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1. 23:35ㆍ조사어록과 잠언
(계림에서)
중국거사들의 불교이야기(4) 배휴거사
@어느 여름 날 배휴가 공무로 배를 타고 황하강을 건너가는 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배사공은 웃옷을 다 벗어 제치고 콧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고 있었다.
그런데 무심히 사공의 등을 보니 자기와 똑 같은 큰 수술자국이 보였다.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동생이 생각나서 사공에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배탁이라 합니다."
어허, 내 잃어버린 동생의 이름과 같은데...
허긴 세상에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이 있으니 하고는 반신반의 하면서
옛날 살던 곳 하며 지나온 일들을 하나하나 물어보니 바로 동생 배탁이 아닌가.
강을 건너 배에서 내리자 옛적에 잃어버린 동생을 만났다는 기쁜 마음에
배휴는 어찌 할 줄 몰랐는데 사공은 도리어 덤덤했다.
(주가각에서)
배휴는 사공에게 “나를 모르겠는가? 내가 네 형인 배휴일세.”
그러자 사공은 “정승인 형님을 내 어찌 모르겠습니까?
진작에 알고 있었지요! 하는 것이 아닌가.
“괘씸한 녀석같으니, 나를 알면서도 왜 지금까지 그리 소식도 없이 지냈는가.
내 너를 찾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 하고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동생 배탁은 웃으며 이르길
“곤궁한 옛적이라면 혹 몰라도
지금은 형님께서도 정승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 편안하게 잘 살고 계시고,
저 또한 산과 강을 벗삼아 오가는 길손을 나룻배로 태워주며 즐겁게 살고 있는데
굳이 옛 인연을 빌어서 부운(浮雲)같은 인생살이
형님이나 나나 번거롭게 할 것이 무애 있겠습니까?
하는 것이 아닌가.
(서호)
생각해 보니 그렇다.
“그래, 정승인 나보다 네가 더 멋진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구나.” 하고는
굳이 동생을 데려갈려는 생각을 버리고 배휴는 길을 떠났다.
.....
사족을 붙일 것이 없어 태고왕사(太古王師)의 시한수로 답한다.
한가로이 산림에 누워 세상일 다 잊었네.
명리에 허덕이는 세상사람 가엾어라.
소쩍새도 잠이 든 달 밝은 밤에
한줄기 시냇물 소리 나의 벗일세.
閑臥山林萬事輕(한와산림만사경)
何須浮生强求名(하수부생강구명)
杜鵑暗歇三更夜(두경암헐삼경야)
但愛溪聲與月明(단애계성여월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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