 송고승전宋高僧傳등 여러 곳에 전하고 있다.

 

한산과 습득에 관한 행적은 <전등록>를 비롯하여 <불전습유>, <조당집>,

 <송고승전>, <고전숙어론>, <천태산 국청선사삼은집기> 등에 그 행적만 전해질뿐

그들에 대한 정확한 생몰연대는 알려진 바가 없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 어느 날 한산이 습득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업신여기고 욕하고 비웃고 깔보고 천대하고

미워하고 속이니 어떻게 대처(對處) 해야겠는가?습득이 말했다.

참고 양보하고 내버려 두고 회피하고 견디어 내고 그를 공경하고 그와 따지지 않으면,

몇 해 후에는 그들이 그대를 보게 되리라.

그런 것을 비켜 갈 비결은 없는가?

내가 언제 미륵보살의 게송을 본 일이 있으니, 들어 보게나.

늙은 몸이 누더기 입고 거친 밥으로 배를 불리며

해진 옷 기워 몸을 가리니 모든 일에 인연을 따를 뿐이네.

어느 사람 나를 꾸짖으면 나는 좋습니다. 하고

나를 때리면 나는 쓰러져 눕고

얼굴에 침을 뱉어도 마를 때까지 그냥 두네.

내편에선 애쓸 것 없고 저편에선 번뇌가 없으리.

이러한 바라밀이야말로 신묘한 보물이니

이 소식을 알기만 하면 도가 차지 못한다. 걱정할 것 없네.

사람은 약하나 마음은 약하지 않고 사람은 가만해도 도는 가난하지 않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행을 닦으면 언제나 도에 있으리.

 

세상 사람들 영화를 즐기나 나는 보지도 않고

명예와 재물 모두 비었거늘 탐하는 마음 만족을 모르네.

황금이 산처럼 쌓였더라도 덧없는 목숨 살 수 없나니

자공(子貢)은 말을 잘 했고, 주공(周公)은 지혜가 빠르고

제갈공명(諸葛孔明)은 계책이 많고, 번쾌(樊快)는 임금을 구했으며

한신(韓信)은 공이 크지만, 칼을 받고 죽지 않았던가.

 

古今에 수 없는 사람들 지금 얼마나 살아 있는가.

저 사람은 영웅인 체하고 이 사람은 好男子라 하지만

귀밑에 흰 털이 나게 되면 이마와 얼굴은 쭈그러지고

해와 달은 북 나들듯 세월은 쏜 살과 같네.

그러다가 병이 들게 되면 머리를 숙이고 한탄할 뿐

젊었을 적에 왜 수행하지 않았던가 하네.

 

병 난 뒤에 지난 일 뉘우쳐도 염라대왕은 용서하지 않나니

세 치 되는 목숨 끊어지면 오는 것은 송장뿐,

옳다 그르다는 시비도 없고 집안일 걱정도 않으며

나와 남을 분별함이 없고 좋은 사람 노릇도 아니 하네.

꾸짖어도 말이 없고 물어도 벙어리인 양

때려도 성내지 않고 밀면 통 채로 구를 뿐이네.

남이 웃어도 탓하지 않고 체면을 차리지도 않으며

아들딸이 통곡하여도 다시는 보지 못하고,

명예와 재물 그렇게 탐하더니 북망산천으로 이웃으로 삼네.

 

온 세상 사람들 두 얼이 빠졌으니

그만이라도 정신 차려서 보리의 도를 닦아 행하라.

씩씩한 대장부 되어 한칼로 두 조각내라.

불구덩이에서 뛰어나 쾌한 사람 되어 보게.

참된 이치를 깨닫게 되면 해와 달로 이웃하리라.

 

@삼계의 사람들 어지럽고 육도의 중생 허덕인다.

재물을 탐하고 음욕을 좋아해 그 마음 사납기 이리떼 같구나.

지옥 가기 화살과 같으리니 그 긴 고통 어이 견디리.

자기 허물 볼 줄 모르는 것이 우리 속 돼지 같고,

자기 빚 갚을 줄 모르고 맷돌 까는 소를 비웃고 있구나.

한평생 도를 스스로 즐기나니, 안개 칡넝쿨은 바위를 에워싸고

세속정 얽매이지 않아 걸림이 없고, 언제나 흰 구름 짝이 되어 한가하네.

길은 있어도 세상과 통하지 않고, 마음 없는데 무엇을 반연하리.

고요한 밤 홀로 앉으면, 둥근달은 한산에 떠오르네.

늙은 몸이 누더기 입고 거친 밥으로 배를 불리며,

해진 옷 기워 몸을 가리니, 모든 일에 인연을 따를 뿐이네.

 

@어느 날 국청사에 큰 법회가 있는 날.

절 안팎을 대청소하는데 한산과 습득은 일주문 밖을 쓸고 있었다.

마침 법회에 법사로 초청을 받은 위산영우(爲山靈祐) 선사가 이들과 마주치자

한산이 위산영우 선사가 짚고 있는 주장자를 가리키며

"노형(老兄)아 그 주장자를 무어라 불러야 옳은가?"

