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24

2011. 3. 25. 22:27넋두리

 

 

삶의 길24 

삶이 나를 속인다고

어두운 방안에서 백천번 머리 굴러 보느니

한 발자국 내딛어 문밖을 나가보자.

밝은 햇살에 무거운 머리 행구고

눈앞에 피어난 꽃들을 보자.

 

 

네가 찡그려도, 네가 눈을 돌려도

가는 겨울이 돌아서서

발목을 잡고

백설이 길을 막아서도

꽃은 웃고 있지 않는가.

 

 

저 꽃인들 살을 에는 겨울이 없었겠는가.

잎 지고 앙상한 가지에 설음이 없었겠는가.

그래도 봄이 오니 다시 피는 저 꽃을 생각하자.

한철 붉었다 지는 꽃일망정

우리네 인생과 다를 바 무애 있겠는가.

 

 

삶이 나를 속인다고

괴로워하지 말자.

괜시리 찢어진 소리도 내뱉지 말자.

변덕스러운 궂은 날씨에

저 꽃은 배알도 없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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