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사들의 불교이야기(3) 배휴거사

2017. 8. 10. 23:18조사어록과 잠언


(광저우 진가사)


중국 거사들의 불교이야기(3) 배휴거사


배휴(裵休)는 불심(佛心)이 깊고 학식이 뛰어나 일인지상의 지위인 정승의 지위에 까지 올랐지만

그의 출생은 비천하고 불운했던 사람이다. 배휴(裴休)에게는 배탁(裵度)이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두 형제는 태어날 때 쌍둥이로 등이 맞붙은 채 기형아로 태어났다고 한다.

다행히 부모님의 은덕으로 수술결과 동생과 분리되어 둘 다 생명을 건졌다고 한다.

배휴(裵休)라는 이름은 장성한 이후에 불린 이름이다.

 

설상가상으로 두 형제는 부모 복이 없어서인지 어려서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아신세가 되었는데

다행히 외삼촌 집에 몸을 의탁할 수 있었다. 외삼촌 집에 머물고 있던 어느 날

외삼촌 집에 탁발을 나왔던 한 스님이 찾아와 외삼촌과 밀담을 나누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그 스님이 외삼촌에게 묻기를

"저 아이는 웬 아이입니까?"

"나의 조카인데 일찍 부모를 잃어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냉정하다 여기겠지만 저 두 아이들은 집에서 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어 제 집도 아닌 저희 집에 사는 것도 불행한 일인데

어떤 연유로 내보라고 하십니까?" 하니, 스님이 이르시길

내가 저 두 아이의 관상을 보니 저 아이들의 관상이 거지상이라

만약 이대로 계속 데리고 살면 저 아이들도 필경에는 남을 밥을 빌어먹는 거지가 되겠지만

저 아이로 말미암아 당신 집도 거들날 것입니다. ”

라고 하는 것이었다.

두 아이로 말미암아 집안에 액운이 든다는 소리다.


청천 벽력같은 이 소리를 몰래 들은 배휴와 배탁은 어찌할 줄 모르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그래도 외삼촌의 보살핌을 받았는데

나로 인하여 외삼촌 집까지 거덜 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하여

스님이 돌아간 뒤 배휴가 마음을 정하고 외삼촌에게 말을 꺼냈다.


"아까 오신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어차피 빌어먹어야 할 거지 팔자로 태어났다면

지금까지 저희 둘을 돌보아 주심도 큰 은혜이거늘 저희들로 인하여 외삼촌 집까지 망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습니까. 저희 두 형제의 팔자가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해진 운명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낫겠지요.

하여 집을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하고 짐을 꾸려 집은 나섰다.

어린 것이 어디로 가겠단 말인가?” 하고 외삼촌은 극구 만류하였지만

외삼촌 집을 나온 형제는 그날부터 얻어먹는 거지가 되어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살다가 동생 배탁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떠돌이 거지생활로 지내던 어느 날 배휴는 길에 떨어진 부인삼대(婦人三帶)를 발견했다.

부인삼대는 값비싼 보석이 박힌 옥대(玉帶).

 

배휴는 횡재를 만났다는 생각보다는

이 귀하고 값비싼 옥대를 잃은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비탄에 젖어 있을까.

내 비록 남의 밥을 빌어먹는 거지 신세지만 본래 내 것이 아닌 것에 탐을 내랴. 주인을 찾아 돌려주어야지

생각하고는 주인을 찾아 주려고 그 곳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옥대의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길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여인이 파리한 얼굴로 허급지급 달려오면서

사방을 두리두리 찾고 있지 않은가. 저 여인이 이 옥대의 주인인가 보다 생각하고는

여인에게 무엇을 찾느냐고 물었더니 혹 길에서 옥대를 보지 못했느냐 한다.

배휴는 주저함이 없이 주운 옥대를 내어 주면서 이것이냐 고 묻자,

부인은 그렇다하면서 얼굴에 화색을 띄며 당신 덕분에 이제 자식의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고

고맙다고 거듭거듭 감사를 올린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옥대는 그 마을의 고을 자사(刺使)에게 죄를 지어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의 3대독자를 살리기 위한 면죄금으로

전 재산을 모두 팔아서 멀리 이웃나라 촉나라에까지 가서 구한 <부인 삼대>라는 귀한 옥대였다.

정결한 마음으로 자사를 뵈려고 목욕재계하고 행장을 수습하여 간다는 것이

마음이 급해 서둘다가 이 옥대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값비싼 보물을 길에서 줍는다면 왠 횡재(橫財)냐 싶어 누가 볼까바,

주인이 언제 나타날까바 줄행랑치는 것이 당연한데도,

배휴는 이것은 내것이 아니다 하고 재물에 대한 탐심을 버리고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배휴의 그런 마음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리게 되었고

배휴 또한 그 옥대보다 더 큰 기쁨을 누리 되었던 것이다.


 

(광저우 진가사)

그 후 배휴는 이 마을 저 마을 거지 생활을 하면서 돌아다니다

어느 날 외삼촌 집에 들리게 되었는데

마침 예전에 자신에게 거지팔자라고 하셨던 그 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스님은 배휴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얘야! 네가 크면 반드시 정승이 되겠구나." 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배휴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스님께서 언젠가는 제가 밥 빌어먹는 거지가 되겠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정승이 되겠다고 말씀하십니까? 라고 하였다.

그러자 스님께서

"분명히 그때는 그렇게 말했었지, 하지만 전날에는 너의 얼굴상을 봤고,

오늘은 너의 마음 상을 보니 다르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고 묻자 배휴가 옥대을 주웠다가 돌려주어 사람을 살린 일을 이야기하니,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띄면서 합장을 하고 돌아갔다.

그 후 세월이 흘러 배휴는 스님의 예언대로 당나라의 일인지상의 지위인 삼공(三公)영의정에 올랐다.



(요산의 와불)

 

사족(蛇足): 상불여심(相不如心)이란 말이 있다. 관상(觀相)이 아무리 좋아도 심상(心相) 보다는 못하다는 말이다.

관상을 뛰어넘은 그 마음이란 어떤 마음일까?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하는 그 마음일까,

중생을 향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일까, 무연(無緣)대비심(大悲心)일까.

춘우(春雨)는 나뭇잎을 소생시키고 추우(秋雨)는 나뭇잎을 떨구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