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3) 국청사 삼은사(三隱士)의 기행

2018. 6. 24. 11:16경전속의 우화들

중국 천태산 고승들의 기담(3) 국청사 삼은사(三隱士)의 기행

 

국청사의 삼은사(三隱士)로 불리는 풍간·한산·습득은 자유분방하고

 탈속(脫俗)한 광적인 기행(奇行)의 무위도인(無爲道人)이었다.

한산은 국청사에서 조금 떨어진 한암(寒巖)이라 불리는 바위굴에서 살았기 때문에,

공양 때가 되면 국청사로 가서 대중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습득이 모았다 주면

이것을 둘이 함께 먹었다고 한다.

습득(拾得)은 풍간선사가 길에서 주운 아이라서 그렇게 불린 것인데

 공양간의 불목한 일을 하고 있었다.

한산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의 변신으로, 습득은 보현보살(普賢菩薩),

 풍간선사는 아미타불의 화신(化身)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습득은 공양간에서 일하면서 부엌에 남은 찌꺼기를 대통에 넣어 두면,

한산이 왔다가 갈 적에는 가져가곤 하였다. 습득은 법당의 회랑을 돌면서

 , 상쾌하다, 시원하다!하면서 혼자 말하고 혼자 웃고 하였다.

스님들이 붙들고 꾸짖거나 쫓아 보내면, 습득은 돌아서서 손뼉을 치면서 한참 웃다가 가기도 하였다.

형상이 비렁뱅이처럼 여위었으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뜻에 맞으면 잠자코 생각하는 듯하였고,

그가 하는 말에는 미묘한 뜻이 들어 있었다.

 

습득은 나무껍질로 관을 만들어 쓰고,  다떨어진 옷을 입고, 나막신을 신고 다니며,

회랑을 돌면서 노래도 하고, 가끔 하는 말은

 애달프다. 온 세상이 쳇바퀴 돌 듯하는구나! 하였다.

어떤 때는 마을에 들어가서 소치는 아이들과 더불어 웃고 노래하면서

 뜻에 맞거나 거슬리거나 개의치 않고 그저 즐겁게 보냈다고 한다.

속인의 경지를 초탈한 기이한 행동이 많았다.

 

@하루는 한산이 습득에게 물었다.

구리거울을 닦지 않으면 어떻게 비치지?

얼음 병은 영상이 없고 원숭이는 물속의 달을 건지느니.

그것은 비치는 것이 아니야, 다시 말해보게

만 가지 공덕 가져오지 않고, 나더러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蛇足: 한산은 문수보살의 현신으로, 습득은 보현보살의 현신으로 거론된 이유를 알만하다.)

 

@또 이런 일화가 전해진다.

국정사의 영습(靈熠)스님이란 분이 습득에게 불전(佛前)에 향을 피우는 일을 시켰다.

그런데 어느 날 가만히 보니 습득이 부처님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小根敗種((근기가 작은 자는 망한다)이라고 지껄이고 있었다.

습득이 앙심을 품고 자기를 욕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영습 스님은 화가 나서 향 피우는 일은 중지시키고 습득을 공양간에 보내버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절에서 고두밥을 쪄서 멍석에 말리는데,

주지 스님이 습득에게 이를 지키라고 하였다.

자유분방한 습득이 한 자리에서 고두밥을 지키다 보니 지루해서 그만 잠이 들었다.

그런데 깨어보니 새들이 날아와서 고두밥을 몽땅 먹어버리고 말았다.

 습득은 화가 나서 천왕문(天王門)으로 달려가서,  

스님들의 공양을 먹어버린 새도 못 지키는 주제에 어찌 감히 절을 지킨다고 할 수

있겠는가!” 라고 하면서 막대기로 사천왕(四天王)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때 잠시 오수(午睡)에 들었던 주지 스님의 꿈에 사천왕이 나타나서

스님, 스님, 습득이 저희들을 마구 때립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놀라 깬 주지 스님이

 사천왕이 있는 천왕문으로 달려가 보니, 불목한 습득이 막대기로 사천왕을 때리고 있었다.

 

<송고승전> 등에 왜 이런 이야기를 담았을까?

습득이 사천왕을 막대기로 때렸다는 이 이야기는 단순히 보면 흥밋거리에 불과하겠지만

그 숨은 의미는 단하소불(丹霞燒佛)의 화두와 같이 깊은 상징적인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단하소불의 이야기를 잠시 하면,

@단하천연(丹霞天然: 736~824))이 어느 해 겨울 만행 중에 혜림사(慧林寺)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절에서 스님에게 공양도 주지 않고 방에 불도 때어주지 않았다.

방은 춥고 배는 고프고 해서 잠이 오지 않게 된 스님은 법당으로 가

법당에 봉안된 목불(木佛)을 가져다 쪼개서 방에 불을 지폈다.

