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을 내려오면서
2011. 6. 8. 07:29ㆍ넋두리
봉정암을 내려오면서
어둠을 뚫고 밤새 달려와
또다시 정글 같은 어두운 夜行길
별빛을 세어가며 봉정암을 오른다.
내 귀를 달래는
물소리 새 소리.
어둠이 가시면서 밝아 오는 여명
산이 달려오고
숲들이 달려온다.
거친 숨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오르는
바위산 너들길 님 찾아 가는 길
俗世에 묻은 때
푸른 계곡물에 씻어버리고
부질없는 욕심은 흘러 보내라는 듯
계곡마다 떨어지는 폭포는 방망이질 하고
굽이굽이 푸른 潭은 청옥처럼 푸르다
가쁜 숨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 바라보니
적멸의 보궁은
무심한 칠바위(七岩)가 둘러싸고
한 조각 흰 구름만 흘러가는
불뇌사리탑
억겁풍상에 할퀴어 진 상흔
검은 이끼들로 덮인 보탑은
바다 같은 침묵 속에 진신 사리를 감추었다.
입안에 구르는
마하반야바라밀
두 손 모아 기원하는
애끓는 내 염원
아는지 모르는 지
나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묻고 또 물어 보지만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어리석은 이라고
바람 곁에 실려 오는 思念의 나래들
흰 구름 흘러가는 허공 속으로
애끓는 나의 염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물먹은 종이처럼
풀어진 육신
오를 때는 산도 있고
절도 있고 나도 있더니
내려갈 때 산도 절도 모두 두고
나만 홀로 가는구나.
♬ 안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