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사불교의 효시 부설거사 이야기(2/2)

2016. 12. 17. 18:12선시 만행 한시 화두

한국 거사불교(居士佛敎)의 효시(嚆矢) 부설거사(浮雪居士) 이야기(2/2)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그의 열반송을 비롯하여 부설전에 기록된 그의 유작시를 살펴본다. 

부설전(浮雪傳)은 부설거사의 출생에서 임종까지의 그의 행적을 한문 소설형식으로 기록된 책이다.

이 책은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부설거사가 창건했다는 월명암에 보관되어 있으며

 1992620일 전라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되어 있다. 작자는 미상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설이 신라 진덕여왕이 즉위하던 해 수도인 서라벌 남쪽 향아라는 마을에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도반인 영조, 영희와 함께 수도생활을 하면서 나눈 법담과 부설거사의 오도송을 비롯하여

부설거사가 태어나서 임종을 맞을 때까지의 그의 행정과 그가 쓴 4부시(賦詩),

그리고 8죽송(竹頌)이 기록되어 있다.

4부시와 8죽송의 글씨체가 서로 달라 일인(一人)의 작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한지 7장을 1면으로하여 총 15면으로 되어 있으며,

1면은 10행이고 매행은 14자이다. 2,616자이다.

 

부설거사와 묘화부인의 유적으로는 월명사를 비롯하여

출가시킨 두 자녀를 위해 지었다는 등운암(登雲菴)과 월명암(月明菴)이 남아 있으며,

현재 김제 성덕면의 부서울 마을과 묘화리라는 마을 이름은 

 옛날 부설거사와 묘화부인으로 인하여 불러진 마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불암산일몰)

 

@부설거사의 오도송 /繼 吟(계음)  


共把寂空雙去法(공파적공쌍거법)

同棲雲鶴一間庵(동서운학일간암)

已知不二歸無二(이지불이귀무이)

誰問前三與後三(수문전삼여후삼)

閑看庭中花艶艶(한간정중화염염)

任聆窓外鳥喃喃(님영창외조남남)

能令直入如來地(능령직입여래지)

何用區區久歷參(하용구구구력참)

 

공적의 오묘한 법 함께 놓아버리고

한 칸 암자에 구름과 학과 함께 사노라

둘이 아님을 알고나니 둘이 없구나

뉘라서 전삼삼 후삼삼 물어오는가

 

한가로이 정원에 곱게 핀 꽃 바라보고

창밖에 재잘대는 새소리를 듣는다.

곧바로 여래지에 들 수 있는데

구구히 오래도록 무엇을 참구하랴

@남남(喃喃): 혀를 빨리 돌려 알아들을 수 없게 재잘거림 이나 재잘거리는 소리.



(광저우에서)


@사부송(四浮頌)

처자권속 삼여죽(妻子眷屬 森如竹)

금은옥백 적사구(金銀玉帛 積似邱)

임종독자 고혼서(臨終獨自 孤魂逝)

사량야시 허부부(思量也是 虛浮浮)

 

처자와 권속들이 대숲처럼 무성하고

금은보화 비단이 언덕만큼 쌓였어도

죽음에 다달아서 내 한 몸만 홀로 가니

이것을 생각하니 헛되고 부질없구나

 

조조역역 홍진로(朝朝役役 紅塵路)

작위재고 이백두(爵位纔高 已白頭)

염왕불파 패금어(閻王不怕 佩金魚)

사량야시 허부부(思量也是 虛浮浮)

 

날마다 번거롭고 어지러운 세속의 길 걸으며

벼슬은 조금 높아졌지만 머리는 이미 백발이네

염라대왕이 금옥관대(金魚)를 두려워하랴

이것을 생각하니 헛되고 부질없구나

 

금심수구 풍뢰설(錦心繡口 風雷舌)

천수시경 만호후(千首詩輕 萬戶候)

증장다생 인아본(增長多生 人我本)

사량야시 허부부(思量也是 虛浮浮)

 

비단같은 마음으로 금실로 수놓은 입이라도

시 구절 천 편으로 만호 제후 조롱해도

여러 생애 아상을 키우는 근본이라

이것을 생각하니 헛되고 부질없구나

 

가사설법 여운우(假使說法 如雲雨)

감득천화 석점두(感得天花 石點頭)

건혜미능 면생사(乾慧未能 免生死)

사량야시 허부부(思量也是 虛浮浮)

 

구름처럼 비처럼 설법을 잘해서

하늘 꽃비 내리고 석인이 (고개)끄덕인들

알음알이 지식으로는 생사를 면치 못하나니

이것을 생각하니 헛되고 부질없구나


(제부도에서)


@八 竹 (팔죽시)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랑타죽)

粥粥飯飯生此竹 (죽죽반반생차죽)

是是非非看彼竹 (시시비비간피죽)

貧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 가는대로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옳으면 옳은대로 그르면 그런대로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정 물건 사고 파는 것은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맘 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부설거사가 묘화와 결혼하여 아들 딸 남매를 낳고 능가산 묘암골에서 묵언하며 공부하던중

진리의 마음으로 이 팔죽송을 지어 낭송했다고 한다.

여기서 은 대나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 <><~대로>로 묘사한 것이 기발하다.


(강진에서)


@和 韻(화운)

悟從平等行無等(오종평등무행등)

覺契無緣度有緣(각계무연도유연)

處世任眞心廣矣(처세임진심광의)

建家成道體脾然(건가성도체비연)

圖珠握掌丹靑別(도주악장단청별)

明鏡當臺胡漢懸(명경당대호한현)

認得色聲無臺碍(인득색성무대애)

不須山谷坐長連(불수산곡좌장련)

 

깨달음은 평등해도, 수행의 길은 같지 않다.

깨달음은 인연 없는 데에 계합하고 중생제도는 인연에 따른다.

 

처세는 진심을 따르니 광대해지고

가정을 이루면서 도를 성취하니 베짱하나 두둑하다.

 

구슬을 그려 손안에 쥐니 붉고 푸른 빛 역역하고

밝은 거울 앞에 한인(漢人)과 호인(胡人)이 드러나는구나.

 

겉모습()과 소리()에 걸릴 바가 없으니,

굳이 깊은 산골에서 오래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제부도에서)


@부설거사 임종게

目無所見無分別(목무소견무분별)

耳聽無聲絶是非(이청무성절시비)

分別是非都放下(분별시비도방하)

但看心佛自歸依(단간심불자귀의)

눈으로 보되 본 바 없으니 분별할 것이 없고

귀로 듣되 들은 바 없으니 시비가 끊어지네

분별과 시비를 다 놓아 버리고

단지 마음 속의 부처를 보고 스스로 귀의하라

 

@이 임종게는 부설거사가 창건하고 수도하였다는 백강(白江)변에 지어진 망해사(望海寺)에서

부인<묘화>과 아들<등운> <월명>을 불러 앉히고

이 시를 지어 스스로 읊고 그 자리에서 앉아서 임종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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