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옹화상의 토굴가(土窟歌)

2019. 3. 2. 16:50잠언과 수상록


(진안 마이산 고금당의 나옹화상의 토굴)


나옹화상의 토굴가(土窟歌)

나옹화상의 토굴가는 3·4조 위주 4음보 율격의 가사로 된 수도가(修道歌) 의 이본(異本)이다.

나옹화상의 수도가(修道歌)증도가』 『낙도가』 『토굴가라는 제목의 이본이 전하는데

대부분 나옹화상 이름이 표제에 붙어 있다.

①〈나옹화상 증도가(60, 증도가) ②〈나옹화상 수도가(17, 감응편)

 ③〈나옹화상 낙도가(70, 조선가요집성) ④〈나옹스님 토굴가(63, 강전섭 채록본) 등이다.

이중 가장 정제된 작품은 이며, 는 그중 일부를 발췌한 이본이다.

은 권상로가 채록한 작품을 수록한 것이다.

(남해 금산 쌍홍굴)
 
 

나옹화상(懶翁和尙)의 속명(俗名)은 혜근(惠勤: 1320~1376)으로 고려의 승려이다.

속성(俗姓)은 아씨(牙氏). 초명(初名: 어릴적 이름)은 원혜(元惠).

호는 나옹(懶翁강월헌(江月軒)이지만 나옹화상이라는 호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설화의 주인공으로도 많이 나온다. 법호는 보제 존자(普濟尊者)이며 시호는 선각(禪覺)이다.

영해부(寧海府: 현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출신이며,

아버지는 선관서령(膳官署令) 서구(瑞具)이며, 어머니는 정씨(鄭氏)이다.

중국의 지공(指空), 평산처림(平山處林)에게 인가를 받고

무학(無學)대사에게 법을 전하여, 조선 시대 불교의 초석을 세운 분이다.

(좌로부터 무학대사, 지공화상, 나옹화상/회암사 소장)  

 

나옹화상은 그림과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노래를 많이 지었다.

그의 문집으로는 나옹집이 있다. 그의 노래 가운데 특색 있는 것은

나옹삼가(懶翁三歌)로 통칭된 백납가(百納歌), 고루가(枯髏歌), 영주가(靈珠歌)3편이다.

나옹화상의 정골사리(頂骨舍利)는 신륵사에 봉안되어 있고,

비석과 부도는 회암사에 남아 있다. 저서로 나옹화상어록1권과 가송 歌頌1권이 전한다.


 

@토굴가(土窟歌)는 선() 수행의 과정과 득도(得道) 후의 열락(悅樂)을 노래한 불교가사이다.

표제는 나옹화상수도가이며 나옹화상증도가의 이본이다.

나옹화상증도가의 서두에서 화자는 청산 깊은 곳에 초옥을 지어두고 봄날을 완상하면서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대사가 무엇인지 자문하였다.

이어 10년을 궁구한 결과 깨달았음을 말하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자연 현상이 부처의 세계임을 설파하였다.

마지막으로 득도 후 누더기 옷 걸치고 세상 욕심 던져둔 채

무공적(無孔笛:구멍없는 피리)을 비껴 불고 몰현금(沒絃琴: 줄없는 거문고)을 높이 타며

무위진락(無爲眞樂)을 누리는 자유로움을 노래하였다.


(쌍홍굴)


수도가나옹화상증도가의 세상 욕심을 떨친 대목(3746)

삼보를 맞이하여 공양 올린다는 내용을 추가한 짤막한 이본이다.

가사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수록 문헌의 연도로 볼 때

작가가 고려 말 나옹 혜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여러 이본에 나옹화상 이름으로 전하는 이유는 나옹화상이 선사로서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득도 과정과 열락을 누리는 내용이 나옹화상의 서왕가와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형의 가사로 군더더기 없이 압축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표현이 정제되어 있어 세인의 감응을 주기 다시 없는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선운사 원효굴)  

 

@토굴가(土窟歌) /한글번역본/ 나옹선사

청산림(靑山林) 깊은 골에 일간토굴(一間土窟) 지어놓고

송문(松門)을 반개(半開)하고 석경(石徑)에 배회(俳徊)하니

녹양춘삼월하(錄楊春三月下)에 춘풍(春風)이 건듯 불어

정전(庭前)에 백종화(百種花)는 처처(處處)에 피었는데

풍경(風景)도 좋거니와 물색(物色)이 더욱 좋다.


(곤명 구향동굴)  


그중에 무슨 일이 세상에 최귀(最貴)한고.

일편무위 진묘향(一片無爲眞妙香)을 옥로중(玉爐中)에 꽂아 두고

적적(寂寂)한 명창하(明窓下)에 묵묵(默默)히 홀로 앉아

십년(十年)을 기한정(期限定)코 일대사(一大事)를 궁구(窮究)하니

증전(曾前)에 모르던 일 금일(今日)에야 알았구나.

 

일단고명 심지월(一段孤明心地月)은 만고에 밝았는데

무명장야 업파랑(無明長夜業波浪)에 길 못 찾아다녔도다

영축산 제불회상(靈鷲山諸佛會上) 처처(處處)에 모였는데

소림굴 조사가풍(小林窟祖師家風) 어찌 멀리 찾을쏘냐.


(정선 화암동굴)  


청산(靑山)은 묵묵(默默)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淸風)이 슬슬(瑟瑟)하니 어떠한 소식인가.

일리재평(一理齋平) 나툰 중에 활계(活計)조차 구족(具足)하다.

천봉만학(千峯萬壑) 푸른 송엽(松葉) 일발중(一鉢中)에 담아두고

백공천창(百孔千瘡) 기운 누비 두 어깨에 걸었으니

의식(衣食)에 무심(無心)커든 세욕(世慾)인들 있을쏘냐.

 

욕정(欲情)이 담박(談泊)하니 인아사상(人我四相) 쓸데없고

사상산(四相山)이 없는 곳에 법성산(法性山)이 높고 높아

일물(一物)도 없는 중에 법계일상(法界一相) 나투었다.

(마이산의 화엄굴)  

 

교교(皎皎)한 야월(夜月)하에 원각산정(圓覺山頂) 선뜻 올라

무공저(無孔笛)를 빗겨 불고 몰현금(沒絃琴)을 높이 타니

무위자성 진실락(無爲自性眞實樂)이 이 중에 갖췄더라.

 

석호(石虎)는 무영(無詠)하고 송풍(松風)은 화답(和答)할 제

무착령(無着嶺) 올라서서 불지촌(佛地村)을 굽어보니

각수(覺樹)에 담화(曇花)는 난만개(爛慢開)더라.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南無靈山會上佛菩薩)

 


(계림관암동굴)

 

懶翁土窟歌 漢譯本

靑山林 一間土窟

松門半開 石徑俳徊

錄楊春三月下

庭前 百種花

風景 物色 最貴

一片無爲眞妙香 玉爐中

寂寂 明窓下 十年 一大事

一段孤明心地月 無明長夜業波浪

 

靈鷲山 諸佛會上 小林窟祖師家風

淸風 瑟瑟 一理齋平 活計 具足

 

千峯萬壑 松葉 一鉢中 百孔千瘡

衣食無心 世慾 欲情談泊

人我四相 四相山

法性山 一物 法界一相

皎皎夜月 圓覺山頂 無孔笛 沒絃琴

無爲自性眞實樂 石虎 無詠 松風 和答

無着嶺 佛地村 覺樹 曇花爛慢開

南無靈山會上佛菩薩


(구향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