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豫斷)하지 말라.

2020. 3. 29. 17:21잠언과 수상록

예단(豫斷)하지 말라.

 

잡비유경(雜譬喩經)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외국의 소인(小人)들은 귀인(貴人)을 섬기면서 그 마음을 사려 하였다.

그리하여 귀인이 침을 땅에 뱉는 것을 보면 다투어 와서 발로 밟아 그것을 없앴다.

한 사람이 민첩하지 못해 그것을 밟으려 하나 처음부터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귀인이 침을 뱉으려고 막 입에 침을 모으는 것을 보고, 곧 발로 그 입을 밟았다.

귀한 사람은 물었다.

너는 나를 반역하려는가? 왜 내 입을 밟는가?”

소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호의로 그리하였고 반역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네가 반역하지 않는다면 왜 이처럼 하는가?”

귀인께서 침을 뱉을 때 나는 항상 그 침을 밟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침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항상 빼앗아

나는 잠시도 기회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입을 밟은 것입니다.”

 

이 비유는 의론할 때에는 반드시 그 뜻이 입에서 나온 뒤에 질문할 것이요,

 만일 뜻이 입안에 있어서 이치가 밝혀지기 전에 질문하면,

그것은 마치 입속의 침을 밟는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 경()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삼국지에서 회자하는 계륵(鷄肋)이란 말의 유래에서 보듯

 영특하기로 소문난 양수가 조조의 의중을 앞서 판단했다가 참수당하듯

사람들의 마음이란 뜻이 세웠다고 하지만 드러나는 것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라고 사람들은 속단하기 쉽지만,

마른천둥과 번개도 있고, 설령 비가 내린다고 해도 그 비가 눈이 될 수도 있고, 우박이 될 수도 있다.

어리석은 자와 현명한 자의 차이는 현명한 이는 시기와 때를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