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2013. 12. 31. 21:42한담(閑談)

 

 

 

 

저무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세시(歲時) 속담에 의하면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귀한 손님이 오거나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선조들은 까치를 길조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저녁에 우는 까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해 저문 날 한 해를 보내면서 얼은 붙은 연못 위를 홀로 날고 있는 까치를 바라보며 한 생각해 봅니다.

길(吉)함이 무엇이며, 흉(凶)함이 무엇인지를.

참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이 한 해를 돌아보니 참 생각 없이 그렇게 살아 온 것 같습니다.

부질없는 것들에 매여 분망(奔忙)하게 뛰어왔나 봅니다.

 

중국인들도 까치를 귀한 새로 칭송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까치를 길조로 여기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칭송한다고 합니다.

까~악 까~악 하고 우는 까치의 한 소리 때문입니다.

조류학자들에 의하면 까치는 다른 날 짐승과는 달리 슬프거나, 괴롭거나, 위험할 때나 평온할 때에도

언제나 같은 울음을 낸다고 합니다. 감정의 기복이 배어 있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이 한 소리만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까치의 이런 속성에 대해서, 사계절 늘 푸른 솔을 칭송하고, 속은 비어도 곧게 자라는 대나무를 칭송하듯

까치의 그 한결같은 소리를 귀하게 여겨 길조로 여긴다고 합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언제나 변함없이 아둔한 저의 불방에 들려 베풀어 주신 고마운 님들의 소리를 생각하며

저무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고마움에 젖어 봅니다.

 

밝아 오는 청마의 새해에도 변함없는 성원을 기대하며

강녕(康寧)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합장드립니다.

 

 

                                                  

                                                                           ♬ 떨어지는 잎새/김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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