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두향(杜香) 이야기

2008. 4. 10. 23:54경전속의 우화들

 

 

 

 

 

기생 두향(杜香) 이야기

 

전신응시명월(前身應是明月)

기생수도매화(幾生修到梅花)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이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지조와 절개, 청빈한 선비의 그윽한 향기 같은 난과 매화.

세상에 무수한 꽃 그러나 난(蘭)과 매화(梅花)만큼

시인묵객들의 입에 회자한 꽃들이 있을까.

 

 

<제비봉에서 바라본 말목산 강 위쪽에 두향의 묘가 있다.> 

 

단양의 제비봉을 오르면 코발트 빛 충주호의 맑은 물과 더불어

단향팔경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구담봉 옥순봉을 비롯하여

당두산, 동산, 가은산, 금수산, 말목산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그 말목산 한 자락을 유심히 보게 되면 조그마한 무덤하나가 눈을 끈다.

바로 관기 두향의 묘다. 유난히 매화를 즐겨 많은 시를 남기기도 한

퇴계 이황과의 슬픈 사연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 한(恨)의 여인 두향의 묘가 있다.

 

 

두향은 470여년 전 단양 제비봉 서쪽 산자락에 위치한 두항리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일찍이 조실부모하고 단양고을 퇴기인 수양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13세 살에 기적에 올라 16세에 황초시라는 사람으로부터 머리를 얹었으나

3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관기(官妓)로, 그리고 사별(死別).

어린 나이지만 모두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관기(官妓)로서 본격적으로 나선 두향.

 

 

 

그래서 그런지 그의 처지를 말해주듯 두향은 난(蘭) 과 매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타고난 재주가 있어 가야금도 잘 다루었다고 한다.

조선 명종 2년(1548) 48세의 나이로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의 눈에 들어 묵객(墨客)으로, 연인(戀人)으로 사모의 정을 누렸지만 그것도 겨우 10개월 뿐, 이황은 풍기 군수로 전임되어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다시 찾은 님을 보내는 그 마음, 외로운 사모(思慕)의 정, 단장(斷腸)의 그 시리고 아린 마음...  구담봉을 흐르는 저 물과 같이 두향의 눈물도 그리 했으리라.

 

이별이 하도 설워

잔들고 슬피우니

어느 듯 술 다하고

날마저 가는구나

꽃 지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두향

 

 

 

세월이 흘러 늙은 몸은 쇄잔하여 이황은 관직에서 물러나 도산서원에 거하였는데

이때 두향이 사모의 정으로 수석 2점과 매화화분을 보냈다고 한다.

이황도 답례로 손수 우물로 가서 물을 길어 그 물을 두향에게 보냈는데

이를 받은 두향은 너무도 귀이 여겨 차마 마시지 못하고 칠성당을 짓고

이황의 쾌차를 빌며 그 물을 오로지 정안수로만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정안수가 핏빛으로 변하자 이황에게 변고가 일어났음을

예측하고 찾아가게 된다.

 

 <말목산의 두향의 묘>

 

퇴계 이황은 69세로 생을 마감했다. 두향은 그의 부음을 예측하고 사흘을 걸어서

찾아갔지만 신분이 기생이라 드러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세 번 절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신변을 정리하고 시신은 강선대 아래 묻어달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거문고 부여잡고 초혼가를 부르면서 부자탕을 마시고 세상을 하직 하니

그 나이가 26세라 한다.

 

마지막 가는 길 이황도 고이 키워온 두향이 보내온 매화를 향해

그 시리고 아린 정을 이 한마디 말로 유촉했다고 한다.

 

『저 매화에 물을 주라』

사모의 정, 석별의 정이 이황의 가슴에도 응어리져 있어나 보다.

 

 

말목산 아래 위치한 강선대는 지금은 수몰되어 찾을 길 없다.

두향의 원래 묘는 강에서 30m 위에 있었으나 장마철에는 물이 거의 차 올라오기도 하고, 더구나 90년대 충주댐 수문 조절로 상석까지 물이차자 지금의 자리로 이장했다고 전한다. 무연고의 묘로 있던 두향의 이 묘는 작가 정비석 선생이 발굴하여 세상에 알렸으며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5일에 단양문화보존회에서 두향을 기리는 추모제를 연다고 한다.

 

노산 이은상도 이곳에 들려 시한수를 남겼다.

 

두항아, 어린 여인아 박명하다 원망치말라

네 고향 네 놀던 터에 조용히 묻혔구나

지난 날 애국투사 못돌아 온 이가 얼만대

강선대 노는 이들 네 무덤 찾아내면

술잔도 기울이고 꽃송이도 바친다기에

오늘은 가을 나그네 시한 수 주고 간다.

...........................................................

 

옥수봉 내린 물 구담봉 돌고 돌아

오늘도 어제같이 쉬이도 흘러가건만

그 옛날 네 노닐던 강선대는 찾을 길 없네

 

말목산 한 자락에 외롭게 묻힌 님

사모의 정 그리 깊어 부자탕을 들었나

반반(半半)백년(百年) 꽃다운 나이

오죽하여 이승을 하직했을까

 

금수산 바람소리 말목산에 울음우니

네 설음 달래는 진혼곡인가.

옛적에 네 불렀던 초혼가 이던가.

 

충주호에 달 떠는 날 고운 선녀 내려와

옥선대 내린 물에 멱을 감고 간다하니

네 함께 내려와 멱이나 감고 가소.

이승에서 응어리진 못다한 그 한(恨)도,

흐르는 저 강물에 훌훌 벗어놓고.

 ~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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