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사회

2009. 7. 18. 08:02삶 속의 이야기들

 

 

비틀거리는 사회

 

우리의 삶은 마치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맺힌 그 매듭의 끝을 찾기가 어렵다.

실타래는 손안에 있지만 그 끝을 찾을 수 없다.

삶은 지금 눈앞에 전개되는데

그 시작이 어디에서 왜 왔는지 알 수 없고,

또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죄도 없는데 벌은 받아야 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데도

나는 한 치 앞을 나아갈 수도,

내다 볼 수도 없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언제가 이런 사건이 있었다.

자식과 아내 이름으로 3억 5천만짜리 생명보험을 들어 놓고

한 달 후 청부살인으로 그 아내와 자식을 죽인 다음

보험금을 타려다 검찰에 잡힌 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변명은 “죽음보다 가난이 싫었다. 고 했다.

 

미국의 악명 높은 깽 알 카포네라면 누구도 알 것이다.

무자비한 살인을 하든 그도 마지막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오로지 내가 살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무엇이 잘못이랴 말인가?”

 

진정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아니 살아야 한다는 진정한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살기 위해서 하는 이 짓인데,

난들 내가 좋아서 이 짓거리를 하느냐? 고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법당의 저 부처도 이미 고인이 된 저 선지식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는 진리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 그것이 죄.” 라고.

그런데 말이다. 무엇이 진리인가?

속된 말로 그 진리가 내 삶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단 말인가?

진리가 나의 삶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백사 이항복이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나왔다가

매미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팔딱 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를 물끄러미 처다 보다가 그는 막대기를 집어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살려 주려고 했다.

마침 지나가든 어떤 농부가 이를 보고는 이항복에게 말했다.

“매미를 살려주면 그를 잡아먹고 사는 거미는 굶어 죽을 텐데요?,

그러자 백사 이항복은 이렇게 말했다.

“거미란 놈은 자신의 이익을 이해 매미를 잡아먹지만

매미는 아침 이슬만 먹고사는 놈이다.

어찌 거미를 위해 매미를 죽이겠는가?”

그렇게 말하고는 매미를 살려 주었다고 한다.

 

세상을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에 선하게 사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의미가 깔려 있는 우화다.

그러나 현실은 어찌 그런가?

진정 착하게 사는 사람이 복을 받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부처와 선지식들의 말처럼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 약간의 변명은 있다.

“악은 익어야 그 결과가 낳고, 선도 익어야 그 결과가 낳는다.”고.

 

분명 맞는 말이다.

열매가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맛좋은 과일이라도 봄과 여름을 거쳐야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계절은 순연(順緣)한데 인생은 그렇지 않다.

인생은 봄 다음에 여름이 오지 않고,

여름을 지났다고 해서 가을이 오지 않는다.

봄이 바로 겨울이 될 수도 있고,

겨울이 봄여름 가을을 거치지 않고 그냥 다시 겨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랴.

 

먹이를 구해, 푸른 초원을 찾아 이동하기 위해 강을 건너는

저 얼룩말을 악어는 물속에서 숨어 있다가 무자비하게 잡아먹는다.

그렇게 살아가는 그 악어에 빌붙어 사는 놈이 있다.

악어새라는 바로 그놈이다.

악어새는 악어에 의존해서 생존을 영위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영악한 자에 붙어야 부자가 되고 잘 먹고 잘산다.

악랄하고 이해타산에 빠른 자들에게 빌붙어야 돈도 모으고

권력의 부스러기도 줍는다. 선한 자에 붙으면

끼니도 때울 수 없게 된다. 선함이 더 할수록 고통만 더해간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선하게 살아가는 저 매미 같은 사람은

가난의 질곡에 헤매고, 그 선한 매미를 잡아먹는 저 거미,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남의 생존까지 앗아가야 하는 저 거미,

그 거미의 철학이 도리어 처세의 왕도가 되고,

살아남아야 승리자가 된다는 저 정글의 법칙이

오늘날 경제의 최고가치가 되고 있지 않는가?

 

동쪽으로 기운 나무 동쪽으로 쓰러진다는 저 믿음의 진리가

황금만능주의 철학 앞에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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