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5) 한산습득도

2018. 6. 27. 21:18경전속의 우화들

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5)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는 중국 천태산 국청사의 삼은사(三隱士)로 불리는

한산과 습득 그리고 풍간선사 3인의 기행(奇行)을 소재로 한 선종화(禪宗畵).

한산습득도는 주로 한산과 습득 두 사람을 소제로 삼지만 3인을 모두 그리기도 한다.

한산은 천태산에 조금 떨어진 한암(寒巖)이란 바위굴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산(寒山)이라 불리었으며,

습득(拾得)은 국청사의 풍간선사가 적성도 부근에서 주워온 아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산과 습득은 풍간선사의 제자라고 하며, 이들 삼인에 대해서는 출신을 물론 속가의 성이나,

 생몰(生歿)도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삼은사는 시를 잘 지었는데 그 중 한산은 선시(禪詩)의 일인자로 알려져 있다.

  


선종화(禪宗畵)는 약칭하여 선화(禪畵)’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선종의 전법(傳法) 형식이 직관적으로

사자상승(師資相承 :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학예를 이어 전함) 되기 때문에

그 정신적 체험의 경지를 직관적인 시각의 세계로 표현하여 전법의 수단으로 그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주로 선승들이 수행 중 여가에 그려왔으나 선기적(禪機的) 내용이나

사상 등이 사대부들의 사유 방식과 연계되어

교양화 되고 취미화 됨으로써 감상화로도 다루어졌다.

채색을 사용하는 때도 있으나 전통적인 불교회화와

달리 수묵(水墨) 위주로 감필(減筆 : 형식적인 면을 극도로 생략하는 동양화의 화법)

 간일(簡逸)하고 조방(粗放)한 화풍을 적용해 완성하였다.

 

@중국의 선종화는 중국 남송 시대 목계(牧谿), 옥간(玉間),

양해(梁楷) 등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으며,

이러한 화풍이 일본에 전해져 더욱 발전하였다.

달마(達磨)를 비롯한 조사 상(祖師像)과 출산(出山) 석가, 한산(寒山),

습득(拾得), 포대(布袋), 나한(羅漢), 그리고 십우도(十牛圖) 등이 가장 많이 다루어져 왔다.

 

한산과 습득을 그린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는 산발하고

 누더기 차림인 두 인물이 파안대소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시권(詩卷)을 펴고 읊조리는 자세의 습득과,

붓을 들고 시권 두루마리나 파초잎에 시를 쓰는

한산을 표현한 예도 있고 빗자루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한산습득도는 선종화가 유행하던 중국의 남송 시대와 원나라 때에 즐겨 그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김홍도 등 몇몇 화가들이 그려졌을 가능성은 크나

달마도(達磨圖) 등의 선종화에 비하여 현존하는 작품으로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유준(劉俊)의 전칭 작품이 고려 말기의 것으로 전해 온다.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 제5부에서는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가장 많이 회자하는 청나라 나방(羅聘 1733-1799)작품의 화제(畫題)를 테마로 살펴보기로 한다.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는 사찰의 벽화나 선화(禪畵)로 잘 그려져 왔다.

우리나라에도 고창 선운사의 벽화에, 단양의 구인사 벽화에도 한산습득도가 그려져 있는데,

인물화로서 그려진 한산습득도는

 현재 미국의 한 미술관에 소장된 나빙의 작품을 가장 잘 표현된 것이라고 평하여지고 있다.

 

나빙(羅聘, 1733-1799)은 청()나라 때 안휘성(安徽城) 흡현(歙縣) 사람이며,

遯夫(둔부), 兩峰(량봉), 자호(自號)花之寺僧(화지사승).

金牛山人(금우산인), 衣雲道人(의운도인), 蓼州漁父(료주어부)이라 불리며

양주(揚洲)에 사는 자신의 집을 <주초시림(朱草詩林)>이라 했다.

 

이 그림에 쓰인 화제시(畵題詩)의 내용 또한 풍자적이면서

교훈적이다. 나빙은 화가로서의 명망도 있거니와,

시인으로서의 명망도 있는 사람으로,

특히 그는 청나라 중기의 건륭제 연간에 이름난 화가 금농(金農)의 제자라고 한다.

 

@금농(金農: 1687~1763)은 중국 청나라 때

저장 성(浙江省) 인화(仁和: 지금의 항저우(杭州]) 사람으로, 자는 수문,

호는 동심. 고향 항저우의 문인들 사이에서 자라나 시로 이름을 날렸으며,

고미술을 감식하는 안목도 뛰어났던 분이다.

 30세가 지나서 각지를 두루 돌아다니며 시·()에 정진했고,

 60세경부터는 양저우[楊州]에 머물면서 양주8괘의 대표적 존재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화필을 든 것은 60세 전후부터인데

남종화의 형식주의로부터 벗어나서 개성적인 화풍을 이루었다.

매화·말 등을 잘 그렸으며, 만년에는 불화를 잘 그렸다.

서체는 수집한 금석탁본을 근거로 하여 독자적인 서풍을 확립했다.

 자신의 서체가 팔분서에서 연유했다 하여

스스로 '칠분반서'라고 칭한 그는 개성적인 서풍을 개척한 분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4폭이 이어진 묵매도 墨梅圖가 있다.


