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4. 00:27ㆍ경전속의 우화들
왜들 나만 갖고 그래.
어느 절에 수도를 하던 한 비구가 눈병이 났다.
이를 본 절의 조사스님이 파드마꽃 향기를 맡으면 낫는다고 일러주었다.
비구는 파드마꽃이 핀 연못을 찾아 바람이 잘 불어오는 곳을 택해 꽃향기를 맡는데
그때 천신(天神)이 나타나서 소리치며 말했다.
『웬 놈이냐, 남의 연못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남의 꽃향기를 도적질하는 놈이!』
그러자 비구가 말했다.
『아니 꽃향기 좀 맡았다고 도적놈이라고 하시니 좀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천신이 말했다.
『아무리 적은 것이라도 네가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또 내가 주지도 않았는데
가져가는 것은 그것이 도적질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마침 그때 연꽃을 통째로 마구 뽑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비구는 이를 보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겨우 꽃향기 좀 맡았다고 나만 갖고 그러십니까?』
천신이 게송으로 답했다.
『검은 옷은 먹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법.
구태여 그런 사람에게 말해서 무엇하리.
흰 옷은 쉬이 더럽혀지나니
먹으로 흰 구슬을 점찍듯
밝은 사람에겐 작은 허물도 잘 나타난다네.
아무리 작은 허물이라도』
이는 화경(花經)에 나오는 이야기다.
갖가지 비리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오늘날 사회 지도층급 사람이 아니더라도
연륜이 든, 조금이라도 식견(識見)있는 사람이라면
<왜들 나만 갖고 그래>라고
볼멘소리 하고싶은 때 한번쯤 짚어 보아야 할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파드마(padma): 발두마화(鉢頭摩華)라고 음역되며 일명 홍련화(紅蓮華)로 번역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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