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한담(閑談)

2018. 5. 6. 12:37넋두리

오후의 한담(閑談)

 

물오를 때는 별 짓거리 지칠줄도 모르고.

뉘가 그랬더라. 사십이장경이던가.

거시기가 하나였을 망정이지 둘이었다면

천하에 도 닦을 놈 하나 없다.라고

 

手口足根 원활하고

머리 팽팽 돌아갈 때는

세상 모두가 내 것인 양

唯我獨尊으로 입을 귀에 걸고 살지만


 

어느 새 검은 머리 파뿌리 되고

초롱초롱했던 눈망울도 흐멀게 지고

 심심찮게 이끼도 눈가에 끼기 시작하면

삭신도 뒤질세라 팔다리 허리, 무릎관절 찌거덕 그린다네


 

오매 어쩌나! 살 만큼 살았나. 그리 생각하겠는가.

말로만 듣던 저승사자 생각지도 않았다가

몰래 찾아올까 은근히 걱정이 아니 되겠는가.


 

몸은 이미 석양 고갯길에 들어섰는데

갈길 생각하니 모아 둔 것 변변치 않아

행여나 하는 꼼수 바래 복권도 사보지만

사는 그것마다 꽝

 

펀드 펀드 요란하여 꼬불쳐 놓은 밑천

밀어 넣지만 내내 꼴아 박다가

고작해야 원금이라도 건지면 다행.


 

세상사 돌아보면 모두 부질없는 짓꺼리라

마지막 의지처로 아미타불 불러보지만

부처님 뒷발꿈치라도 보았던가.

 

이래도 답이 없고 저래도 답이 없어

타박타박 걸음 셈며 도봉산을 올라

허공의 달덩이 횡재수 바라며

벌근 대낮에 만월암에 올라더니

 

멀쩡한 처마 끝에 달린 편액

허허 저 개 먼 그림이며,

산신각 저 캣취프레이어는 또 무엇인고.


 

@駕無底船 (가무저선) 吹無孔笛 (취무공적 )

法海滿天 (법해만천 ) 十方妙音 (시방묘음 )

 

(밑 없는 배를 타고 구멍 없는 피리를 불어대니

법의 바다, 하늘에 그득하고, 온 세상이 부처님 소리네)




 

@千江流水千江月(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만리무운만리천)

白雲淸風自去來(백운청풍자거래) 日落西山月出東(일락서산월출동)

 

(천강에 흐르는 물 천개의 달이 뜨고, 만리에 구름 없어 만리가 청천하늘

흰 구름 맑은 바람 절로 오가고, 서산에 해지니 동산에 달 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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