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2011. 7. 19. 08:00해학의 경귀들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

 

옛날부터 중국 고사에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역사의 시작은, 3황(皇), 5제(帝)의 전설시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3황(三皇)이라 함은,증선지(曾先之)가  쓴 <십팔사략>에 의하면

헌원씨(軒轅氏), 복희씨(伏羲氏), 신농씨(神農氏)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중 헌원은 인류를 낳았으며, 복희는 역(易)을 만들고,

신농은 백성에게 농업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오제(五帝)는 소호(少昊), 전, 곡, 요(堯), 순(舜)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복희씨 시대의 고사(故事)입니다.

복희씨가 중국을 다스리고 있던 어느 날, 태백산의 한 산마을에 돌림병이 나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들었다.

그리하여 복희씨는 그 마을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황하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 하여, 시발현(始發縣)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 도착한 복희씨는 돌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낮 3일 밤을 기도하였는데,

3일째 되는 밤 기도 도중 홀연 일진광풍이 불면서 웬 성난 노인이 나타나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自然神)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몇 년째 곡식을 거두고도자연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내 집집마다 피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리.』 하였다.

 

복희씨는 자연신이 화가 난 것을 위로하기 위해 방책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연신의 해를 피하기 위해선 집집마다 깃발에 동물의 피를 붉게 묻혀 걸어두어야 하오!』

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그 시발(始發) 현(縣)의 마을사람 중에는 잘난 체를 잘하는 관노(官奴) 한 놈이 있었으니,

『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고 하얀 깃발을 걸 것이다.

그러면 귀신이 근접하지 못할 것이다.』하며, 붉은 피를 묻히지 않은 하얀 깃발을 걸었다.

그날 밤 복희씨가 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다시 나타나 노여워하며 말하길

『이 마을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내 물러가려 하였거늘,

한 놈이 날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도다. 내 역병을 물리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다음날부터 전염병이 더욱 돌아 많은 마을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었으니,

이는 우리 마을(始發)의 한 노비(奴)가 색깔 없는 깃발(無色旗)을 걸었기 때문이라 (始發奴無色旗) 하였다.

 

 

 

그리하여, 그 다음부터 혼자 행동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始發奴無色旗(시발노무색기)』

라고 하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