 

이튿날 아침 이 사실을 안 절의 스님들이 들고일어나 스님을 꾸짖자,

 스님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소승은 이 절의 부처님이 법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리를 얻어볼까 하고 다비식을 거행했습니다.”

그러자 그 절의 주지(住持)가 스님에게 쏘아붙였다.

 “나무 불상에서 무슨 사리가 나오겠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사리도 나오지 않는 부처라면 불이나 피워 언 몸을 녹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라고 일갈(一喝)했다.

 

단하소불(丹霞燒佛)’ 의 이 화두와 같이 절 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이

무서운 형상을 한 사천왕이다. 이 사천왕을 습득이 막대기 때렸다는 것은

이런 방편을 통해서 불법을 바로 알려고 한다면

형식적이고, 외재적인 모든 권위나 형상을 부정해 버리라는

 若以色見我 不見如來라는 금강경의 사구게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되새겨 보게 한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습득이 어느 날 마당을 쓸고 있는데 주지 스님이 지나다가

너 이틀이 무엇이며, 어디에 사느냐?하고 물었습니다.

습득은 풍긴 선사가 주워 온 아이라 성도 이름도 출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습득은 일을 중지하고 손을 깍지 짓고 묵묵히 서만 있었다.

주지 스님이 그 뜻이 뭔지 모르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한산(寒山)이 나타나서 가슴을 밀면서

창천(蒼天), 창천(蒼天)하고 외쳤다.

그러자 습득이 한산에게 묻기를 네 지금 무어라 했느냐라고 묻자, 한산이 답하기를

어찌 동가(東家) 사람이 죽었는데 서가(西家)의 사람이 슬퍼하겠나?라고 하였다.

(蛇足: 어린애 줄려면 눈깔사탕이면 족한데 웬 백 년 묵은 산삼을..)



<습득(拾得)의 시() 1>  

솔가지에 달은 걸려 바람이 쓸쓸한데

구름은 조각조각 일어나네.

첩첩 산은 둘러 몇 겹이던고

눈을 놓아 천만리 아득하여라.

끝까지 맑은 못물

거울처럼 환하고

거룩하여라. 이 마음이여

칠보(七寶)인들 거기 비기리.

松月冷 片片雲霞起(송월령 편편운하기)

幾重山 縱目千萬里(기중산 종목천만리)

谿潭水澄澄 徹底鏡相似(계담수징징 철저경상사)

可貴靈臺物 七寶莫能比(가귀영대물 칠보막능비)

이 시를 가지고 김달진(金達鎭) 선생은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맑은 못물은 꿰뚫는 형안이 빛나니

영대(靈臺)는 신령스러운 진성(眞性)의 마음

거룩하구나

마음의 거울이여,

모든 것을 환히 비추는구나.

 

<습득(拾得)의 시() 2>  

身貧未是貧 (신빈미시빈) 神貧始是貧 (신빈시시빈)

身貧能守道 (신빈능수도) 名爲貧道人 (명위빈도인)

神貧無智慧 (신빈무지혜) 果受餓鬼身 (과수아귀신)

餓鬼比貧道 (아귀비빈도) 不知貧道人 (부지빈도인)

 

몸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정신의 가난이 참 가난일세

몸은 가난해도 도를 지키면 그는 가난한 도인이라 일컫나니

정신의 가난은 지혜가 없어 그 결과로 아귀의 몸을 받는다네.

아귀와 가난한 도인을 견줄 양이면 어이 가난한 도인에 비길 것인가

                       

<습득(拾得)의 시()3>  

三界之中紛擾擾 (삼계지중분요요)

祇爲無明不了絶 (기위무명불요절)

一念不生心澄然 (일심불생심징연)

無去無來不生滅 (무거무래불생멸)

 

삼계에 묻혀서 마음이 분란스러운 것은

단지 무명을 확연히 끊지 못함이러니

한 생각을 일어키지 않으면 마음이 맑아지리니

가고 옴이 없으면 생멸도 없다네

 

<습득(拾得) ()4>

從來是拾得(종래시습득)-나는 본래 주운 아이였으니

不是偶然稱(불시우연칭)-(습득이란 내이름이) 우연한 것은 아니다.

別無親眷屬(별무친권속)-부모형제 하나 없이 태어났으니

寒山是我兄(한산시아형)-한산 바로 내 형이다.

兩人心相似(양인심상사)-두 사람 마음이 서로 똑같으니,

誰能徇俗情(수능순속정)-세속 정을 어찌 여기 비하랴.

若問年多少(약문연다소)-만일 누가 위이고 아래냐고 묻는다면

黃河幾度淸(황하기도청)-황하 물이 몇 번이나 맑았더냐고 답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