이에 위산영우 선사가 황당해하며 우두커니 서 있자

이 사람 삼생(三生)을 국왕 노릇 하더니 온통 매 해져 날속한이 다 되었군그래.”

하면서 한산과 습득이 손뼉을 쳐가며 요절복통을 하자,

위산영우 선사는 얼굴을 붉히면서 화가 치밀어

그대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조롱하는고? ” 하고 직결탄을 날렸다.

그러자 아랑곳하지 않고 "누군 누구야 작은 부처님이시지" 하고 치겨세워 주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렸는지 위산은 ", 미쳤거든 고이 미치게나." 하고 핏잔을 주자

한산이 태연히 받으며 "그래, 고이 미치겠으니, 복 받는 재미가 어떻던가?"

하고 되물었다. 시큰둥 한 위산이 ", 복 받는 거고 뭐고 없고, 이래 봬도 난 선사야."라고

말을 짜르자 "누가 선사 아니랬나?

지난 삼생 동안 국왕 노릇 할만 하더냐고?"하고 다시 꼬집었다.

 “국왕 노릇?”이란 말에 위산이 잠시 머뭇거리자 한산이 말했다.

"이봐 노형, 많이 매해 졌군, 영산회상에서 함께 지내던 기억을 잊었는가?" 하자

이에 질세라 "미치광이도 영산회상엘 갈 수 있나? 어떤 것이 자네 가풍인가?"

하고 되묻자 한산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땅바닥에 놓고는 두 손을 맞잡고 반드시 하여 서 버린다.

이를 차수이립(叉手而立)이라 한다.

 (蛇足: <> 아니고 봉()도 아니고,,, 문수라면 칼을 들어야지 너무 유()했나)

 

@한산에 관한 기록은 모두 여구윤(閭丘胤)의 서문에 근거하나,

문헌의 성질에 따라 다소 윤색되어 있다. 조당집(祖堂集)16이나,

송고승전11에는 위산선사(潙山:771853)가 천태산에서 한산을 만났다고 하고,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14

지남(志南)천태산국청선사삼은집기(天台山國淸禪寺三隱集記)에는

조주화상(趙州: 778897)도 그를 만나 문답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루는 풍간 선사가 한산과 습득에게 말했다.

나와 함께 오대산에 가면 내 동무요, 함께 가지 않으면 동무가 아니다.

한산과습득이 말했다.

우리 둘은 안 갑니다.

그러면 내 동무 아니지.

한산이 말했다.

스님은 오대산에 가면 무엇하시겠습니까?

문수보살께 예배하려고.

스님은 내 동무가 아니구나!

얼마 후에 선사는 혼자서 오대산으로 순례하다가 한 노인을 만났다.

보살 아니십니까?

문수보살이 둘일 수가 있는가?

선사가 절하고 일어나기도 전에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蛇足: 한산은 문수보살의 현신으로, 풍간은 아미타불의 현신으로 거론된다.

아미타불의 협시불로 관음과 대세지를 두지 문수와 보현을 모신 법당이 그래서 없었던가?)



<한산시(寒山詩)1>

千雲萬水間(천운만수간) 자욱한 구름과 수많은 골짝 물 사이

中有一閑士(중유일한사) 그중에 한가한 놈 하나 있어

白日遊靑山(백일유청산) 낮에는 청산에서 노닐고

夜歸巖下睡(야귀암하수) 밤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倏爾過春秋(숙이과춘추) 갑자기 봄가을이 지나고

寂然無塵累(적연무진루) 고요하여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快哉何所依(쾌재하소의) 쾌재라, 어디에 기댈 것인가?

靜若秋江水(정약추강수) 맑기가 가을 강물 같도다

 

<한산시(寒山詩)2>

巖前獨靜坐(암전독정좌) 圓明當天耀(원명당천요)

萬象影現中(만상영현중) 一輪本無照(일륜본무조)

廓然神自淸(확연신자청) 含虛洞玄妙(함허통현묘)

因指見其月(인지견기월) 月是心錘要(월시심추요)

 

홀로 바위 앞에 고요히 앉았으면 하늘 한복판에 둥근 달이 빛나거라

만상은 모두 그림자 나타내나 달은 본래부터 비추는 것 없나니,

탁 트이어 정신은 절로 맑고 허()를 머금어 그윽하고 묘하여라.

손가락을 의지해 달을 보나니 달은 이 마음의 상징이니라.

 

<한산시(寒山詩)3>

寒山深(한산심) 稱我心(칭아심)

純白石(순백석) 勿黃金(물황금)

泉聲響(천성향) 撫伯琴(무백금)

有子期(유자기) 辨此音(변차음)

 

한산은 깊어 내 마음이네.

내 마음은 순수한 흰 돌과 같아 누런 황금은 아니어라.

맑은 샘물 소리가 백아(伯牙)의 거문고에 실리면

종자기(鍾子期)가 있어 금방 그 소리의 뜻을 아네.

 

<한산시(寒山詩)4>

有人笑我詩 사람들이 내 시를 비웃으나

我詩合典雅 내 시는 고상(高尙)하고 법()에 맞는다네.

