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선사(道林禪師) 이야기

2011. 11. 28. 00:44붓다의 향기

 

도림선사(道林禪師 741-824)

도림선사는 경산 도흠선사의 법손이다. 스님은 본래 부양(富陽) 사람이며 성은 반(潘)씨였다.

어머니 주(朱)씨의 꿈에 해가 입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태기가 있었다.

태어날 때엔 이상한 향기가 방에 가득하였으므로 향광(香光)이라 불렀다.

 

9세에 출가하여 22세에는 형주(刑州)의 과원사(果願寺)에서 구족계를 받았고

나중에 장안 서명사(西明寺)에 있는 복례 (復禮) 법사에게 가서 <화엄경>과 <기신론>을 배웠다.

이때에 복례가 진망송(眞妄頌)을 보이면서 선을 닦으라 하니 대사가 물었다.

「처음에 어떻게 관찰하며 어떻게 마음을 쓰리까? 」

복례가 오래도록 대답이 없으므로 대사는 세 번 절하고 물러가니

때마침 당의 대종이 경산국일선사(徑山國一禪師)를 대궐로 초청했었는데 가서 뵙고 정법을 전해 받았다.

 

그러고는 남쪽으로 돌아왔는데 이보다 앞서

고산(孤山)의 영복사(永福寺)에 벽지불의 탑이 있어서 도승들이 모여 법회를 하고 있었다.

대사가 석장을 흔들면서 들어가니 靈隱寺(영은사)의 도광법사가 말했다.

「여기는 법회를 하는 곳인데 어찌하여 소리를 내는가 ?

「소리가 없으면 누가 이 법회를 알겠는가.」

 

뒤에 秦望山(진망산)을 바라보니 낙락장송이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일산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위에 자리를 잡고 살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조과선사라 하였다.

또 까치가 그 곁에 등지를 치고 있어 자연히 길들었으므로 鵲巢(작소) 화상이라고도 하였다.

 

회통(會通)이라는 시자가 있었는데 하루는 떠나려고 하직을 하니 대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려 하는가 ?

회통이 대 답했다.

「회통은 법을 알기 위해 출가하였는데 화상께서 가르쳐 주시지 않으므로

이제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불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불법쯤이라면 나에게도 약간은 있다.」

「어떤 것이 화상의 불법입니까?

대사가 즉시에 몸에서 실을(布毛) 하나 뽑아서 불어 날리니 회통이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다.


 

원화(元和)때에 항주 자사(刺使: 검찰관)로 부임한 백거이(白居易)가 도림선사를 찾아왔다.

백낙천(樂天)으로 알려진 백거이는 당시 당나라 제일의 문장가(文章家)요

불경(佛經)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지녔다고 자부심이 대다했던지

명망이 있고 지혜가 있다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담론(談論)하기를 좋아하였다.

낙천(樂天)은 백거이의 자(字)가 된다. (자(字)란 실명을 꺼려서 대신 부르는 일종의 별명이다.)

그러던 차에 그가 부임한 항주에는 조과(鳥窠) 도림선사라는 고승(高僧)이 계시다는 소문을 듣고,

부임(赴任)인사도 할 겸 내친 김에 명성(名聲)이 자자한 고승을 시험(試驗)하고 싶어졌다.

도림선사(道林禪師)(741-824)는 항상 큰 고목나무에 올라가 가부좌를 하고

하루 종일 참선(參禪)을 하기 때문에

 새가 동아리를 틀고 앉자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조과선사(鳥窠禪師)>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백락천이 선사를 찾아 온 날도 선사(禪師)는 예외 없이 나무위에서 참선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락천은 지신도 모르게

「아, 위험하다.」고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선사는 나무 밑을 내려다보면서

「아, 위험하다!」라고 앵무새처럼 따라했다.

백락천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는 머리를 하늘에 두고 발은 이렇게 땅을 밟고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단 말이오?」

「그대의 마음에 욕망(慾望)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식(識)이 파도(波濤)처럼 출렁거려

안정(安定)할 줄 모르니 어찌 위험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백락천은 그제야 「아차! 내가 실수를 했구나.」하고는

 자신의 아만(我慢)심을 느끼고서 스스로 머리를 숙여 선사(禪師)에게 여쭈었다.

그리고 나서 정중히 묻는다.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는 무엇입니까?」

선사는 짤막하게 대답한다.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

 

번역하자면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많은 선행을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맑게 하면 이것이 불교다.」라는 의미다.

 

악(惡)한 일 하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선행(善行)을 하라는 말은

마치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을 진다는 말처럼 평이한 말이 아닌가.

불교의 철학적 심오한 뜻을 물었건만 너무나 평범한 이런 대답을 들은 백락천은 웃음 지으며,

「아니 스님, 그건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아는 일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그렇소. 그러나 팔십(八十) 노인도 실천(實踐)하기가 어려운 일이라오.」

 

백락천은 그 순간 가슴이 꽉 막혀버리는 것 같았다.

한 동안 망연히 서 있던 그는 도림선사에게 다시 큰 절을 올렸다.

 

도림선사가 말씀하신 이 게송(偈頌)이 바로 교학에서 회자하는 칠불통게(七佛通偈)다.

 

장경(長慶) 4년 2월 10일에 시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이 과보가 끝났다 」

이 말을 마치자 앉은 채로 열반에 드니 수명은 84세요 법랍은 63세였다.

 

秦望山頭是何模樣(진망산두시하모양)

月괘松枝塵飛不上(월괘송지진비불상)

至險至平太守難諒(지험지평태수난양)

位高太危徒懷帳望(위고태위도회창망)

 

진나라 바라보니 산꼭대기는 그 어떤 모양인가

달은 소나무에 걸려 있고 먼지는 날라 오르지 않구나.

지극히 험한 것과 지극히 평화로운 것 태수는 믿기 어렵지만

높은 자리 위태로워 맥없이 문어 지는 것 시름없이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