이 그림의 위쪽에 적힌 화제시(畵題詩)는 다음과 같다.

나빙의 작품 속에 쓰인 시문이므로 이 시문 또한 나빙의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화재(畵題)

寒山拾得二聖降乩詩曰 (한산습득이성강계시왈)

한산 습득 두 성인 이 강계시에서 이르기를

 

@降乩詩(강계시) : 강계시란 깨달음을 얻은 이가 읊은 시로 게(, gātha)와 같은 것을 말한다.

 혹자는 항난(降乱)이라 새겨 <한산,습득 두 성인이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다(이겨내다)>란 시제로 풀이하기도 한다.

 

呵呵呵 (가가가) 我若歡顔少煩惱 (아약환안소번뇌)

하하하 내가 기쁜 얼굴 지으면 번뇌가 적어지니,

 

世間煩惱變歡顔 (세간번뇌변환안)

세간의 번뇌는 웃는 얼굴로 바꾸라고 하시네.


爲人煩惱終無濟 (위인번뇌종무제)

사람 살면서 번뇌한들 도움이 안되며

@無濟(무제) : 도울 방법, 방도가 없다.

 

大道還生歡喜間 (대도환생환희간)

큰 깨달음이라는 것도 결국 기쁨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네.

 

@歡喜(환희): 보살의 십지(十地) 중 첫 단계로 보살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

 깨달음에 이르고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생각에 기쁨으로 충만되어 있는 경지로

이를 환희지라 하는 데 여기서 환희(歡喜)는 환희지를 의미하다.

<한산습득이성강계시>에서 환희는 단순한 즐거움이나 기쁨뿐만 아니라

 깨달음에서 일어나는 환희심을 함께 뜻한다.

 

國能歡喜君臣合 (국능환희군신합)

나라가 잘되려면 군신이 화합하고


歡喜庭中父子聯 (환희정중부자연)

부모·자식이 화목하면 가정이 기쁘다네.

 

手足多歡荊樹茂 (수족다환형수무)

형제간에 기쁨이 많으면 우애가 돈독해지고

@手足(수족)은 형제를 의미하고,

荊樹(형수)는 형제 사이의 돈독함을 의미한다.

 

夫妻能喜琴瑟賢 (부처능희금슬현)

부부 사이가 기쁘면 금슬이 좋아진다.

@琴瑟賢(금슬현) :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화음(和音)을 이루는 것처럼

 부부가 서로 화목하고 다정함을 말한다.

 

主賓何在堪無喜 (주빈하재감무희)

주인과 손님은 어디에서도 안 기쁠 이유가 없으며


上下情歡兮愈嚴 呵呵呵 (상하정환혜유엄 가가가)

상사와 부하가 정다우면, 기쁨 속에 위엄이 선다네. 하하하

 

[跋文]

攷寒山拾得爲普賢文殊化身 (고한산습득위보현문수화신)

今稱和聖合聖爲寒山拾得變相也 (금칭화성합성위한산습득변상야)

花之寺僧羅聘書記 (화지사승나빙서기)

 

생각건대 한산과 습득은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의 화신이다.

오늘날 화성과 합성이라는 칭호도 한산과 습득의 모습이 변해서 비롯된 것이다.

화지사승 나빙이 쓰다.

 

@普賢文殊(보현문수)는 석가모니불을 좌우에서 협시하는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을 의미하고.

和聖合聖(화성합성)은 청 옹정(雍正)

한산을 묘각보도화성한산대사妙覺普渡和聖寒山大士로 책봉해 이를 줄여 화성和聖이라 이르고,

 습득을 묘각보도합성습득대사妙覺普渡合聖拾得大士로 책봉해 이를 줄여 합성合聖이라 이른다.

@變相(변상)은 변한 모습으로 불교에서 경전의 내용이나 부처, 보살의 모습을 형상화해 그리는 것.

또는 그 그림(變相圖)을 의미한다.

@花之寺僧(화지사승)은 라빙의 自號






(1870년 가와나베교사이카/풍간선사/한산습득도)



상기 번역분과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회자하는 다른 번역이 있어 참고로 함께 올린다.

 

@寒山拾得二聖 降亂詩曰 可可可

我若歡顔少煩惱 世間煩惱變歡顔

爲人煩惱終無濟 大道還生歡喜間

國能歡喜君臣合 還喜庭中父子聯

手足多歡刑樹茂 夫妻能喜琴瑟賢

主賓何在堪無喜 上下情歡兮愈嚴

呵呵呵

 

한산 습득 두 성인께서 이르시되,

어려움에 저 주면서 하하하 허허허 웃으며 살라 시네.

걱정 않고 웃는 얼굴 번뇌 적나니,

이 세상 근심일랑 웃는 얼굴로 바꾸라네.

사람들 근심 걱정 밑도 끝도 없나니,

큰 깨달음의 도는 기쁨 속에 꽃이 피네

나라가 잘 되려면 군신이 화합하고

집안이 좋으려면 부자간에 뜻이 맞고

손발이 맞는 곳에 안 되는 일 하나 없고,

부부간에 웃고 사니 금실이 좋을 시고

주객이 서로 맞아 살맛이 절로 나니,

상하가 정다우며 기쁨 속에 위엄 있네

하하하 허허허 웃으며 살라 시네.

~ 德田의 번역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