不煩鄭氏箋 정씨(鄭氏)의 주석(註釋)도 번거롭게 할 것 없고

豈用毛公解 모씨(毛氏)의 해설도 힘입을 것 없네.

不恨會人稀 알아주는 사람 드물어도 한스러울 것 없고

只爲和音寡 다만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적은 것이 안타깝네.

若遣趁宮商 만일 오음(五音)을 찾는다면

余病寞能罷 내 병은 영원히 그칠 때 없으리.

忽遇明眼人 어쩌다 진실로 눈 밝은 사람을 만나면

卽自流天下 이내 저절로 천하에 퍼지리.

 

<한산시(寒山詩)5>

有箇王秀才 왕수재(王秀才, 왕유)가 지금 있다면

笑我詩多失 나의 시가 맞지 않는다고 비웃을 테지.

云不識蜂腰 이를테면 시의 병종(病種)인 봉요(蜂腰)도 모르고

仍不會鶴膝 또 학슬(鶴膝)도 알지 못하며

不側不解壓 평성(平聲) 측성(側聲)의 압운(押韻)도 모르고

凡言取次出 무릇 말을 함부로 내뱉는다고

我笑你作詩 나는 너의 시를 비웃나니

如盲徒詠日 장님이 해를 읊는 것과 같네.

    


<한산시(寒山詩)6>

智者尹抛我(지자윤포아)  생각 많은 그대는 나를 버리고

愚者我抛君(우자아포군)   미련스러운 나는 그대를 떠났나니

非愚亦非智(비우역비지)   지혜롭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은

從此斷相聞(종차단상문)  그 와는 소식이 없네.

入夜歌明月(입가명월)   밤이면 밝은 달이 노래 부르고

侵晨舞白雲(침신무백운)  낮이면 흰 구름이 춤을 추나니

焉能拱口手(언능공구수)  어찌 입과 손을 거두어

端坐鬢紛紛(단좌빈분분)  단정히 앉아 도에 들지 않으랴.

 

<한산시(寒山詩)7>

欲知前生事 전생 일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受者是 금생에 받는 것이라네.

欲知來生事 내생을 알고자 하는가?

今生作者是 금생에 짓는 대로 받는다네.

 

<한산시(寒山詩)8>

不解審思量(불해심사량) 알지 못하고 아름알이만 지어

祗道求佛難(지도구불난) 부처를 찾는 공부가 어렵다고만 하네.

廻心卽是佛(회심즉시불) 마음 한번 돌리면 이것이 부처이니

莫向外頭看(막향외두간) 밖으로 멀리 구하려 하지 말라.

 

<한산시(寒山詩)9>

慣居隱幽處 그윽한 곳에 은거하다가

乍向國淸中 가끔 아래 절에 들려본다.

時訪豊干老 때로는 풍간 노인도 찾아보고

仍來看拾公 이어 습득의 처소에도 가 본다.

獨廻上寒巖 홀로 돌아와 찬 바위에 오르니

無人話合同 여기 이야기할 사람 없네.

尋究無源水 골짝기의 흐르는 물 근원을 찾아보니

源窮水不窮 근원에는 갔지만, 물의 근원은 어디인가.


<한산시(寒山詩)10>

四時無止息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흘러

年去又年來     한 해가 넘어가고 또 한 해 오네.

萬物有代謝     계절 따라 잎이 돋고 낙엽 지건만

九天無朽摧    높은 하늘 푸르름은 변치 않누나.

東明又西暗     동녘의 밝은 아침도 서쪽에는 어둠

花落又花開   저문 꽃도 때가 되면 다시 피는데

唯有黃泉客   황천으로 홀로 가신 외로운 길손

        冥冥去不廻      떠나간 지 아득한데 돌아올 줄 모르네.

 

<한산시(寒山詩)11>

         我見世間人(아견세간인) 세상 속에 많은 사람 바라보니              

茫茫走路塵(망망주로진) 풍진속 일에 빠져 분주하도다.

不知此中事(주지차중사) 이 가운데 한 가지 알지 못하고

將何爲去津(장하위거진) 무엇으로 나룻배를 삼을 것인가?

榮華能幾日(영화능기일) 부귀영화 좋다 한들 몇 날이던가?

眷屬片時親(권속편시친) 절친하던 친척들도 잠깐이로세.

縱有千斤金(종유천근금) 천만금이 그대 손에 있다 하여도

不如林下貧(부여림하빈) 이 숲속에 청빈함만 같지 못하리.



<한산시(寒山詩)12>

水淸澄澄瑩(수청징징영) 물이 맑고 고요하고 환히 밝으면

徹底自然見(철저자연견) 모든 것 속속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心中無一事(심중무일사) 마음 가운데 진실로 한가지 일도 없으면

萬境不能轉(만경불능전) 모든 경계가 움직일 수 없느니라.

心旣不妄起(심기불망기) 마음이 망령되이 일지 않으면

永劫無改變(영겁무개변) 영원히 옮기거나 변하지 않나니

若能如是知(약능여시지) 만일 그대 능히 이렇게 알면

是知無背面(시지무배면) 이 지혜는 등과 앞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